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는 ‘수원시 원천동 42번 국도주변 준주거지역 일원(4만2619.8㎡)’과 ‘용인시 청명센트레빌아파트 일원(8만5961㎡)’을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수원시는 주민 거주지역의 행정구역이 조정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양 지역 간 오랜 갈등이 해결됐다고 자평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에 위치한 233세대 규모의 청명센트레빌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은 1.2㎞ 떨어진 용인 흥덕초등학교 대신 250m 거리에 있는 수원 황곡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합의에 대한 뒷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수원시의 배짱행정, 밀어붙이기 행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수원시가 용인시 초등학생들을 볼모로 본인들에게 유리한 조건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아이들 편의 걱정하면서 학군조정 요청 거절…결국 유리한 조건에 용인시 땅 얻은 수원시
수원시와 용인시의 행정구역 개편논쟁은 지난 2013년 6월 입주가 시작된 청명센트레빌아파트가 수원시와 행정구역 경계에 위치한 ‘U자 형태’ 부지에 들어선 것이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입주 전부터 “아이들이 바로 옆 수원시 영통동에 위치한 초등학교 대신 1km나 떨어진 흥덕초등학교에 다녀야 한다”며 청명센트레빌 행정구역을 수원시로 편입해 줄 것을 도 경기도에 요구했다.
용인시는 수원교육지원청에 초등학교 학군 조정을 요청했지만 수원시 황곡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2015년 경기도가 중재에 나서 용인 청명센트레빌 부지의 2배인 수원 태광CC부지(17만1933㎡)와 맞교환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용인시의회가 부정적 의견을 보이며 무산됐다.
대신 용인시는 청명센트레빌과 비슷한 여건인 수원시 광교 휴먼시아 아파트 일대 부지와 맞교환을 요구했다. 이에 수원시는 “청명센트레빌과 세대수 차이가 크고 주민들이 반대한다”며 거부하면서 양 시의 행정구역 개편 논쟁은 평행선을 달렸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수원시는 청명센트레빌 일대 부지를 가져오는 대가로 넓은 골프장 부지는 줄 수 있지만 주거 밀집지역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인구와 세수 문제가 걸린 문제인 만큼 용인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에도 용인시에 불리한 맞교환 조건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용인시는 결국 학군조정을 통해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이미 2012년 수원시교육청이 불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며 “수원시가 다른 지자체 주민들을 걱정하며 행정구역을 개편하자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고 말했다.
수원시의 태도는 지난 2017년 11월 염태영 수원시장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줄 것을 요구하면서 이슈로 부상했다. 염 시장은 ‘불합리한 행정경계조정에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불합리한 행정경계조정을 놓고 지방정부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며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오죽 답답하면 지자체장이 청와대 청원을 올리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주민불편을 우려해 인근부지 맞교환 등으로 해결점을 찾고자 했지만 답보상태다”며 “광역자치단체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민 편의보다 더 우선시되는 가치는 있을 수 없다”며 “주민의견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계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염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여론은 용인시의 손을 들어줬다. ‘청명센트레빌 주민들을 등에 업은 갑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용인시는 불리한 조건에 결국 합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명센트레빌아파트 일대 부지와 수원시 원천동 42번 국도주변 부지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맞교환으로 용인시 349세대, 인구 1008명, 세수 7억원이 수원시에 넘어간 반면 용인시는 세수 4억원을 얻는데 그쳤다. 용인시는 ‘행정구역 경계조정 협약 체결’과 관련해 인구나 면적 등이 축소됨에도 불구하고 시민불편을 해소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경계 조정에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용인시 자치분권과 한상훈 주무관은 “어린이들이 학교 다니기 편하게 하자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합의한 것이다”며 “아이들이 등하굣길에 국도를 건너다니면 위험하기 때문에 시 의회에서도 그런 면을 많이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주민편의가 중요했다”며 “세수 등을 따질 사안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더 큰 수원’ 캐치프레이즈 뒤엔 이웃 지자체 경쟁력 상실 우려
수원시와 용인시의 영토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83년 경기도와 수원시는 영통지구 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용인시 수지면 하리와 이의리를 수원시에 편입시켰다. 2001년에도 수원시의회는 용인시 기흥읍 영덕리의 수원시 편입을 경기도에 요청했다. 당시 용인시의회는 “예전에 수원시로 편입된 옛 용인지역인 원천유원지, 영통동, 이의동을 돌려달라”며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2007년에는 광교택지개발지구 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영동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용인시 수지구 상현1동 일원(14만6080㎡), 기흥구 영덕동 일원(6910㎡) 등과 수원시 영통구 하동 일원(15만2990㎡)을 맞교환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당시에는 수원시가 확장되는 추세였고 수부도시이다 보니 수원시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행정구역 개편이 전개됐다”며 “반면 용인시는 행정체계 등의 면에서 수원시에 뒤쳐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협의와 합의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인근 화성시와도 영토전쟁을 벌이고 있다. 수원시 망포4지구 일원(19만8915㎡)과 화성시 반정2지구 일원(19만8915㎡)을 맞교환하는 내용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해당 사안도 청와대 청원을 통해 이슈화시켰다. 역시 주민편의를 명분으로 들었다. 그는 청와대 청원을 통해 “망포4지구 부지의 70%는 수원시 망포동이지만 나머지 30%는 화성시 반정동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7000여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화성시 반정동에 위치한 입주민들은 가까운 태장동주민센터를 두고도 3㎞나 떨어진 화성시 진안동주민센터를 이용해야 하고 학생들도 부지 안의 학교를 두고 수㎞ 떨어진 화성시의 학교를 다녀야 하는 딱한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화성시는 반격에 나섰다. △봉담읍 수영리~수원시 오목천동을 연결하는 수인선 협궤터널 구간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활용 △화성시 반월동 마평교차로 상부도로 개통 △수원·오산·화성을 오가는 12,13번 버스노선 망포역 연장 △수원음식물자원화시설 주민협의체 기배동 주민 참여 등 선제조건을 내걸었다. 현재 두 지자체 간에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수원시가 인근 지자체의 인구를 흡수하려는 배경에는 자체적인 영향력을 넓히려는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수원시는 최근 화성시와 오산시를 하나로 묶는 통합을 추진하던 것에서 3개시가 ‘상생협력’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수원시 인구는 2019년 6월 기준 119만7153명으로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특히 광교신도시를 비롯한 각종 개발로 인해 1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근 오산·용인·화성시를 베드타운으로 둘 만큼 자족기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시의 자신감이 배어나오는 배경이다.
수원시는 내달 14일 시 승격 70주년을 기념해 ‘사람중심 더 큰 수원’을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수원시는 “경기도청 유치, 동수원개발, 영통과 광교신도시 건설, 서수원 개발 등 커다란 도시변화를 겪어왔다”며 “특례시 명칭을 부여 받은 것뿐만 아니라 위상에 걸 맞는 권한과 지위를 확보하는데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할 때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행정구역은 고정된 반면 주민들의 생활권은 달라지지 때문에 행정구역 개편은 주민편의 입장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하지만 지자체가 광역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인근 지자체는 반대로 경쟁력을 잃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원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웃 지자체와의 마찰이 잦아지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지방분권과 자치행정이라는 의미를 뒤로한 채 덩치만 키우는 식의 행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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