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의 공조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지자체 간 상생협력’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선호시설과 기피시설 유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지역 간 대립양상이 과거 갈등 일변도에서 점차 상생협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도의 긍정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역 간 대립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지역갈등이 정치적 갈등으로 변질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간 갈등해소를 위한 체계적인 대응전략 마련과 제도개선이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충북 중부 4개 지자체 소방병원 유치 쾌거…“협업만이 살길”
정부는 지난해 7월 소방복합치유센터 최종입지로 충북 음성군(맹동면 두성리 1531번지 등 3만9343.9㎡)을 확정·발표했다. 1407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2023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소방복합치유센터는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신경외과·응급의학과·성형외과·재활의학과 등 15개 진료과목을 갖춘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건립된다.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과 의료사각지대인 중부 4군(음성·진천·괴산·증평) 주민들의 의료혜택 제공이란 본래 목적 외에도 인구 유입·고용증가·지역 경제 활성화 등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2개 지자체가 응모한 소방복합치유센터 유치경쟁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던 충북 음성이 수도권의 쟁쟁한 후보지를 제치고 반전에 성공한 배경에는 후보지 단일화 등 인근 지역들의 역량 결집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6월 사업주관 기관인 소방청이 1차 선정한 14곳 중 충북 음성군 맹동면과 진천 덕산면, 청주 석소동 등 3곳이 포함됐다. 음성 맹동면과 진천 덕산면 등이 각각 제시한 후보지는 두 지역의 행정구역에 걸쳐 조성된 충북 혁신도시 부지에 위치해 있다. 약 보름여 후 중부 4군 지자체장들은 충북혁신도시에 소방복합치유센터 유치를 위한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어 송기섭 진천군수의 양보로 음성 맹동면이 단일 후보지로 결정되면서 최종단계에서 청주시를 제치고 소방복합치유센터 후보지로 확정됐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당시 성명을 통해 “음성·진천·괴산·증평군의 소방복합치유센터 공동유치 결의는 지방정부의 협력·협치·공감 행정의 새로운 본보기다”며 “소방복합치유센터가 최고의 의료시설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성단계부터 충북도와 음성, 진천, 유관기관 등과 TF팀을 가동하고 의료 인프라·의료인 복지시설 확충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진우 음성군청 주무관은 “음성군이 소방복합치유센터를 유치했다고 해서 음성지역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다”며 “병원이 들어서면 그에 따라 수반되는 기타 시설들이 들어올 것이고 이는 혁신도시 내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은 물론이고 중부 4군 모두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예비타당성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내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들은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소방복합치유센터 유치에 성공한 데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음성군 맹동면에 거주하는 이철현(남·45) 씨는 “그동안 종합병원이 없어 청주나 서울로 가야 했지만 소방병원이 들어오면 의료 불편 해소는 물론이고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음성뿐 아니라 주변 진천·괴산·증평 등에도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 역시 지자체 간 동반성장의 성공 모델로 꼽히고 있다. 공동생활권인 천안시와 아산시는 수십 년에 걸쳐 △양 도시의 통합 △KTX 고속철도 역사 명칭 △양 도시 택시 영업권 △농협유통매장 건립 등의 문제로 헌법소원까지 제출하는 등 갈등과 반목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지자체 간 갈등과 반복을 거듭하는 두 지역에 인구의 증가(천안 64만7000여 명, 아산 31만3000여 명, 2019년 1월 기준) 등 지역의 외형적 성장에 따라 공동대응이 필요한 현안들이 생겨났다. 결국 두 지자체는 오랜 반목을 청산하고 상생협력을 택했다. 천안시와 아산시는 지난 2014년 ‘천안·아산생활권 행정협의회’를 구성한데 이어 지난해 10월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를 설립했다.
행정·교육·문화·교통 분야의 공동사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14년 천안·아산 경계지역 공원관리 일원화 △천안·아산 복합문화정보센터 조성 △2015년 시티투어 상품 공동개발·운영 △시내버스 단일요금제 추진 △천안불당~아산탕정 간 연결도로 개설 △2016년 학교 밖 지역사회 체험활동처 이용 상호 지원 △천안·아산 통합관광지도 제작 △양 시(市)간 인사교류 확대 △2017년 천안·아산 역세권 R&D 집적지구 조기시행 공동노력 △천안·아산 청소년 버스카드 할인 확대 △양 시(市)간 지방자치단체조합 설립 △2018년 천안·아산도시통합운영센터 구축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 개관 등이 대표적이다.
천안·아산시는 현재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10년간 120조 투자규모의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단지’ 유치전에도 함께 뛰어들었다. 아산시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관계사를 중심으로 조성된 탕정융복합단지와 천안시의 지리적 이점을 내세우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천안시 개인택시기사인 이순곤(남·63) 씨는 “과거 아산시와 천안시 통합이 추진됐지만 당시 재정자립도 높은 아산시가 거부해 성사되지는 못한 적이 있다”며 “그만큼 두 지역은 공동 생활권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TX문제를 비롯해 각종 현안을 놓고 두 지역의 감정대립은 오랜 기간 심했지만 현재는 많이 사라졌고 오히려 같이 추진하는 사업이 많아졌다”며 “싸워봤자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사회구조가 다변화 될수록 지방정부 간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하게 될 것이다”며 “천안과 아산의 사례는 지역 간 의 소모적인 갈등을 해소해야 사회적비용을 절감하고 공공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갈등에 기름 붓는 정치권…“상급기관 개입 통한 중재노력 필요”
일례로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유치를 놓고 전북과 부산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의식한 지역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해당 사안은 정치 쟁점화 되고 있다. 민주당은 PK민심을 겨냥해 국책은행의 부산유치를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평화당은 전북 유치를 추진하면서 양당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광역단체 또는 기초단체 간 갈등문제에 상급단체인 중앙정부와 광역단체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지자체간 갈등사안을 사전에 진단·분류하고 체계적인 갈등대응 정책을 수립해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2015년 선호시설인 충청유교문화원 유치를 놓고 벌어진 논산시 노성면과 연산면 주민간의 갈등은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감정싸움으로 변질됐다. 하지만 양 지역 간 갈등이 해결된 데는 상급단체인 논산시가 갈등의 본질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기피시설인 서남권 광역공설화장장 입지를 놓고 발생한 전북 정읍·고창·부안군과 김제시 간의 갈등이 해결된 요인으로도 상급단체인 전북도의 적극적인 중재,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제 3의 기구인 갈등조정위원회를 통한 갈등조정 등이 꼽히고 있다.
김동영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분권에 대한 필요성이나 강화는 필요하지만 사안에 따라서 광역적인 협력이 더욱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며 “교통과 환경 분야는 광역행정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훨씬 더 비용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지역주민들의 지원을 얻어내고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 새 사업의 경우 공모제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원 대책을 제시하며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기피시설의 경우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며 선호시설의 경우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주민들에게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국회 지방자치 관련담당자는 “지자체간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자체 간 협력체제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사업의 경우 갈등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해결 로드맵을 제도화한다면 훨씬 효과일 것이다”고 제시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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