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지난해부터 이어오던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통관 기준, 잠정치)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6% 급감한 122억달러로 집계됐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액도 지난해 17억7000만달러에서 올해 14억4000만달러로 18.6% 감소했다. 조업일수는 8.5일로 같았다. 현재 수출 부진은 업종과 수출 대상국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력제품인 반도체 수출이 1.5% 줄었고 승용차와 자동차부품은 각각 7.1%와 31.8% 급감했다.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석유제품 수출은 무려 47.7%나 줄었다. 국가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10.2% 줄었고 미국은 3.4% 감소했다. 유럽연합(EU)은 20.1% 급감했고 베트남과 일본도 각각 25.1%와 7% 감소했다. 업계 안팎에선 수출 악화 정도가 예상보다 크고 기간도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 경제의 대들보인 수출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암울한 상황이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대한민국 수출산업 이대로 괜찮은가’로 정하고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해당 좌담회에서 논의된 대한민국 수출산업의 위기 실태와 그 원인 그리고 대안을 세 편에 나눠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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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문용균 팀장·오창영·유환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9년 중소기업 수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4.1% 감소한 1009억 달러로 집계됐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합성수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 가격하락에 따른 결과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중소기업 수출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각국이 공항을 폐쇄하고 항공노선이 중단되면서 생존을 위한 우회로 찾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제조업을 비롯한 대한민국 수출관련 업계 전반의 어려움이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시작됐으며 특히 지난 1년여 사이 고조됐다고 지적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체질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또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분쟁 당사자보다 더 큰 피해… 신(新)남방정책에도 베트남 제외 동남아 수출 부진”
스카이데일리는 10일 ‘대한민국 수출산업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패널로 △이승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前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경제학 박사)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 △김상철 G&C Factory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실태와 위기의 원인, 대안 등에 대해 각자의 전문지식과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심도 깊은 논의를 가졌다. 가장 먼저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본 현재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현주소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조동근 교수: “코로나 이전부터 한국 수출산업이 위기라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2018년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영향으로 반도체 등의 수출은 증가했으나 세계 속에서 우리는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었다. 2018년과 지난해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제 성장률 갭은 더 벌어졌다.”
김상철 대표: “대한민국 수출업계 전반의 위기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출산업의 위기는 곧 우리나라 경제가 위험하다는 신호라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5424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2018년과 비교해 10.3% 감소한 것이다. 두 자리 수 감소를 기록한 것은 10여년 전 금융위기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세계 전체 무역량이 감소했으나 수출 상위 10개국 중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율이 가장 크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작 당사자인 중국은 0.1% 감소하는 데 그쳤고 미국도 피해가 거의 없었다. 일본은 5% 감소율을 보이며 선방했다. 사실 우리가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었던 입장이었기에 정부의 대처가 아쉽기만 하다.”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펼쳤지만 동남아시아에서의 수출 비중도 베트남을 제외하곤 늘리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은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을 늘리고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이제는 우리가 발을 뻗을 곳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품목이 우리의 오랜 주력 상품이란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이대로 가다간 코로나 여파로 인해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수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 수출산업의 위기는 곧 우리나라 경제 위기다.”
황용식 교수: “한국과 일본의 무역 갈등 이전 항공 산업은 호황을 누렸다. 2010년 LCC 항공사의 등장으로 아웃바운드 여행객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인구 대비 해외여행객의 수가 대만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항공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렸던 이유다.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등 신생기업도 생겨났다. 그러다 한·일 무역 갈등이 본격화됐고 항공산업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체질 개선도 안 된 상태에서 외부적 여건이 많이 변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그로기 상태가 됐다. 자칫하면 업계 전체가 망해서 사라질 수도 있다. 지난 몇 개월 사이 여행객 수가 95.5%나 감소했다. 매출이 나오지 않아 고용한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휴직을 권고할 수밖에 없는 암담한 상황이다. 대한항공도 올 가을까지 임·직원 70%에게 휴직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90% 노선이 멈춘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항공업계가 자구책으로 자생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가호흡이 어려운 환자에게 산소호흡기조차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재정지원 등의 현실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이승철 고문: “수출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다. 제조업은 생산과 연구개발, 마케팅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장 쉬운 생산 쪽에만 여전히 집중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 좀 더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했다. 일본은 연구개발을 통해 원천기술을 획득했고 미국은 특허를 얻었다. 생산에 치중하는 산업 구조에서 수출이 잘 되길 기대하는 것은 이제 곤란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정부 안일한 대처에 경쟁력 잃고 설 자리 뺏긴 수출효자 게임산업”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8년 국내외 게임산업의 통계와 동향을 정리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발간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국 게임산업의 수출액 규모는 64억1149만달러(약 7조546억원)에 이르렀다. 수출 대상국은 중국(30.8%), 미국(15.9%), 대만/홍콩(15.7%), 일본(14.2%), 동남아(10.3%), 유럽(6.5%) 등의 순이었다.
김현규 부회장: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의 95%를 게임 콘텐츠가 차지한다. 전 세계에서 오직 20개국만 기획·프로그래밍·스토리텔링·아트·사운드 등 작업을 통해 게임을 개발한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 규모는 세계 4위다. 게임산업에선 e-스포츠 등 각종 산업이 파생된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등에 이어 효자 산업이 될 확률이 높다. 적은 비용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대단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부가가치가 높은 게임산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바로 규제가 문제다.”
“국가 간 마찰로 현재 중국 시장 진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판호’라는 것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중국 정부가 판호를 내주지 않으면서 중국 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 중국 기업에 투자를 받고 개발하려 했던 사업들도 모두 엎어졌다. 이를 계기로 중국 기업의 자본이 중국 내 개발사로 몰리면서 중국 개발사들의 실력이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 문제로 연구개발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게임산업은 앞으로 치고나가지 못하고 있다. 중소 개발사의 경우 파산에 이르렀다. 코로나 사태로 모바일 게임 이용량은 증가했지만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시 논의하려 했던 판호 문제가 뒤로 미뤄지면서 업계 전반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이승철 고문: “게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적극 지원해야 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선 사행성, 보건복지부에선 중독성에 초점을 두고 게임을 바라본다. 간단하게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서비스업 중에서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업이 게임산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요 수출업 중 반도체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에게 따라잡혔다. 사실 반도체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조동근 교수: “게임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산업처럼 원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말고 투자를 통해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시점인데 이 고문이 지적하신 대로 정부나 사회가 게임산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본다. 게임산업은 물론 우리 수출업의 본질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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