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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당신의 미토콘드리아 증여자는 안녕하십니까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01 06:30:01
 
▲ 최문형 동양철학자‧작가‧성균관대 교수
‘내면 소통’ 이란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김주환 교수의 유튜브 채널에 관심을 확 끄는 영상이 올라왔다. ‘엄마란 무엇인가(What is mother)’다. 제목의 마력에 이끌려 찬찬히 영상에 몰입했다. 김 교수는 엄마란 존재는 ‘미토콘드리아를 준 분’이라고 심플하게 정의 내렸다.
 
우리 개개인은 단 하나의 세포(수정란)가 분열을 거듭하여 생겨났다.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생물의 세포 안에서 호흡을 담당하는 세포 소기관으로, 에너지를 내고 면역 시스템을 관장하는 생명 현상의 기본 역할을 한다. 미토콘드리아가 잠시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생명체는 사망한다. 따라서 우리 몸의 장기들은 이 미토콘드리아를 위해 총동원된다. 당을 흡수하고 혈액을 통해 온 몸에 산소를 보내는 것 모두 미토콘드리아의 생존을 위한 노력이다.
 
그런데 이 미토콘드리아는 놀랍게도 엄마한테서만 물려받는다. 아빠의 정자에도 미토콘드리아는 있지만 아주 소량이고 수정하고 나면 소멸되기 때문이다. 한자에서 성씨를 나타내는 글자인 성(姓)의 부수는 ‘여(女)’다. 성(姓)에는 ‘겨레’란 뜻도 있다. 이 한자를 만든 동양의 현인은 미토콘드리아의 비밀을 알았던 것이 아닐까.
 
미토콘드리아 DNA 모계 확인 검사를 하면 외할머니·이모·외삼촌 등 모계 혈통을 찾을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란 유전학 용어도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변이를 거슬러 올라갈 때 만나게 되는, 현생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에 의한 가장 최근의 모계 공통 조상을 뜻한다.
 
현재 살고 있는 모든 인류 집단의 미토콘드리아 하플로 그룹의 계통수를 재구성하면 특정 시점에 생존했던 인류 최초의 모계 집단이 지닌 미토콘드리아 DNA의 특성을 밝혀낼 수 있다. 이 모계 집단이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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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아빠가 누구인지는 부인할 수 있지만 엄마가 누구인지는 꼼짝없이 실토하게 된다. 엄마는 나에게 미토콘드리아를 준 분으로서 생명을 지닌 내가 살아가는 동안 떼어놓을 수 없는 실체다. 사춘기가 50대에 찾아온 나는 엄마한테 세게 반항했다. 매우 순종적인 딸이었던 만큼 반항도 그에 비례했다. 딸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엄마가 이상하고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이런 자식의 심정도 과학이 밝혀 주었다. 커다란 뇌를 가진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빨리,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인간은 30% 정도만 성숙한 상태에서 자궁 밖으로 나온다. 뇌가 더 성장하면 도저히 산도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갓난 아기는 최초 9개월은 생존 능력이 전혀 없는 존재다. 태어나자마자 뛰어다닐 수 있는 다른 포유류와는 다르다. 신생아의 생존 여부는 전적으로 주양육자(주로 엄마)에게 달려 있다. 엄마는 이 무능력한 아기를 위해 최초 9개월을 24시간 내내 밤낮 없이 돌본다. 비상 체제이다. 이 기간을 자궁 밖 회임기간이라 하고 갓 태어난 아이는 사실상 태아나 마찬가지이다. 제2의 회임기간 중 엄마의 헌신과 애정으로 아이는 안정적인 생명 활동을 한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아이의 뇌 속에는 엄마와 자아(self)가 동일시된다. 이 동일시는 평생 지속된다.
 
동양의 고전 ‘명심보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父兮生我(부혜생아)하시고 母兮鞠我(모혜국아)하시니.” 해석하면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시니”라는 뜻이다. 아버지는 생명의 근원인 정기(精氣)를 주었고 어머니는 생명 덩어리 상태인 나를 헌신으로 양육한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가르친 이 고전은 현대 과학과 맞닿았다.
 
아이는 만 3.5세는 되어야 자아를 갖는다. 태아 생활 9개월, 준태아 시절 9개월과 더해서 33개월이 지나고 나야 비로소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아이와 엄마는 분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의 기본적인 모든 것이 결정된다. 다 자라서도 아이의 뇌는 엄마와 자신을 동일시한다(Self-Mother Identification).
 
그러니 엄마를 탓하고 욕하는 것은 당연하다. 엄마는 나와 동일한 존재인데 나와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같지 않은 것을 자녀의 뇌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비난은 스스로를 거부하고 부인하는 것이다. 나의 미토콘드리아가 바로 엄마의 것이니 그렇다.
 
만들어지고 나서 최소 51개월, 그러니까 4년 3개월을 지독한 열정으로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돌본 나의 세포 양육자에 대한 배신이니 더욱 그렇다. 객관적 사실은,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에게 미토콘드리아라는 생명을 준 엄마는 약점을 지닌 인간이라는 점이다. 요즈음 나의 ‘엄마 비난하기’는 힘 빠진 엄마 앞에서 끝나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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