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나라여야 기업 발전과 고용 창출 등을 통해 국익 신장이 가능하다. 오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예컨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2022년 1월 17일 시행)은 여전히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처벌 수준 등으로 인한 혼란과 애로가 크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3조를 개정한 것으로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 문제의 대다수가 폭력적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는데도 개선 내용을 담지 않았다.
우리는 친노조 정책으로 생산성을 초월하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 남발 등이 경제의 뒷덜미를 잡고 있다. 노멘클라투라, 이른바 대기업 귀족노조의 ‘배부른 투쟁’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형사처벌·리스크 높은 노동 경직성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예컨대 한국의 노동 유연성(97위)과 채용·해고 유연성(102위)은 주요 경쟁국인 싱가포르(1·3위)와 비교하면 크게 뒤지는 성적이다.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규제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제고,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 강화, 노동시장 유연성, 공정한 시장 접근 보장 등이 주요 개선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찍이 '통상 국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국제 경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첨단산업 분야 등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시스템 전환을 강조한 바 있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은 금지해야 하는 사항들만 법이나 규정에 명시하고 나머지를 전부 허용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네거티브 규제가 곧 규제 공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분야나 금융, 의약품, 원자력처럼 한 번의 사고가 중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에서는 엄격한 심사와 통제가 필요하다. 다만 그러한 고위험 영역의 논리를 통상적인 기업활동 전반에까지 확대할 이유는 없다. 금지는 필요한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두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성장 친화적 법질서의 기본 원리이다.
우리나라 기업 법제의 문제는 포지티브 규제가 개별 인허가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기업활동을 원칙적으로 자유의 영역에서 출발시키기보다, 법령이 미리 정한 기준을 넘는 순간 각종 의무를 자동으로 부과하는 방식이 기업 관련법 전반에 넓게 퍼져 있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이다. 상법,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공정거래법 등은 기업의 자산 총액, 자본금, 매출액,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여러 단계를 만들고, 그 경계선을 넘을 때마다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자산 1천억 원, 5천억 원, 2조 원, 집단 자산 5조 원 같은 수치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숫자가 기업의 실제 위험, 산업의 성격, 내부통제의 수준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의심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였는가, 소비자에게 중대한 피해를 주었는가, 회계정보를 왜곡하였는가, 노동자와 국민의 안전을 해쳤는가가 규제의 핵심 질문이어야 한다.
세금을 적게 걷고 보조금을 많이 주는 나라가 좋은 나라는 아니다. 기업이 투자 결정을 하기 전에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 알 수 있는 나라,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때 법의 침묵이 곧 금지로 해석되지 않는 나라, 실패하더라도 다시 실험할 수 있는 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다. 정기국회 기간이다. 차제에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국내외 기업인들이 ‘심한 규제’라고 느끼고 있는 법안의 개정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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