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년 새해를 맞아 ‘소띠 경영인’들의 경영행보에 유독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최연장자 소띠 경영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경영 행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SPC는 통행세 논란에 휩싸인 끝에 결국 공정위로부터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대규모 내부거래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허 회장은 2021년 신년사를 통해 △품질 최우선 △책임경영 △변화와 혁신 등 3가지를 경영키워드로 제시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글로벌경영 △책임경영 △정도경영을 경영키워드로 제시한 것과는 일부 차이가 있다. 다만 허 회장은 이번 신년사에서 ‘글로벌 사업 고도화’, ‘정도경영 실천’ 등 메시지로 지난해 제시한 경영키워드를 환시시켰다.
일각에선 지난해 경영키워드로 제시했던 정도경영이 올해 누락된 데는 공정위 처벌 등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공정위는 SPC그룹 계열회사들이 7년여간 SPC삼립을 부당지원했다는 혐의로 시정명령과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SPC에 부과했다. 공정위가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SPC는 허 회장이 관여해 SPC삼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식을 결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이를 실행했다. 7년여간 이어진 지원행위를 통해 SPC삼립은 총 414억원의 이익을 제공받았다.
일례로 SPC삼립은 별도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지만 밀다원, 에그팜, 호남샤니, 설목장, 샌드팜 등 8개 생산 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납품받고 이를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 등 3개 제빵 계열사에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통행세’를 취득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SPC삼립의 통행세 거래는 중단된 상태다. 다만 각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는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SPC삼립은 파리크라상과 1117억여원, 에스피엘과 230억여원, 비알코리아와 53억여원의 매출거래를 실시했다. 같은 기간 설목장, 호남샤니, 샌드팜 등 계열사와는 수십~수백억대 매입거래를 실시했다.
‘총수일가 사기업’ 샤니·호남샤니 내부거래율 100% 육박…‘공정위 재조사 가능성’ 분분
SPC삼립 외에도 각 계열사들은 내부거래를 기반으로 회사 덩치를 키워왔다. 일례로 ‘샤니’의 경우 2019년 기준 내부거래를 통해 약 22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해 샤니는 22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100%에 육박한다. ‘호남샤니’도 2019년 매출 682억원 중 676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전체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99%를 넘는다.
이들 회사는 2018년에도 각각 2153억여원, 638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해 샤니가 내부거래로 발생시킨 매출액은 약 2140억원이다. 호남샤니는 636억원이다. 마찬가지로 내부거래율이 100%에 육박한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들 두 회사에 대한 허 회장 외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샤니의 경우 2019년 기준 허 회장 외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69.86%에 달한다. 파리크라상은 9.8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기타 주주 지분은 20.34%다. 여기서 파리크라상 지분을 허 회장 외 총수일가가 100%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샤니는 사실상 총수일가의 사기업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샤니의 경우 허 회장이 42.41%의 지분을 소유 중이며 허 회장의 아내 이미향씨가 19.1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지분 38.40%는 샤니 소유다. 호남샤니 역시 사실상 총수일가의 사기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한 두 회사의 기업가치 상승은 종국에 총수일가의 사적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회사가 이익잉여금으로 수백억대 현금을 축적해 놓은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다보니 SPC그룹이 또 한 번 공정위의 조사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상장사를 비롯한 계열사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서다. 과도한 내부거래로 시장질서 등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PC그룹은 국내 양산빵 시장 등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SPC가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수준의 내부거래를 실시할 경우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출이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발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내부거래 현황 등을 관리·감독하는 대상은 대기업 집단이지만 그보다 작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행위도 상황에 따라 관리·감독하고 있다”며 “내부거래 목적이 일감 몰아주기 및 총수일가 사익 편취 등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내부거래 행위와 관련해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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