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임기 막바지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반시장·친노조 정책 기조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 경영계는 물론 전문가, 심지어 일반 국민까지 나서 정책의 현실성 부족 문제를 지적했지만 정부 기조엔 변함이 없었다.
여러 정책 중에서도 ‘주 52시간제’는 반발의 목소리가 특히 더한 상황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정책을 밀어붙였고 1차로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 지난 1일부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했다.
제도 적용대상 확대 이후 사업주는 물론 정책 수혜자인 근로자 또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중소 제조·뿌리산업 영세 사업주들의 경우엔 정책을 위반할 시 자칫 범법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절망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제를 준비할 여력이 없었을 뿐 아니라 뿌리산업 특성상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국가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영세기업 간곡한 호소에도 요지부동…“산단 입주 뿌리기업 절체절명 위기 느껴”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일컫는 신조어)’ 보장을 위해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로를 제한해 정책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선 후인 2018년 3월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실시했다. 50~299인 사업장은 지난해부터 적용키로 했으나 1년 유예돼 올해 1월부터 시행됐고 5~49인 사업장은 이달 1일부터 제도가 적용됐다.
앞서 대기업, 중견기업 등을 대상으로 제도를 적용했을 당시에도 반발이 거셌지만 이달 1일부터 영세기업까지 제도 적용대상에 포함되면서 여론 안팎에선 반발을 넘어 탄식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여건과 산업특성 상 주 52시간 제도 이행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하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4일 뿌리·조선업체 20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 44%는 아직 주52시간제 시행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기업 10곳 중 3곳(27.5%)은 다음 달 이후에도 주52시간제 준수가 어렵다고 답했다.
심지어 일부 사업주들은 제도 불이행 시 범법자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폐업 외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상 주 52시간 제도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폭탄이 부과된다.
“업종 특성 고려않은 환상정책 불과…의미 없는 계도기간 대신 52시간 제도 철회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시화국가산업단지에서 20년 가까이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동진(가명) 대표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15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들이다”며 “영세기업 주 52시간제 의무화로 수입이 감소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은 떠날 가능성이 높아 당장 공장을 어떻게 돌릴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아직까지 여건상 주 52시간제 준비를 못하고 있었는데 당장 일감이 몰릴 때 납기를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거래처가 대부분 수출기업인데 물량을 맞추지 못할 경우 국가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근로자는 수입이 줄어 떠나는 이런 정책을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다”며 “정부가 직접 일선 현장을 방문해 어려움을 살펴보고 이들의 의견을 청취했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은 철저히 무시됐다. 정부의 일방통행 정책에 산업단지에 입주한 대부분의 뿌리기업들은 사실상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다”고 성토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윤우성 대표(가명) 역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표는 “인쇄업 같은 경우엔 산업 특성 상 연장·철야 근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러한 물리적인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50인 미만 사업장을 하나로 묶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악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제도 강행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은 대안 없는 위기와 마주하게 됐다”며 “결국 52시간제를 지키려면 직원을 신규 채용해야하지만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결국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일을 할 수 있는 권한과 경제적 이득을 누릴 자유가 있는데 국가가 이를 간섭한다는 건 반헌법적 행위다”며 “시행시기를 늦추는 것보다 아예 탁상행정에 가까운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성토했다.
다수의 전문가들 역시 국가가 강제적으로 근로시간을 제한한다는 것은 노동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전문가는 주52시간 근무를 강제하는 조치는 사회주의식 발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근로시간 문제는 개인이 알아서 결정할 불가침 영역이다. 300인 미만 기업은 이해돼도 50인 미만까지 내려가는 건 상식에 크게 어긋난다”며 “특히 제조업의 근간인 금형·용접 등 대다수의 뿌리기업들은 업종 특성상 수주가 몰리면 정해진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철야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운을 뗐다.
이어 “주52시간제를 시행하려면 추가 인원이 필요한데 1년 6개월 넘는 코로나 여파로 추가 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며 “장시간 노동 관행을 타파한다는 취지가 도리어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하는 셈이다. 차기 정부는 주 52시간 제도를 가장 먼저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중소기업에도 주52시간을 적용하는 건 기업경영을 포기하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기업에 이미 적용했으니 중소기업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은 곧 상당수 중소기업의 폐업·장기불황을 촉발하는 동시에 기업이 무력화되는 현상 초래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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