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유독 손이 많이 가는 옷이 있어요. 다른 옷 한두 번 입을 때 그 옷은 서너 번도 더 입게 되죠. 그 특별한 옷을 자주 입게 되는 이유는 그 옷이 고객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예요. 또 고객이 잊지 못할 중요한 순간에 그 옷을 입었기 때문이겠죠. 제가 만든 옷도 고객들에게 특별한 옷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만든 옷이 고객들에게 좋은 기억이 담긴 옷, 중요한 순간에 입는 기분좋은 옷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곤 한다. 노래와 춤, 글, 그림 등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들로 ‘나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이 중에서도 시각적으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은 단연코 패션이다.
옷은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이다. 인간 생존의 필수 요소 중 하나로 출발했던 옷이지만 단순히 체온을 유지하거나 위험 요인 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대의 발전상에 맞춰 사회적·미적 기능도 덩달아 강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옷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가지각색의 옷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으면서도 심플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는 옷을 제작하고 있는 젊은 패션회사 대표가 있어 눈길을 끈다. 누구보다도 패션의 가치를 인정하고 패션을 사랑하는 최종만 암피스트 대표(34)다.
스카프부터 니트·재킷·팬츠·데님 등 제작 의류도 다양… 심플·깔끔한 폴로셔츠로 대박
“어릴 때부터 패션을 좋아했어요. 다만 지금과는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죠. 그땐 힙합에 빠져 있을 때라 루스한 스타일의 데님이나 후디 등을 훨씬 선호했어요. 그러다 성인이 되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제 패션 스타일에도 큰 변화가 찾아와요. 제 브랜드 암피스트의 옷들을 보면 알겠지만 클래식한 남성복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된 거죠. 그래도 패션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최 대표는 클래식 남성복 브랜드로 입소문 난 암피스트를 경영하고 있다. 2013년 브랜드를 론칭한 이래 깔끔하고 편하지만 가볍지 않은 디자인으로 2030 남성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암피스트는 7년 동안 다수의 단골을 확보할 만큼 내실 있는 패션회사로 우뚝 섰다. 그러나 암피스트를 론칭할 당시만 해도 최 대표는 패션에 관심만 많았을 뿐 옷 제작에 필요한 기본기 하나 알지 못하는 패션 문외한이나 다름 없었다.
“패션회사를 운영한다고 하면 대개 의상학을 전공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학에선 패션과는 동떨어진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그저 패션을 좋아하는 대학생일 뿐이었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맞게 개성 있게 입고 다녔던 거 같아요.”
“제가 시력이 좋지 않은 까닭에 유독 안경에 관심이 많았어요. 안경에도 다양한 디자인이 존재하고 어떤 소재냐, 어떤 색이냐에 따라 안경을 쓰는 사람의 분위기가 매우 달라지더라고요. 그렇게 안경을 보는 눈이 넓어지다 보니 영국·프랑스 등 유럽에서 전통 있는 안경 브랜드까지 섭렵하게 됐어요. 이들 안경은 대체적으로 매우 클래식한 감성을 가지고 있더군요. 이때 클래식한 디자인에 매료됐어요. 제가 클래식 남성복에 눈을 뜨게 된 순간이죠.”
그러나 곧장 클래식 남성복 제작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최 대표는 클래식한 감성의 안경부터 국내에 수입·유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내 안경 업계의 유통 구조에 대해 잘 몰랐을 뿐만 아니라 거래처 확보도 어려운 탓에 안경 수입·유통 과정에서 꽤나 애를 먹었다. 당시 최 대표의 나이는 26세에 불과했다.
“일반인의 눈으론 외국에서 안경을 수입·유통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업계 내부에서 직접 부딪혀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더군요. 클래식한 콘셉트의 편집숍과 의류 매장들 위주로 수입해 온 안경을 납품하기 위해 서울 곳곳을 누볐지만 거래처 찾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제대로 된 공부 없이 무모하게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이대로 포기하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패션업계에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거든요. 다만 패션에 대한 기본기가 부족한 만큼 스스로 공부도 하면서 제작·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게 스카프에 도전하기로 했어요. 동대문에서 면 스카프 원단을 떼 와 심플한 느낌의 스카프를 만들었죠. 여전히 거래처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제작한 스카프는 SNS를 통해 홍보했어요. 당시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던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소개했는데 사진에 특화된 SNS다보니 홍보 효과가 특히 컸던 것 같아요.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쳤죠.”
스카프의 인기에 힘입어 자신감을 얻은 최 대표는 니트, 재킷, 팬츠, 데님 등 직접 제작하는 종류를 점차 확대해나갔다. 이 중에서도 최 대표가 스카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제작한 옷은 폴로셔츠였다. 브랜드 론칭 이후 매년 제작할 만큼 암피스트의 시그니처 의류로 자리 잡은 폴로셔츠를 두고 최 대표는 가장 애착이 가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움도 크다고 밝혔다.
“폴로셔츠는 암피스트의 브랜드를 달고 처음으로 출시된 의류였어요. 일반적인 폴로셔츠와 달리 ‘이탈리아 칼라’라고 불리는, 한 판으로 만들어진 칼라로 만들어 훨씬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감성을 담을 수 있었죠.”
“폴로셔츠를 만들게 된 계기가 남성복은 여성복과는 달리 한여름에도 심플하고 깔끔하게 입을 수 있는 마땅한 옷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어요. 반팔 셔츠를 입자니 격식을 차렸다는 이미지를 주기 어렵고 긴팔 셔츠를 입으면 더워 금세 땀이 차곤 하죠. 또 반팔 티셔츠는 지나치게 편하게 입은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심플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잃지 않고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폴로셔츠를 만들었어요. 제 예상이 적중했는지 폴로셔츠는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됐죠.”
“그러나 패션의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하다 보니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폴로셔츠를 살펴보니 처음엔 안 보이던 요소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조금 더 고민하고 신경 써서 만들었다면 훨씬 완성도 높은 폴로셔츠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도전하지 않으면 성취 얻을 수 없어… 스타일 잃지 않고 쉽게 살 수 있는 옷 제작할 것
당시의 교훈을 마음에 새긴 최 대표는 질이 우수하면서 고객 만족도가 높은 옷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고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 없는 도전을 통해 고객에게 외면 받지 않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에 최 대표는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을 하거나 직접 원단을 제작하는 등 새로운 분야에 적극 도전하고 있다.
“지인의 작업실에 놀러 갔다가 섹시한 콘셉트의 이미지를 독특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낸 일러스트를 보게 됐어요. 해당 일러스트의 매력에 빠진 저는 일러스트 패턴을 바탕으로 옷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했죠. 암피스트의 클래식한 브랜드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칫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미지를 위트 있게 풀어낸 일러스트와 협업한 옷이 탄생한다면 매우 유쾌할 것 같았어요. 물론 옷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우려도 컸지만 주변 동료들을 설득해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한 덕분에 다행히 멋진 옷이 탄생할 수 있었어요. 시도하지 않았다면 절대 얻을 수 없는 성취였죠.”
“최근엔 착용감을 좌우할 원단 제작에도 도전했어요. 일반 면보다 훨씬 부드럽고 내구성이 좋은 수피마 코튼에 고기능성 원사를 직조해 암피스트만의 원단을 제작하기 위해서예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원단 제작·직조에 성공한다면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원단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기능성이 뛰어난 옷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최 대표는 패션 업계가 진입 장벽이 낮은 까닭에 후발 주자가 크게 늘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클래식 남성복 분야에서 꾸준하고 성실히 노력해 독보적인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요즘 고객들은 참 똑똑해요. 어디에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옷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재미있는 요소를 담아내는 옷을 좋아하죠. 그렇다고 너무 튀거나 진부해서도 안 돼요.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고객들이 보기에 클래식 남성복은 얼마나 심심하게 느껴지겠어요. 그래서 전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계속 이어 나갈 거예요. 형식적 틀에 얽매여 있지 않은 재미있는 클래식 남성복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게다가 남성복은 여성복보다 상대적으로 디자인의 한계가 존재하고 패턴의 제약이 많은 옷이에요. 그렇기에 더욱 쉽게 만들어야 하죠. 누구나 부담을 느끼지 않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옷, 그러면서도 스타일을 잃지 않는 옷. 그런 옷을 만드는 게 암피스트가 나아가야 할 길이죠.”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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