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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접촉사고로 수천만 원” 텔레그램 보험사기 182명 덜미
가해자·피해자·동승자 역할 나눠 합의금 부풀려
렌터카·공유차 빌려 진로변경·후미추돌 연출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11-20 12:00:00
▲ 금감원이 적발한 자동차 고의사고 유형. 금융감독원
 
텔레그램과 SNS를 이용해 자동차 고의사고 공모자를 모집해 온 보험사기 조직이 무더기 적발됐다. 고액 알바를 미끼로 가해자·피해자·동승자 역할을 나눠 사고를 내고 허위 입원과 과장 진단으로 보험금을 챙긴 수법이다.
 
금융감독원은 렌터카공제조합과 함께 텔레그램을 이용한 자동차 보험사기 및 알선·유인 행위에 대해 3차례 기획조사를 벌인 뒤, 관련 혐의를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해 자동차 보험사기를 저지른 혐의자 182명을 붙잡고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부당하게 타낸 보험금은 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백승훈 보험사기대응단 특별조사팀 선임은 “렌터카 보험은 할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보험사기가 유행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지인과 공모해 고의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추세는 SNS에서 적극적으로 가담자를 모집한다”고 말했다.
 
핵심 역할을 맡은 모집책은 네이버 밴드, 다음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험사기를 암시하는 광고글을 올리고 텔레그램 아이디를 노출했다. 게시글에는 ‘ㅅㅂ(수비)’, ‘ㄱㄱ(공격)’, ‘ㅂㅎ(보험)’ 등 은어가 사용됐으며, ‘고액합의 가능’ ‘안전하게 진행’ 등의 문구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20~30대나 교통사고·보험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노렸다.
 
광고를 보고 연락한 이들에게는 텔레그램을 통해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정해줬다. 모집책은 “가벼운 접촉사고만으로 합의금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보험사가 다 처리하니 본인 책임이 아니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수천만 원을 벌었다”는 말로 참여를 부추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 공모자 차량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사진을 받아두고 보험사기 실행 전부터 개인정보를 확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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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실행 단계에서는 가해 차량과 피해 차량, 동승자 역할을 세분화해 진로변경 사고, 교차로 추돌, 후미 추돌 등 상황을 연출했다. 공모자가 차량을 가지고 있으면 공격수(가해자)나 수비수(피해자)로 참여시키고 차량이 없는 경우 동승자로 태워 보내는 방식이었다. 사고 이후에는 병원에서 허위·과장된 진단서를 발급받거나 필요 이상으로 입원해 치료비, 휴업손해금, 위자료 등 대인 합의금과 차량을 실제로 고치지 않고 현금으로 받는 미수선 처리비를 부풀려 청구했다.
 
모집책은 또 보험금을 빨리 주지 않으면 합의를 지연시키겠다며 보험사를 압박하는 수법으로 합의금을 끌어올린 뒤, 약속된 비율에 따라 공모자들에게 편취한 보험금을 송금했다. 한 번 가담한 공모자를 상대로 재참여를 권유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고 수사나 보험사기 조사 가능성이 불거질 경우 책임을 공모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조직의 노출을 최대한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 선임은 고액 알바 제안이라는 말에 가볍게 참여했다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따라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작년 8월 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SNS를 통해 공모자를 모집하는 알선·유인 행위도 보험사기와 동일하게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앱으로 예약하는 비대면 계약이라는 점을 이용해 쏘카·지카(구 그린카) 등 공유자동차를 이용한 보험사기도 늘고 있다”면서 “손해보험 협회와 공동 모니터링을 하며 보험사기 적발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동차 보험사기는 선량한 다수의 이용자와 기업에 피해를 끼치고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금융범죄인만큼 앞으로도 관련기관과 공조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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