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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농협손해보험이 지진과 관련된 일련의 행보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농협손보는 ‘농민의 풍요로운 미래’라는 기업미션을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주·경북 지역에 지진이 발생하자 보험료와 가입조건 조정을 위해 일부 장기상품의 지진특약 판매를 중단해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사진은 NH농협손해보험 본점이 위치한 KT&G 서대문타워 ⓒ스카이데일리
NH농협손해보험(이하·농협손보)이 농민들의 재산을 지키고 보장해야 할 본래의 사명과 상반되는 행보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농협손보는 농협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농협금융지주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100%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어 농협의 핵심 금융기업으로 꼽힌다.
28일 손보업계 등에 따르면 농협손보는 수익성·손해율 등을 조정하기 위해 장기상품의 지진특약 판매를 중단하는가 하면 대출 위주의 영업에 치중하는 행보를 보여 ‘지나치게 수익성만을 쫒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손보의 이 같은 행태는 최근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이기적인 행태가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과 그 후로 계속된 여진들로 국민들의 공포감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농협손보를 비롯한 동부화재, KB손보 등 몇몇 손보사들이 지진관련 특약 상품 판매를 일시 중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국민들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희박할 때는 활발하게 상품을 판매하더니 일정 수준 이상의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해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높아지려고 하니 상품판매를 철회하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손보사들은 이와 관련해 “약관상 여진의 경우 지금 가입하더라도 보상이 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지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일부 손보사가 판매를 재개하기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의 비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 금융전문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판매를 중단하는 행위는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지진 없을 땐 지진보험 팔더니 막상 강진 나자 판매중단…“국민들 우롱” 분분
이런 상황에서 농협손보가 지진특약 상품 판매재개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판매재개를 했다고 밝혀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금융권 및 손보업계 등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시중의 다른 금융지주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 금융계열사들은 ‘농업협동조합’이라는 이름처럼 조합원인 농민들의 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한 금융회사다. 농협금융 스스로도 농업인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농협손보 역시 ‘농업인의 풍요로운 미래’라는 기업미션을 내걸고 있다.
농협손보 영업점 측에 확인한 결과 지난 1월 19일 출시된 30년 만기 비갱신 장기 상품인 ‘가정종합보험 리치하우스’의 지진특약 판매가 중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상품의 판매 중단 이유에 대해 농협손보 영업점 측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손해율 등을 따져 보험료를 재측정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가입조건 강화나 보험료 인상 등의 조치가 취해진 후 다시 판매가 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 경주·경북에 지속적으로 지진이 발생하자 농협손보는 30년 만기 장기상품 ‘리치하우스’의 지진특약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소비자의 비판이 이어지자 농협손보측은 이전과 변화없이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다. 확인결과 리치하우스 상품의 지진특약은 아직 판매중단상태였다. 사진은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 나아리의 한 할인마트 모습 ⓒ스카이데일리
이는 불과 8달 전 “화재손해, 건물 붕괴, 산사태 등으로 인한 손해는 물론 지진으로 인한 손해까지 보장한다”며 대대적으로 상품출시를 홍보하던 모습과는 상반된다는 게 금융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심지어 다른 보험사들은 조건부로 지진특약 판매를 재개했지만 농협손보는 리치하우스 상품의 지진특약 판매를 재개하지 않아 “소비자의 의견보다 장기상품으로 인한 피해를 더 중요시 하는 것이냐”는 지적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손해보험에 가입한 한 금융소비자는 “지진 강도가 남달랐던 경북 경주 지역의 경우 농업 종사자 비율이 특히 높기 때문에 농협의 이 같은 행태는 농업인들을 위한다는 존재 목적 자체에 위배되는 행위다”고 격분하며 말했다.
농협손보 측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진특약 판매를 중단한 다음날 바로 판매를 재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통화 후 곧바로 일선 영업점 측에 재차 확인한 결과 “리치하우스 지진 특약 판매는 아직 중단 중이고 판매 재개 계획은 아직 없다”는 전혀 다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대출 위주 공격경영 결국 재무건전성 악화로…“폭탄 떠 앉은 무리한 영업” 지적
농협손보는 처음 출범한 지난 2012년 말 이후 대출 위주의 공격적인 경영으로 주변의 우려를 샀다. 대출 위주의 영업은 당장의 수익성은 좋을 수 있으나 불량 채권 발생 등의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농협손보의 대출채권 액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 2015년 9월 말 기준 1조원을 넘었다. 올해 6월말 기준 1년간 대출채권 증가율 역시 타 손보사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6월말 농협손보의 총 대출채권은 1조4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의 8500억원 대비 71.4% 급상승한 금액이다. 농협손보의 대출채권 증가율은 같은 기간 국내 일반 손보사들의 전체 대출채권 증가율인 21%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가계 대출채권 역시 국내 일반 손보사는 15.8% 상승한 반면 농협손보는 71.9%나 급증했다.
▲ 농협손보는 지난 2012년 출범한 이후 지속적으로 대출채권 규모를 늘려왔다. 올해 6월기준 농협손보의 대출채권액은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4% 증가했다. 이는 일반손해보험업계(21%)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손보업계는 농협손보의 무리한 행보가 최근 농협은행의 실적부진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프=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 같은 대출채권에 대한 업계의 우려에 농협손보는 “신생업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출채권의 증가속도가 빨라 보이는 것일 뿐이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대출채권의 급증 현상은 결국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지난 8월에 발표한 ‘2016년 6월말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 현황’에 따르면 농협손보의 지급여력비율(RBC)은 184.6%에 그쳤다. 이는 국내손보사들의 평균 지금여력비율인 269.1%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전 분기의 194%보다도 9.4%p 하락한 수치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농협손보의 RBC비율이 떨어진 것은 대출을 급격히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대출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 위험계수가 증가하게 되고 위험계수가 증가하면 보험사가 가진 채권 등의 리스크가 증가해 요구자본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농협손보의 무리한 행보 배경으로 농협은행의 실적부진이 꼽히고 있다. 농협손보는 출범 이후 농협금융지주의 ‘큰형’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농협은행의 후광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했다.
은행에서 한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팔지 못하게 하는 방카슈랑스 규제를 5년 간 유예받은 농협손보는 출범 후 4년 반 동안 농협은행 덕분에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키워왔다. 하지만 규제 유예 종료가 내년 2월로 다가옴과 동시에 조선·해운업의 여파로 농협은행의 실적이 악화되자 농협손보가 독자 생존을 위해 무리한 행보를 이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작년 3분기를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2분기에는 32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동기간 영업이익 역시 28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농협손보가 금융은행 및 금융지주의 실적악화를 메우기 위해 무리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현재 농협금융지주의 부실은 있을 수 없는 수준이다”며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농협금융지주도 농협손보도 내부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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