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을 내실 있게 발전시켜야 할 때다. 지금은 미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3.0' 시대로서 국제사회 영향력이 막강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세계 최고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다.
사리가 이러한데 미국 정부는 한국에 정보 및 방첩 분야에서 신뢰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최근 미국은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서 한국 국가정보원의 참석 배제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을 북한 억제 및 인도·태평양 안보의 핵심 동맹으로 보지만, 정보보안 신뢰도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국정원의 활동은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외국 및 외국인 등의 정보활동을 찾아내고 확인, 견제, 차단하는 모든 대응 활동을 의미한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방첩을 국가안보 관련 최상위급 주요 직무로 정의하며, 이를 대(對)간첩 등에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 정보 유출 논란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어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올 3월6일 정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이에 미국이 기밀 유출을 지적하며 한국에 제공하던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정 장관 발언이 대북 정보 유출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통일부는 정 장관이 해외 연구기관 보고서, 외신 보도 등 이미 공개된 자료에 기초해 구성이란 지명을 거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하튼 유엔군사령부 승인 없이 비무장지대(DMZ) 출입을 가능하게 하는 ‘DMZ 법’ 추진과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 훈련 미통보 논란 등으로 파열음을 낸 한미 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차에 미국은 동맹의 기준을 준수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요청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대미 관계에서 냉철하고 차분하게 접근하길 바란다. 대북 정보 유출 여부를 두고 한미 간 이상기류는 바람직하지 않다. 불필요한 갈등을 키우기보다 동맹의 안정적 관리에 집중해야 할 때다. 미국 정보 당국이 뭔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그것부터 해소하고 최대한 빨리 정보 공유를 복원해야 할 것이다.
한미 불협화음이 확산되면 핵추진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한미 조인트 팩트 시트 안보 합의 후속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주도의 프로젝트(알래스카 LNG 및 대형 원전 등)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돈은 한국이 대고 경영권이나 알짜 수익은 미국이 가져간다"는 식의 불공정 조건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에 강제 편입될 경우 막대한 투자 손실을 한국 경제가 떠안을 위험이 작지 않다. 지금은 한미 간 갈등이 증폭될 정도로 한가한 시기가 아니다.
작금 대한민국의 안보·경제 현실은 위중하다. 북한의 도발이 언제 어디에서 시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강력한 한·미동맹, 긴밀한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할 때다. 오해가 있다면 외교안보 라인 교체와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채널로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해 미국과의 선린 우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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