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문용균 팀장·오창영·유환인 기자] 수출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 무역협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글로벌 수출 순위는 2017년과 2018년에 6위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7위로 떨어졌다. 문제는 같은 순위를 기록했던 2016년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일본과의 격차가 벌어진 지는 오래고 홍콩과 이탈리아에도 추월당할 판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18월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14개월 연속 수출액이 폭락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수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 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출산업에 미친 외교 정책의 후유증과 ‘신흥 산업 1세대의 부재’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시작은 No Japan… 결국은 코리아 패싱”
조동근 교수: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이 타격을 입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이다. 이게 사실 겉보기에는 일본에게 피해가 갔다고 하지만 사실 한국의 피해도 만만치 않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의 피해가 더 크다.”
“구체적으로 일본 자동차기업인 도요타의 경우 불매운동을 전개하니 결국 대규모 세일을 전개해서 팔아버렸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것은 일본 사람도 일본기업도 아닌 도요타가 자동차 할인을 하는 데 있어서 딜러 수수료가 줄어든 ‘한국의 자동차 딜러’들이다. 거기에 자동차를 파는 경쟁업체인 현대·기아차도 덩달아 팔리지 않게 되면서 손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전가됐다.”
“유니클로의 경우도 정작 불매운동의 타격을 받은 당사자는 한국 직원들이다. 과거 정부가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자 대형마트 격주 휴무 규제를 시행했을 때 시장 상황의 큰 변화 없이 매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약자들)에게 엉뚱하게 피해가 간 사례와 같은 이치다.”
“정부의 외교 정책 때문에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들을 중국이나 다른 국가에게 뺏기는 ‘자승자박’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보상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일을 정치적 목적의 도구로 사용하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산업을 다 죽이는 소탐대실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선 안 된다.”
황용식 교수: “조 교수가 지적하신 대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외교 갈등 상황에서 항공과 해운 등 여객업계들이 특히 지난해부터 수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태다. 항공업계의 경우 노선이 짧을수록 수익이 나는데 일본은 거리가 먼 동남아 국가들보다 가까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사 측 입장에선 마진이 많이 남는 국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국가 중 하나이며 전체 노선의 70% 정도가 일본 노선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이후 크게 타격을 받았다. 메인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1분기엔 당기순손실 규모가 342억3700만원에 불과했으나 본격적으로 ‘No Japan’ 운동이 시작된 3분기에는 누적 손실이 무려 6268억6300만원으로 거의 20배로 불어났다.”
“이 와중에 현 정부의 친중 정책과 맞물려 국토교통부가 중국에 많은 노선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중국에서는 중앙관리시스템을 통해 노선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No Japan’ 운동을 전개하고 그 후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국가가 외교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바람에 일본과 중국 둘 다 놓치는 ‘코리아 패싱’에 직면했다.”
김현규 부회장: “스포츠 선수육성부터 △매니저 △트레이닝시스템 △토너먼트 시스템 △스폰서십 △방송송출 시스템 등을 잘 갖춰 하나의 큰 대회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구축이 돼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그렇기에 일본에서 먼저 e-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양국 협력을 제안했는데 그것이 보이콧 재팬 영향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특히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 e-스포츠 산업의 현 상황에 있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중국의 판호 발급문제 미해결 등 외교적 문제로 기회를 놓쳐 진출을 못 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승철 고문: “생산에 대한 전체적인 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원천기술을 가진 일본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해 한국이 반제품을 만들고 중국이 조립해 일본에 완성품을 수출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일제강점기 시절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심정적인 빚이 있다. 신일본제철이 포스코에게 기술을 알려주었던 것처럼 한국에 기술을 전해주려는 태도를 보인다. 정서적으로 우리와 가장 잘 맞는 대상도 사실 일본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지속될 경우 기술과 소재 등과 관련해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루트를 상실하게 된다.”
“제품을 소비함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보이콧할 수 있지만 거꾸로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원천기술을 보이콧 당하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결국 수출위기에 놓인 지금의 상황에서 원천기술이 없는 우리나라가 새로운 기술개발을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놓이게 될 뿐이다.”
“스스로 신산업 걷어차는 대한민국 산업풍토… 새로운 재벌 1세 나와야”
이승철 고문: “우리나라 산업계의 문제점 중 하나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재벌 1세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에서 미래가치가 있는 산업을 내다보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제벌 1세대가 나와야 하는데 이를 내다보는 안목이 부족하다. 대표적으로 항공기 제조업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성장한 항공 MRO(항공기 정비산업) 시장이 있다.”
“15년 전 아시아에서 항공기 MRO 시장 1위를 차지하는 싱가포르 업체가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우리가 거절해서 결국 중국으로 갔다. 그로 인해 자체정비센터가 있는 대한항공을 제외한 아시아나와 LCC 항공사들은 항공기 정비를 위해 외국에 2015년 기준 매년 1조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국내 닭고기 전문기업의 대명사인 하림의 예를 들면 하림의 꿈은 팬오션을 인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국의 병아리회사에서 곡물 메이저가 되겠다는 것이다. 세계 10대 선사의 선단을 보유한 미국의 메이저급 곡물 업체인 카길과 같은 기업이 되는 게 하림의 꿈이다.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가 기업이 크는 데 있어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미국의 현재 10대 재벌 중에 반 이상은 재벌 1세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기업의 총수들이 재벌 2세·3세가 경영 못할까봐 걱정하지 말고 신산업에 있어서 또 다른 재벌 1세들이 양산되는 나라가 돼야 한다.”
김현규 부회장: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개발사가 삼성전자에 휴대폰 OS를 5000억원에 사라고 제안했으나 거절 당했다. 결국 그 운영체제를 통해 설치되는 모든 프로그램들이 구글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하게 됐다. 구글과 애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OS라는 불확실하지만 부가가치가 큰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움직이는 동안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결국 우리는 그저 단말기 제조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대기업과 정부가 미래 산업에 있어서 어떤 원천기술이 필요한지 위에서부터 고민하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조동근 교수: “우리 산업계엔 선두주자는 있었으나 후발주자는 못 만난 상황이다. 선두주자의 아들·손자만 견제하다보니 분가해서 살림 차린 사람들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격이다. 또 다른 정주영, 또 다른 이병철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생긴 문제다. 중국도 일본도 아시아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동남아 시장에 뚫고 들어가기 힘들어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디지털 노마드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활용하지 못하고 ‘디지털 콘텐츠’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이런 시점에서 신산업 육성을 위해 무엇을 수출하겠나. 자율주행차든 무엇이든 찾아낼 생각을 안 하면 의미가 없다. 비행기를 못 만들면 정비라도 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관련 산업이 우리에겐 없다.”
“대표적인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해 배관도 보일러도 필요없다. 물자라고는 아무 것도 필요 없는 이런 사업의 매출이 2017년 9월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2배에 달한다. 결국 정부와 기업이 글로벌 상황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 또 다른 정주영·이병철을 만들 수 있도록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유환인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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