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여당이 의욕을 갖고 추진 중인 검찰개혁을 두고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검찰의 과도한 권력분산’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정부·여당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국민적 피해를 낳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조작 의혹 등의 수사를 전개한다는 이유로 검찰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결국 검찰개혁이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기 위한 명분에 불과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꾼의 옥중편지 앞세워 검찰개혁 운운하는 與…“펀드사기가 검찰개혁 무슨 상관인지”
펀드 사기판매로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를 초래한 금융사기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터지면서 다수의 국민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해당 사건에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권력형 비리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라임 사태의 ‘키(key)맨’이자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법정에서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해 파장이 커졌다. 이 대표는 라임 사태의 정·관계 로비 창구로 알려진 핵심 인물이다. 현재 강 전 수석뿐만 아니라 청와대 전 행정관, 이상호 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등이 수사대상에 오른 상태다.
옵티머스 사건의 경우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2012년 총선에 출마한 전력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옵티머스 지분의 9.8%를 보유한데다 옵티머스 대외 로비창구로 알려진 윤석호 변호사의 배우자가 이진아 청와대 전 행정관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이낙연 민주당 대표 지역 사무실에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봉현물류단지 사업인·허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옵티머스 자문료 등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수많은 국민에게 수조원대의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여기에 권력층까지 연루된 사건의 진실을 파헤져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자 검찰이 직접 칼을 빼 들었다. 사건의 진위 여부를 낱낱이 파헤쳐 피해자를 구제하고 범죄 연루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검찰이 펀드사기 사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자 정부·여당은 검찰개혁을 앞세워 수사에 제동을 걸고 있다. 권력형 비리가 아닌 검찰비리이기 때문에 수사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사기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구속 수감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이었다. 김 전 회장은 옥중 입장문을 통해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 △접대 검사 중 1명 라임 수사 책임자 합류 △여당 유력 인사들만 수사 등을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을 근거로 수사 자체를 문제삼았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금융 사기꾼과 일부 검찰 간의 있을 수 없는 비리와 거래내용들이 폭로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회장 대한 6개월간 66여 차례 소환조사의 실체가 편파수사, 공작수사다”며 “법무부 감찰로 일부 확인된 김봉현의 폭로가 점점 구체화돼 가고 있다. 한마디로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가 다 들어있는 폭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도 문제 삼고 있다. 앞서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조기폐쇄의 명분을 만들고자 판매단가를 낮추고 비용을 늘림으로써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하는 거짓 보고서를 만들었다.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은 일요일 밤 11시가 넘어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에 저장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122개 폴더, 444개 파일을 삭제하기도 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정부의 거짓 보고서 작성은 정부정책 이행을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수천억원대의 혈세를 송두리째 날린 행위라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검찰은 곧장 수사팀을 꾸려 해당 내용의 수사에 나섰다.
정부·여당은 천문학적 경제피해와 국민기만 행위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검찰 수사에도 제동을 걸었다. 검찰이 야당의 주장만을 듣고 국가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사안을 정치논쟁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면서 또 다시 검찰개혁을 주장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월성 1호기 수사의 의도를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며 “검찰이 그런 의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불행이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검찰개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사기사건 수사와 검찰개혁 무슨 관련 있나…결국 권력의 시녀 키우겠다는 의도”
다수의 국민과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의 행보에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국민적 피해를 야기한 위법 행위를 수사하는 것이 검찰개혁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주장이 많다. 동시에 펀드사기 사태와 월성 1호기 관련 사안은 국민적 피해와 관련있는 엄연한 사기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검찰개혁 주창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정태민 씨(39·남)는 “살아있는 권력 견제한다고 검찰개혁이니 공수처 설치니 해서 경찰권까지 강화시킨다고 하는데 결국 본인들 입맛대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본질을 호도하고 자기들만 살겠다는 의도가 훤히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김광현 씨(29·남·가명)는 “감옥에 갇혀있는 사기꾼 말을 듣고 장관까지 움직이던데 그런 거 보면 사실 좀 웃기다”며 “라임 사태 범죄자 수사하는 게 검찰인데 확실치도 않은 의심만 가지고 검찰수사를 가로막고 검찰 개혁을 운운한다고 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국민 눈엔 내편 아닌 검찰은 검찰이 아니고 자기편 검찰만 검찰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어차피 자기 입맛대로 수사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두고도 시민들은 검찰의 원전 수사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기도 부천에서 만난 배성환 씨(28·남·가명) 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기술을 갖고 있는데도 탈원전 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이미 감사원이 감사 후에 조기 폐쇄가 문제가 있다고 했으니 수사해서 진실을 밝히면 되는데 무슨 검찰이 정치수사 한다고 그렇게 검찰만 공격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비판했다.
배 씨는 정부의 불도저 방식의 탈원전 폐쇄 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탈원전을 하더라도 한 번에 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개선해가야지 이 정부는 일단 하고보자는 식으로 대책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청년들이 정치인들을 의심하고 국민과 대립하는 이런 사회가 정상인가 싶다”고 우려했다.
유래 없는 거대여당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검찰이라고 주장하는 시민도 있었다. 구리시에 거주하는 황다현 씨(33·여)는 “박근혜정부와 달리 청렴한 인상으로 권력을 얻은 문재인정부가 지금 보면 전 정부보다 더 한 것 같다”며 “180석 거대 여당을 견제할 마지막 희망은 검찰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씨는 “감사원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경제보고서 조작, 공문서 증거 인멸 등 정황을 파악했고 검찰이 수사해서 진실만 가려내면 되는 일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정치인들도 겁날 게 없으면 군말 없이 조사 받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정부·여당 인사들의 연이은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등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부가 잘못한 게 뭐 그리 많고 얼마나 숨기고 싶은 게 많은지 몰라도 검찰이 움직이기만 하면 ‘검찰권 남용이다’, ‘공수처 빨리 설치해야 한다’ 등을 외쳐대는데 정부 수사하면 개혁 대상이라고 하는 추미애 장관한테 물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옥남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문재인정부 들어서 권력형 비리가 제대로 수사된 적이 없다”며 “라임·옵티머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조작 논란 등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 피해자인 국민을 위로해야 할 사안이지 검찰개혁을 요구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피의자 신분으로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의 말을 앞세워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수조원대 사기사건을 갑작스럽게 검찰비리로 몰고 가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인과관계를 철저히 무시한 행위다”며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려 하면 정부·여당·법무부 등이 검찰에 멍에를 씌우는 모습인데 언젠가는 국민이 직접 행동에 나서 정부·여당에 엄중한 심판 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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