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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 통합을 서두르자 외환은행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하나금융지주가 2012년 국민 앞에서 행한 ‘외환은행 최소 5년 독립경영’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고 금융당국이 이를 조장하고 묵살했다”고 규탄했다. 오늘(20일) 오전 11시 노조는 금융위원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신제윤 금융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하나은행·외환은행의 조기통합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2012년 당시 노사정이 작성한 2·17 합의서는 깡그리 무시되고 하나금융그룹과 금융위원회가 조기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 이면에는 과거 론스타의 ‘먹튀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하나금융과 금융당국의 몸부림이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아울러 당시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비판도 나왔다.
외환 노조, 합의서 이행 및 예비인가신청 불허 촉구
20일 오전 외환은행 노조는 태평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독립경영 합의 위반 합병추진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김근용 노조위원장, 김보헌 본부장 등 주요 노조 지도부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점심 시간대에 맞춰 ‘중식집회’를 벌인 노조는 하나은행·외환은행 조기합병 반대·2·17 합의서 이행·금융위의 예비 인가 불허 등을 외치며 108배를 실시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4년 9월 30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 자리에서 김근용 위원장은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행한 ‘외환은행 최소 5년 독립경영’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하나금융지주의 만행과 이를 묵살하고 조장한 금융당국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금융위는 2012년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직접 중재하고 입회인으로 서명까지 한 2·17 합의서를 위반한 하나지주의 합병예비인가신청을 불허하길 바란다”며 “김정태 하나지주 회장이 연임을 노리고 무리하게 추진중인 조기통합과 IT 통합절차의 문제점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업계 “4조 들인 외환은행 실적 부진으로 조기 통합”
지난해부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비용절감 등 시너지 효과를 내세우며 조기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4년 9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두 은행이 조기통합하면 IT 투자 부문별 비용절감, 신용카드 비용절감, 인력재배치, 통합 구매 등을 통해 연간 2692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두 은행간의 강점 공유, 신용카드 수익 증대 등을 통해 429억원의 수익 해마다 증가한다. 이를 통해 총 3121억원의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것이 하나금융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017년까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인정해준다는 합의서를 어기며 조기통합을 추진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지 2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인수효과를 보지 못해기에 조기통합을 추진한다는 업계의 반응이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4년 12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의 연결 실적은 ▲ 2011년 자산 178조8636억원, 현금 및 예치금 11조2135억원, 영업이익 2조174억원, 당기순이익 1조7292억원 ▲ 2012년 자산 284조9151억원, 현금 및 예치금 18조8909억원, 영업이익 1조1650억원, 당기순이익 9930억원으로 변화했다.
외환은행 인수 이후 하나금융그룹의 자산 등은 늘었지만 영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는 오히려 줄었다. 줄어든 실적은 최근까지도 제자리걸음을 계속했다. ▲ 2013년 자산 295조1886억원, 현금 및 예치금 19조3432억원, 영업이익 1조885억원, 당기순이익 9234억원 ▲ 2014년 3분기 자산 311조7831억원, 현금 및 예치금 20조4219억원, 영업이익 1조1515억원, 당기순이익 9229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4조원을 들여 인수한 외환은행이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자 김정태 지주 회장 등 경영진의 속이 타들어갔을 것이다”며 “무엇보다 외환은행의 전 주인인 론스타가 당시 자격미달이었고 이를 금융당국이 승인했다는 점이 여전히 비판의 대상이다. 비난을 영구히 잠재우고 부진한 실적이라도 내려고 금융당국과 하나지주가 조기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누구보다 조기통합을 원하는 이는 당시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인수를 주도했던 김승유 회장일 것이다”며 “인수합병을 통해 하나그룹을 키워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는 김 회장이지만 외환은행만큼은 그의 경력에 오점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 외환은행의 지분은 100% 모두 하나금융지주에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 2012년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2011년 하나그룹의 전체 자산은 178조원이고 연결 당기순이익은 1조7292억원이었다. 하지만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자산은 284조원으로 늘었지만 연결 당기순이익은 9930억원으로 줄었다. 이듬해인 2013년에 연결 당기순이익은 9234억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사진은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 ⓒ스카이데일리
두 은행의 조기합병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들도 반대하고 나섰다. 최근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조기합병에 대한 반대 논평을 냈다.
지난 12일 이 단체들은 논평에서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외환은행에 대한 성급한 조기합병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이 소송이 종료되기 전에 두 은행이 합병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체들은 “외환은행을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유지시키는 것은 단순히 금융시장의 원칙과 신뢰는 지키는 차원 이외에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일이다”고 주장했다.
10년 넘게 지속되는 론스타 논란
외환은행 조기합병 논란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이후 외환은행은 1999년 독일 금융그룹 코메르츠방크로 매각됐다. 2003년 코메르츠방크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1조3833억원을 받고 외환은행을 되팔았다.
2010년 당시 김승유 회장 체제였던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를 사들이며 인수를 결정했다. 이듬해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면서 하나그룹은 외환은행 지분 100%를 사들였다.
▲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의 2대 회장이다. 전임 윤병철 회장에 이에 2대 회장에 오른 그는 8년 동안 하나은행장을, 6년간 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그간 김 회장은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등을 인수 합병하며 하나은행의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2010년 추진한 외환은행 인수만큼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사진=뉴시스]
이후 2012년에 외환은행은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의 입회하에 이른바 ‘2·17 노사정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는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 등을 골자로 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 이른바 ‘론스타 논란’이 불거졌다. 2003년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이 밝혀지면서 외환은행 인수 계약의 적법성 자체가 문제시됐다. 당시 은행법에 따르면 투자자가 영위하는 비금융회사의 자산 합계가 2조원이 넘을 경우 산업자본으로 간주하고 은행 지분도 10%만 보유할 수 있다.
시민단체 등은 일본의 호텔과 골프장을 소유한 론스타는 산업자본이며 정부가 이를 알고도 묵살했다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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