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태왕비문에는 “영락 10년(400) 호태왕이 신라를 침공한 왜군을 초토화시켜 항복을 받아낸 후 다시 도발한 왜를 박살내 군국(郡國=식민지국)으로 삼아버리자, 신라 매금(寐錦=왕)이 처음으로 고구리조정에 친히 찾아와 알현하니 호태왕께서는 능히 덕으로 가르치고 이끌자 모두 와서 신복(臣僕=신하, 종)이 돼 조공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이상한 문구가 비문에 이어진다.

“十四年甲辰而倭不軌侵入帶方界⭍⭍⭍⭍自石城島連船⭍⭍⭍⭍⭍⭍⭍⭍⭍平穰踵躡倭寇相遇王⭍要截盪㓨倭寇潰敗斬殺無數” (14년(404) 갑진에 왜가 법도에 어긋나게 대방의 경계를 침입해왔다. ⭍⭍⭍⭍ 석성도로부터 배를 연결하여 ⭍⭍⭍⭍⭍⭍⭍⭍⭍평양을 왜구의 자취를 밟아 서로 만나게 되자 왕⭍의 깃발을 끊고 쓸어버리니 왜구가 무너져 패했는데, 참살자의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였다)로 해석된다.

위 문구에서 일제가 깨버려 안 보이는 ⭍자가 과연 어떤 글자였는지도 궁금하지만, 그 외 두 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 첫째 영락 10년(400)에 호태왕에게 국가적으로 항복해 식민지 나라가 됐던 왜가 불과 4년 만에 어떻게 감히 당시 고구려 땅인 대방계에 함부로 쳐들어올 수 있었는지 그것이 참으로 궁금하며, 둘째 이러한 왜가 쳐들어온 대방(帶方)은 과연 어디였을까 하는 점이다.

먼저 두 번째 대방에 대해 설명하자면, 식민사학계에서는 404년에 왜가 쳐들어온 대방을 황해도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한사군의 주력인 낙랑군이 대동강 평양에 있다는 반도사관에 마취되어 있기 때문으로, 대방은 낙랑군에 속하는 현이기 때문에 그 위치가 부근 황해도라는 것이다. ‘한서지리지’에서 유주(幽州)에 대한 설명에 따르면 대방은 낙랑군에 속한 25개 현 중에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나, 그곳이 황해도라는 것은 식민사학자들만의 잘못된 주장이다.

樂浪郡(낙랑군)，武帝元封三年開。莽曰樂鮮。屬幽州(유주)。應劭曰：「故朝鮮國也。」 師古曰：「樂音洛。浪音狼。」 戶六萬二千八百一十二，口四十萬六千七百四十八。有雲鄣。縣二十五：朝鮮(조선)，應劭曰：「武王封箕子於朝鮮。」 邯，孟康曰：「音男。」 師古曰：「音乃甘反。邯音酣。」 浿水(패수)，水西至增地入海。莽曰樂鮮亭。師古曰：「浿音普大反。」 含資，帶水西至帶方入海。(대수가 서쪽으로 대방까지 흘러 해로 들어가는 함자현) 黏蟬(점제)，服虔曰：「蟬音提。」 遂成(수성)，增地，莽曰增土。帶方(대방)，駟望，海冥，莽曰海桓。列口，長岑，屯有(둔유)，昭明，南部都尉治。鏤方，提奚，渾彌，師古曰：「渾音下昆反。」 吞列，分黎山，列水所出，西至黏蟬入海，行八百二十里。東暆，應劭曰：「音移。」 不而，東部都尉治。蠶台，師古曰：「台音胎。」 華麗，邪頭昧，孟康曰：「昧音妹。」 前莫，夫租。

대방의 위치를 찾으려면 낙랑군의 위치부터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25개현 중에 확실한 위치를 알 수 있는 현이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는 패수(浿水)가 그런 지명으로 위치는 황하북부 하남성 제원시를 흐르는 강이다. 따라서 낙랑군의 위치는 산서성 남부와 황하북부 하남성 부근 일대에 분포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패수 위치는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13624 참조)

(대방 위치는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32755 참조)

링크 설명에서의 패수(浿水)와 추수(溴水), 격수(湨水)는 모두 같은 강을 말한다. 비슷한 모양을 가진 글자들인지라 오기나 오독으로 인해 이것저것 다르게 적혔을 가능성이 크다. ‘수경주’ 권14 패수조에 ‘연과 조선의 경계이며 위만이 건넌 강’으로 적혀있는 浿水는 ‘삼국지 집해’ 권30 ‘위서 동이’조에는 溴水로 기록돼있는데, 같은 ‘수경주’권7 제수(濟水)에서 서두에 등장하는 湨水와도 같은 강이다.

각종 지도에 그려져 있는 溴水를 ‘대원대일통지’에서는 “추하는 제원현에 있고 3곳에서 발원한다. 첫째는 원성의 서북 종산 훈장곡에서 발원하는데 사람들이 이르기를 백간수라 한다. 춘추에서 말하는 제후가 모인 추량이 이곳이다. 둘째 발원지는 제원현 서쪽 20리 곡양성 서남산이다. 셋째 발원지는 양성 남쪽 지현 서남의 관교촌 북에서 출발한다. 동으로 흘러 지현의 롱수와 합한다. 또 동으로 흘러 10리를 가면 피성촌에 들어가 하양의 경계에서 황하로 들어간다”라고 ‘명일통지’, ‘명사지리지’, ‘중국고대지명대사전’과 같은 지명을 설명하고 있다.

‘한서지리지’에서는 낙랑군에 속하고 ‘금사지리지’에 회주에 속하는 패수는 ‘위서’지형지에는 하내군(河內郡)에 속했다가 떨어져나간 무덕군(武德郡)에 속했다고 아래와 같이 기록돼있는데, 그 위치는 바로 지금의 황하북부 하남성 제원시 일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무덕군) 동위 효정(534~537)초 하내에서 분리돼 설치했는데, 4개현에 1만1835호(5만5714명)를 거느린다. 평고는 전‧후한‧진 때 하내에 속했고 평고파와 안창성이 있다. 온은 전‧후한‧진 때 하내에 속했고 온과 패수가 있다. 회는 전‧후한‧진 때 하내에 속했고 장릉성과 회성이 있다. 주는 한진 때 하내에 속했고 옹성과 중도성과 금성이 있다”

“(원문) 武德郡 : 天平初分河内置。领县四 户一万一千八百三十五 口五万五千七百一十四。平皋二汉、晋属河内。有平皋陂、平皋城、安昌城。温二汉、晋属河内。有温、浿水(패수)。怀二汉、晋属河内。有长陵城、怀城。州二汉、晋属河内。有雍城、中都城、金城。”

위에서 언급한 무덕, 평고, 온, 회, 회성 등은 아래 ‘한서지리지’ 하내군조에 보듯이 지금의 황하북부 하남성 중동부에 산재된 지명들이다. 아마 당시 심수와 제원시로부터 서쪽 일대에 하동군이 있었는데, 패수 서북쪽으로는 낙랑군이 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서지리지> 河內郡(하내군)，高帝元年為殷國，二年更名。莽曰後隊，屬司隷。戶二十四萬一千二百四十六，口百六萬七千九十七。縣十八：懷(회)，有工官。莽曰河內。汲(급)，武德(무덕)，孟康曰：「始皇東巡置，自以武德定天下。」 波(피)，孟康曰：「今有絺城，晉文公所得賜者。」 山陽(산양)，東太行山在西北。師古曰：「行音胡郎反。」 河陽(하양)，莽曰河亭。州(주)，共(공)，故國。北山(북산)，淇水所出，東至黎陽入河。孟康曰：「共伯入為三公者也。」 師古曰：「共音恭。」 平皐(평고)，應劭曰：「邢侯自襄國徙此。當齊桓公時，衞人伐邢，邢遷于夷儀，其地屬晉，號曰邢丘。以其在河之皐，處勢平夷，故曰平皐。」 臣瓚曰：「春秋傳狄人伐邢，邢遷于夷儀，不至此也。今襄國西有夷儀城，去襄國百餘里。邢是丘名，非國也。」 師古曰：「應說非也。左氏傳曰『晉侯送女於邢丘』，蓋謂此耳。」 朝歌(조가)，紂所都。周武王弟康叔所封，更名衞。莽曰雅歌。脩武(수무)，應劭曰：「晉始啟南陽，今南陽城是也，秦改曰脩武。」 臣瓚曰：「韓非書『秦昭王越趙長平西伐脩武』，時秦未兼天下，脩武之名乆矣。」 師古曰：「瓚說是也。」 溫(온)，故國，己姓，蘇忿生所封也。壄王，太行山在西北。衞元君為秦所奪，自濮陽徙此。莽曰平野。孟康曰：「故邘國也，今邘亭是也。」 師古曰：「行音胡郎反。」 獲嘉，故汲之新中郷，武帝行過更名也。軹(지)，孟康曰：「原郷，晉文公所圍是也。」 師古曰：「音只。」 沁水(심수)，師古曰：「沁音千浸反。」 隆慮(융려)，國水東北至信成入張甲河，過郡三，行千八百四十里。有鐵官。應劭曰：「隆慮山在北，避殤帝名改曰林慮也。」 師古曰：「慮音廬。」 蕩陰(탕음)。蕩水東至內黃澤。西山，羑水所出，亦至內黃入蕩。有羑里城，西伯所拘也。師古曰：「蕩音湯。羑音羊九反。」

‘동사강목’을 쓴 안정복은 ‘순암복부고3’ 답윤장서 무자하(順菴覆瓿稿3 答尹丈書 戊子夏)에서 “浿자에서 溴자가 만들어졌다. 성경통지에는 모두 溴자로 됐다. ‘한서’ 조선전에도 패자로 일컬은 것이 수십 개밖에 안 돼 모두 패자로 하였음에 의심이 없다. 溴수 역시 물길 이름이며 춘추시대에 溴梁에서 제후회의가 열렸으며 추수는 河內에서 출원해 바다로 들어간다. 溴와 浿자는 스스로 구분이 된다. 대개 패수와 추수는 다른 글자로 알려져 있으나, 한나라부터 명나라시대까지 지리적 연원으로 浿水와 溴水 공히 河內에서 출원해 바다로 들어간다고 기록돼있다. 따라서 패수가 추수로서 동남쪽으로 흐르는 수계로 봄이 타당하다”고 평가하면서 浿水 = 溴水라고 했다.

(원문) 浿字之作溴, 前日丈席下書有云, 蓋盛京通志皆作溴, 故恐失照察而然也. 史漢朝鮮傳稱浿者不啻數十, 而皆作浿字, 則爲浿字無疑矣. 溴字亦水稱, 春秋有溴梁, 註溴水出河內入河, 此與浿字自別矣. 浿水說前日禀正于丈席, 有卽可之敎,在鄙撰地理考中, 執事相或入覽矣.

<산해경(山海經)> 남산경(南山經)에는 “又东五百里曰会稽之山，四方。其上多金玉，其下多砆石。勺水出焉，而南流注于溴。又东五百里曰夷山。无草木，多沙石，溴水出焉，而南流注于列涂。(또 동쪽으로 500리 가면 회계산이 있는데 작수가 나와 남쪽으로 흘러 추(溴)로 들어간다. 또 동쪽 500리에 이산이 있는데, 추(溴)수가 나와 남쪽으로 흘러 열수로 들어간다)”라는 문구가 있다.

곽박(郭璞)이 여기에 주를 붙였는데, “溴의 음은 격(鵙), 溴水 一作 浿水”라고 돼있어 溴水 = 湨水 = 浿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같은 ‘산해경’에도 어떤 책에는 溴水로 어떤 책에는 湨水로 쓰여 있다. 즉 글자가 비슷하다보니 사람마다 따라 달리 썼던 것 같다.

즉 영락 14년에 대방을 침입한 왜는 한반도 황해도를 침입한 것이 아니라, 바로 산서성 남부와 하남성 북부의 황하변 어딘가를 침입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는 현재의 일본열도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역시 중국대륙 어딘가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한서지리지’에 있는 “樂浪海中有倭人, 分為百餘國(낙랑의 海 중에 왜인들이 있는데 백여 나라로 나뉘어져 있다)”는 기록으로 볼 때 왜의 위치는 산서성 남단을 흐르는 황하에 있는 섬으로 추정된다.

‘위략(魏略)’에 “왜는 대방의 동남 큰 해 가운데 있는데 산과 섬을 의지해 사는 나라다. 해를 건너 천리를 가면 모두 왜의 종족인 나라가 있다.(倭在帶方東南大海中，依山島為國，渡海千里，復有國，皆倭種。)”라는 기록으로 볼 때 왜가 산동성이나 절강성 일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분명한 것은 여러 기록으로 볼 때, 왜의 위치는 현재 일본 열도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진다. 따라서 우리 고구리, 백제, 신라의 주 활동무대도 중국대륙으로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