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거리에서 신호등을 무시하고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게 됐다. 30일(현지시간) 뉴욕시의회에 따르면 무단횡단 합법화 조례가 나흘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에릭 애덤스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시의회 통과 30일 만인 10월26일자로 자동 발효된 것이다.
9월 뉴욕시의회는 시 행정규정에서 무단횡단 항목을 삭제한 대신 운전자·보행자 교육을 강화한 조례를 가결했다. “새 조례에 보행자 및 차량 운행자 등의 권리·책임에 관한 교육을 시 교통국에 요청하는 내용도 담았다”고 시의회가 설명했다.
법안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머시디즈 나르시스 시의원은 뉴욕시민 대부분이 일상적으로 무단횡단을 하는 가운데 해당 금지 규정이 유색인종 차별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4년 전 유사한 법안 입법을 추진했으나 팬데믹으로 처리가 지연된 바 있다.
뉴욕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25% 이상이다. 시장은 물론 의회에도 아프리카계가 절대 다수다. 51개 의석 중 45석이 민주당으로 캘리포니아와 함께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이다. 뉴욕 시내에서 무단횡단 단속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된 지 오래다. 2019년 이뤄진 무단횡단 단속 361건 중 90%가 흑인·라틴계로 드러나면서 해당 규정이 공권력의 인종차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 아래 이번 조례가 추진됐다.
보행자 권리 강화 기류와 인종차별 수단 활용 논란 영향으로 미국 내 무단횡단 단속 폐지 지역이 늘고 있다. 버지니아주가 2021년 경찰이 무단횡단을 단속할 수 없도록 했고, 뒤이어 같은해 미주리주 캔자스시티가 무단횡단을 범죄 항목에서 삭제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부터 충돌위험 임박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만 경찰이 관여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콜로라도주 덴버시의회도 무단횡단 단속 금지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번 조례가 보행자 권리를 우선시하지만 건널목이 아닌 곳에서 차도를 건너거나 빨간불일 때까지 반드시 차량보다 보행자가 먼저인 것은 아니라고 미 언론들이 짚었다. 빨간 신호등일 때는 보행자가 되도록 차량에 통행을 양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악명 높은 뉴욕 시내 교통 체증이 한층 심해질 전망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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