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안후이성에서 우리 교민이 간첩죄로 구속된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현지 기업으로 옮긴 이 교민은 반도체 정보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보안당국에 체포된 이후 현재까지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반(反)간첩법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라는 점에서 교민들 사이에서 큰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의 반간첩법은 그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되어, 이제는 단순히 군사 정보나 외교 정보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정보 수집이 간첩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형법상 최대 사형이 가능한 간첩죄의 하위법 개념으로 ‘기밀 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을 간첩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을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정할 권한은 오로지 중국 당국에 있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내 한국 교민 사회에서는 이번 한국인 첫 구속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이 일본에 반간첩법을 적극 적용하면서 지금까지 학자와 기업인 등 최소 17명의 일본인이 처벌됐다. 대체로 동중국해·대만 문제로 일본과 관계가 악화됐던 시기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중국이 이 법을 외교적 협상카드로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신병 처리 과정이다. 국가안전부의 수사관들이 이른 아침 갑자기 집에 들이닥쳐 잠옷 차림의 교민을 연행했고, 그 후 가족과의 연락이 차단된 채 5개월 동안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은 법치국가로 당사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법의 자의적 적용이 만연한 상황이다.
우리 외교 당국의 대응 또한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교민이 연행된 후 가족이 베이징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주지 관할인 상하이 총영사관으로 연결된 후 다시 베이징 대사관으로 이관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지체되었고, 담당 영사가 배정되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가족의 절박한 상황 속에서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외교 당국의 무관심이나 무책임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특히 당사자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 필요한 약품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 사건이 단순히 법적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개인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행 중인 반간첩법은 중국의 안보 및 국가 이익과 밀접한 문서·사진·데이터 등의 촬영·저장·역외 전송에 대해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이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유학생이나 관광객도 간첩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한다. 이런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교민들이 법적 보호를 기대할 곳은 오로지 한국 정부뿐이다. 정부가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 내 한국 교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외교 당국이 보다 철저한 사전 예방 조치를 마련하고 교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 협상을 통해 교민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법적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물론 필요하다면 국제사회가 이러한 사안에 주목하도록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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