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사업이 각종 암초에 부딪히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2023년 개통 목표는 물 건너간 가운데 최소 2026년 이후에야 개통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하터널 구간의 안전성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는 데다 지역 주민들의 정차역 추가 신설 요구까지 점차 거세져 사업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 조차 정확한 개통시기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무리한 공사로 주민 생명·안전 위협…GTX-A 누구를 위한 철도인가”
GTX-A노선 사업이 순항하지 못한 데는 정부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안전성 검증 미흡 △지역사회와의 불통 △사후 대처능력 부족 등이 지적된다. 시간에 쫓기 듯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곳곳에서 졸속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GTX-A노선 사업은 지난 2017년 12월 파주 연장안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페달을 밟았다. 국토부는 2018년 운정~킨텍스~대곡~연신내~서울역~삼성~수서~성남~용인~동탄 노선을 확정하고 착공에 들어가 2023년 개통을 목표로 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국토부는 GTX-A노선에 대해 ‘지하 40m 땅 속을 달리는 초고속 교통혁명’이라며 일산~서울역 이동시간 14분, 통탄~삼성역 19분을 자신했다.
하지만 GTX-A노선 청담동 구간과 경기 운정~차량기지 구간의 경우 지하 지반 등에 대한 안전성 의혹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공사 착공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국토부는 뒤늦게 주민 설득을 위한 안전기준 대폭 강화·구분지상권 미설정 등을 골자로 한 ‘대심도 특별법’ 제정 추진계획을 밝혔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심도는 도로·철도 등 지하시설물 설치로 인해 토지 이용에 지장이 없는 한계심도(限界深度)를 말한다.
‘GTX-A 청담동대책위’(청담대책위)에 따르면 청담동 구간 지반은 기반암이 깨져 있는 파쇄대, 지층이 깨진 단층 등으로 이뤄져 있다. 터널 굴삭 중 파쇄대·단층을 만나면 지하수 유출·지반침하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청담대책위는 “대심도 터널 설계단계부터 충분한 사전조사와 최적화 과정이 미흡한 채로 이뤄지다 보니 수많은 설계 개선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현재의 주택가 관통노선 대신 올림픽도로를 따라가는 대안노선을 관철시킬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노선변경에 따른 추가비용 590억원 중 강남구청이 500억원의 출자 의사를 밝힌 만큼 노선변경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업시행사인 SG레일은 노선변경에 따른 추가비용을 165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이 제안한 대안노선은 당초 계획된 노선이 아닌 만큼 추가비용을 부담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양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GTX-A노선 청담동 구간은 아직 수직구 공사조차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수직구 공사기간 6개월~1년을 포함해 총 공사기간이 5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GTX-A노선은 2026년 개통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작년까지만 해도 추가비용 없이 공사기간이 연장되지 않는 선에서 노선변경을 긍정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담대책위 최영해 대외홍보위원장은 “민간 전문가의 검토 결과 대안노선으로 설계를 변경하는 기간을 고려해도 공기 단축이 가능하고 추가비용도 594억원으로 추정됐다”며 “주택가 지하 관통노선을 폐기하고 대안노선으로의 설계 변경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한 “대안노선 구간 지반조사를 위한 시추를 국토부에 요청했지만 ‘안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이대로 청담 주택가 지하관통 노선으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소규모 연립빌라들은 지반침하로 인해 기울어지고 균열이 발생해 결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주민설득 카드로 ‘대심도 특별법’ 제정 추진을 공언했지만 이 또한 감감무소식이다. ‘대심도 특별법’은 △대심도에 기준(한계심도) 법률 규정 △대심도 교통시설 안전·소음·진동 기준 강화 △구분지상권 미설정·장래 토지이용 상 불이익 배제·인센티브 부여 등 주민의 재산권 행사 제약 가능성 차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심도 특별법은 주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면서도 “현재 법제연구원에서 용역을 진행 중이어서 아직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들의 민원내용을 고려해 법안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대한 입법화를 위해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다수 사업장에서 차질·지연…국토부 “장담 못하지만 2023년 개통 계획 변함없다”
대규모 열병합발전소 지하를 관통하는 운정~차량기지(연다산) 구간의 경우도 문제가 심각하다. 대심도에서 열병합발전소 지하를 통해 지상의 차량기지로 상승하는 구간의 심도는 10~20M에 불과하다. 특히 열병합발전소 지하의 고압가스관과 열배관 과의 이격거리가 10M에 불과해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주민대책위의 끈질긴 요구에 현재 파주시청과 공동으로 지하구조물 안전진단을 위한 공동 시추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국토부는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혀 정부와 지자체 간 혼선이 수면 위로 드러냈다.
지난달 차량기지(연다산) 공사장 내에서는 멸종위기등급 1급인 수원청개구리가 발견되자 정부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검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는 수원청개구리를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 후 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혀 주민들의 반발은 고조되고 있다. 또 현재 차량기지 부지에 대한 문화재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건설사 측이 공사를 강행하면서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파주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급하게 사업을 강행하다 보니 갈수록 문제점들이 더 드러나고 있다”며 “주민들은 현재의 위험천만한 노선을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이 확보된 후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안전성 관련 서류마저 공개를 기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GTX-A노선 신설역 추가 문제에 대한 국토부의 대처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GTX-A노선 ‘광화문·시청역’ 설치를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반대의사를 밝혔다. 굳이 필요하다면 원인자부담원칙에 따라 공사비 3000억원을 서울시가 부담하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광화문과 시청역 일대는 유동인구가 200만명에 달하는 서울의 최대 교통 환승지역이다”며 “기존 지하철 1·2·5호선에다 GTX 노선까지 연결된다면 출·퇴근 교통흐름에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타당성 조사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 만큼 국토부는 재정문제를 포함해 서울시와의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GTX-A노선 시작단계인 지금 시기를 놓친다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광화문·시청역’ 설치 관련 연구용역을 지방행정연구원에 의뢰해 진행 중이다”며 “내년 상반기 용역이 완료되는 대로 국토부와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창릉3기 신도시 지역주민들의 ‘GTX 창릉역’ 설치 요구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창릉지역주민들은 최근 인근 삼송·원흥·향동지역 등의 주민들과 함께 ‘덕양총연합회’를 구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선 상태다. GTX창릉역추진위원회에 따르면 GTX 창릉역 설치비용은 약 2000~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LH에서 GTX 창릉역 설치비용의 일정부분을 감당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창릉역 신설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과 달리 지난 3월 민원회신을 통해 ‘타당성조사 실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사업비 전액을 부담한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역사 설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순일 추진위원장은 “국토부도 GTX 창릉역 설치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며 “국토부와 고양시를 상대로 집회 개최 등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GTX-A노선사업 장기화 우려와 관련해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팀 이명곤 주무관은 “GTX-A노선은 2023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그때 무조건 된다고 개통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2023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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