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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콩쿠르는 세계 최고 피아노 경연대회로 손꼽힌다. 폴란드 작곡가 프레데릭 쇼팽(1810~1849)은 피아노 시인으로 불렸다. 반음계 기법과 독특한 화성을 활용해서 시처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감정을 표현했다. 다양한 리듬과 꾸밈음, 페달방법을 최대한 활용한 쇼팽은 피아노가 가진 표현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쇼팽이 활동하던 시절 폴란드는 러시아 속국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던 쇼팽은 조국 폴란드 흙을 지녔다. “내 심장만은 폴란드로 보내달라.” 누나는 1849년 동생 유언에 따라서 쇼팽 심장을 바르샤바 성 십자가 성당 기둥에 안치했다. 쇼팽은 폴란드에서 위인으로 칭송을 받았고 쇼팽 콩쿠르는 1927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시작했다.
쇼팽 콩쿠르는 오로지 쇼팽 작품만 연주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5년마다 열리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탈리아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년)와 아르헨티나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년) 등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최고 피아니스트로 꼽혔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31)은 2015년 우승자였다.
비운의 피아니스트도 있다. 케빈 케너(미국)는 1990년 최고 연주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심사위원단은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해 케너를 1위 없는 2위 수상자로 뽑았다. 알렉세이 술타노프(러시아)도 1995년 필립 지우지아노와 함께 1위 없는 공동 2위로 선정되자 수상을 거부했다. 최고의 연주자에게만 1위를 준다는 쇼팽 콩쿠르 원칙은 천재 피아니스트를 비운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올해 쇼팽 콩쿠르 우승은 중국계 미국인 에릭 루(28)의 몫이었다. 루는 10월21일 제19회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조성진이 우승했던 2015년 4위를 차지했던 루는 쇼팽 콩쿠르 최초로 재도전자 가운데 우승한 기록을 세웠다. 쇼팽 콩쿠르 재도전을 도박이라고 여겼던 루는 “콩코르 후반에는 식당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없었다”면서 “두려움을 억누르고 견뎌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내 최종 목표는 늘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것이다.”
루는 23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제19회 쇼팽 콩쿠르 위너스 콘서트를 열었다. 루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연주했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한국에서도 들려줬다. 루는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협연했다.
지휘봉은 레너드 슬래트킨(81․미국)이 잡았다. 피아노 차례가 되자 루는 슬래트킨과 눈을 맞춘 뒤 연주를 시작했다. 루는 마치 쇼팽이 남긴 불꽃을 태우듯 균형 잡힌 연주로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루는 26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예술의전당 연주를 끝으로 세계 공연을 떠나는 루는 내년 2월 한국에 돌아온다. 루는 케빈 첸(캐나다), 왕쯔통(중국), 구와하라 시오리(일본) 등과 함께 쇼팽 콩쿠르 위너스 갈라 콘서트에서 다시 한 번 쇼팽이 남긴 피아노곡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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