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문용균 팀장·오창영·유환인 기자] 글로벌 경기 부진 및 유가 하락으로 전 세계 무역이 둔화되면서 한국의 지난해 수출 규모는 6000억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지난해 촉발된 미·중 통상갈등으로 한국의 대외무역은 크게 위축됐으나 양국이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합의에 들어가면서 국내 수출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발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냉각됐고 우리나라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트 코로나가 제시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해 향후 국제 무역 질서는 새롭게 재편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수출강국의 위상을 되찾고 세계 5위권 이내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산업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만한 각종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한·일 갈등을 해소하고 외교 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철저… 제조업 경쟁력 제고, 한·일 관계 개선 관건”
조동근 교수: “한국은 세계무대에서 재도약할 수 있는 수출진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초 예기치 않게 닥친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 포스트 코로나를 반영한 대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한국이 무역을 통해 어떻게 국력을 키울 수 있을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보자.”
김상철 대표: “코로나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전 세계가 분투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에 성공해 사회가 얼마나 빨리 일상 수준을 회복하느냐에 따라 각국의 경제 활성화 속도는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 위기에서 먼저 일어날수록 기회는 훨씬 다양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선택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중국 다음으로 빠르게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한국에도 기회는 분명히 있다. 다만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기회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당시에도 우리 앞에 분명 기회가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만 가장 큰 피해를 겪었다. 기회를 잡지 못하면 곧장 위기로 이어지는 셈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세계 경제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때 중국의 역할을 떠올려 보라. 중국은 세계 경제에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자금을 수혈하며 세계 경제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 내 가치사슬이 붕괴돼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이란 목소리가 높았으나 중국은 코로나로부터 일상을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를 수습하고 또 다시 세계 경제의 소방수 역할에 나선다면 세계 경제 패권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도 포스트 코로나를 미리 준비하고 무역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기존 수출 산업을 재정비하고 수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단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야 한다. 특히 정부는 무역 실적 개선을 위해서라도 한·일 관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한·일 양국 간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서다. 정치적인 사안에 치우쳐 실리를 놓치면 안 된다.”
“한국 수출 규모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육박하는 만큼 중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너무 방대하다 보니 사소한 무역 제재에도 우리 경제는 쓰나미 수준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고 중국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단순히 대중국 수출을 줄여선 안 된다. 한국의 수출 경제 규모를 키워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점유율 자체를 줄여나가는 게 좋다.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 시장과의 무역 규모를 늘려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도 좋은 해법이다.”
“한국의 제조업도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미국, 중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였던 한국의 제조업은 이제 인도, 멕시코 등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적신호가 켜진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 한국 수출 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게 기반을 다져야 한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철폐·현지화 지원 필요… 적시에 자금 수혈해 항공업계 구제”
김현규 부회장: “게임 산업은 타 산업과 달리 코로나를 계기로 오히려 활발해질 전망이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질수록 게임산업은 호황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일 뿐이다. 한국 게임산업이 진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규제 소굴인 한국을 벗어나 세계로 진출해야 한다.”
“게임 산업은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진 지 오래다. 전 세계 게임유저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개방성 덕분에 게임 산업은 끊임없이 오류를 수정하고 개발을 거듭할 수 있다. 이에 게임 산업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그래픽 카드·이동통신망이 날로 발전하면서 한국 게임산업 역시 발전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이야말로 게임 산업을 진화시키는 전초기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사가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양질의 환경을 활용하기 위해서 정부는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또 게임 산업 수출 증진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현지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황용식 교수: “항공운송업계의 피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항공사 모두 막대한 피해에 직면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 세계 항공운송업계의 피해액만 대략 30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각국 정부는 항공업계 살리기에 즉각 대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항공업계에 재정지원을 즉각 지시했다. 독일은 무제한 금융지원에 나서고 영국, 프랑스, 대만 등 각국이 자국 항공사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지원 규모는 3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기재부는 검토 중·협의 중이란 말만 반복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상태다.”
“과거 한진해운 사태를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2016년 1조2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 받지 못한 세계 7위 해운사 한진해운은 결국 파산했다. 이후 전 세계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처리해온 우리나라 해운 산업은 중국과 경쟁국에 밀려 크게 후퇴했다.”
“현재 항공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 지원에도 골든타임이 있는 법이다. 적시에 금융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항공업계는 줄도산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 16만개가 없어지고 12조원 규모의 GDP가 줄면서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불가피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위기 후 찾아오는 기회 잡기 위해선 소득주도성장 아닌 생산주도성장 채택해야”
이승철 고문: “1998년 외환위기 때 150만명이 해고됐다. 어렵다는 이유로 비용 줄이기에 급급한 나머지 무턱대고 해고한 탓에 생산인구가 크게 줄면서 사람이 없어 생산을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고용은 유지해야 한다. 위기 후에 소비가 진작되고 대호황이 찾아오는 법이다. 이에 공급 능력은 항시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적 시각은 소비 능력에 편중된 나머지 공급 능력은 외면하고 있다. 공급 능력은 한번 붕괴되면 본래 수준으로 되돌리기에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소모된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생산주도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외교방식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대체적으로 주는 외교를 하고 있다. 상대국에 ‘이것 해주겠다, 저것 해주겠다’ 하며 우리가 줄 수 있는 것만 생각한다. 반면 받는 외교는 거의 없다. 상대국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상대국에 우리가 필요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래선 안 된다. 상대국과의 실리를 정확히 따져 줄 것은 주되 받을 것은 제대로 받아내야 한다. 상대국이 먼저 요청해 우리 기업의 수출 활로를 모색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 외교 DNA를 대대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다.”
조동근 교수: “코로나가 팬데믹으로 확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국가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자유경제시장 붕괴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자유 번영의 기초가 무너질 수도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상황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온라인·디지털 플랫폼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온 셈이다. 우리는 해당 산업을 선점하고 발 빠르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로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그러나 이후 르네상스가 도래해 세계 문명은 진일보했다. 역사의 교훈에서 찾을 수 있듯 포스트 코로나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발현될 것이다. 이에 수출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코로나 피해로 촉발될 대량 실업 사태를 막고 수출 산업의 생산력 확보를 위해 고용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오창영 기자 / 깊이가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