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일대에서 한화건설을 향한 주민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어서다.
앞으로 공사가 2년 이상 진행될 예정이라 주민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화건설이 ‘법적 기준치 이하라 문제없음’을 내세우는 상황이라 파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건설현장에만 적용되는 중대재해법의 허점을 이용한 처사라며 무사고를 강조하는 최광호 사장의 안전경영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베란다 테이블 닦으면 돌가루·먼지가 수두룩…주말엔 새벽부터 ‘트럭 소음’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198-6번지 일대(한화포레나 수원장안)에선 아파트 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얼마 전까지 주차장으로 사용됐던 세무대학(2001년 2월 해체) 부지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의 시공사는 한화건설이다.
한화건설에 따르면 해당 단지는 최고 27층, 공급면적 89.04㎡~109.14㎡(약 27평~33평), 전용면적 64~84㎡(약 19평~25평), 11개 동, 1063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분양은 올해 2월 진행됐으며 2023년 9월 입주 예정이다.
단지는 인근에 동탄~인덕원 복선전철 ‘북수원역’(가칭)이 2026년 개통 예정으로 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수일초·중, 이목중, 동원고, 경기과학고 등이 인접했으며 단지 인근 등산로를 통해 광교산을 이용할 수 있어 ‘숲세권’ 아파트로 불린다. 한화건설은 우수한 입지에 ‘포레나’ 이름을 내 건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각오로 공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한화건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이번 공사로 인해 주변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과정에서 생겨난 소음·먼지 등은 물론 각종 위험요소의 관리·감독 측면에서 다소 소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은 공사를 위해 지나다니는 대형 트럭으로 인한 소음으로 수면방해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날아 들어오는 먼지 등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이 우려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특히 우회도로가 마땅치 않아 한화건설 공사차량이 단지 앞 도로로 수시로 오가는 탓에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걱정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공사현장 지척에 위치한 ‘북수원 아이파크’ 아파트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까지 꾸린 상태다. 김화석 북수원아이파크 비대위원장은 “베란다를 열면 금방 먼지가 쌓여 테이블을 닦으면 서걱서걱 소리가 난다”면서 “(아파트가 지어져)조망을 가리는 것도 우리 입장에선 문제지만 당장 폐로 이런 먼지가 들어올까 문을 닫고 에어컨만 틀고 있는 처지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지가 펜스를 넘어오는 것은 물론 흙이 바퀴에 붙어 단지 앞 도로를 지나면서 거기서도 먼지가 발생한다”며 “아이들과 노인들의 건강이 특히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른 현장도 소음은 있겠지만 이곳은 공사차량 진입로가 우리 아파트 바로 앞 한 곳 뿐이라 소음 피해가 유독 크다”면서 “주말이면 평일보다 더 많은 차량이 새벽부터 드나들어 잠을 설치는 주민도 부지기수다”고 말했다.
그는 “장안구청 공무원이 법대로 소음을 측정하지만 차가 지날 때의 소음만 모아 평균을 내는 것이 아닌 차가 다니지 않는 조용한 상황도 포함시켜 소음 수치를 산출하고 있어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화건설 최광호 사장은 무사고를 자랑처럼 이야기 하는데 건설현장 안의 안전만이 아닌 밖에 있는 인근 주민의 안전도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무사고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단지 주민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북수원 아이파크 앞에서 만난 김지연(여·가명) 씨는 “단지 앞 도로가 수시로 갈라진다”면서 “자주 지적해야 겨우 포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상으로 공사차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억울하다”면서 “공사현장까지 큰 차들이 지나다니는데 신호수의 경우도 자기들 현장 앞에 1명이 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 미터 안 되지만 1번 국도에서 우리(북수원 아이파크) 단지 앞 도로로 들어올 때부터 신호수가 나와서 현장을 컨트롤 했으면 한다”면서 “그래야 아이들, 노인들도 마음 놓고 거리를 오갈 수 있다”고 피력했다.
북수원 아이파크 주민 뿐 아니라 인근 삼익 아파트 주민들도 아파트 외벽에 ‘먼지 폭력, 소음폭력 사과하고 보상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상태다. 이곳 주민에 따르면 이곳 단지 내에서도 최근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민원 빗발치는데 한화건설 뒷짐만…전문가 “현장 밖 안전관리 국회에서 논의돼야”
현장 밖 부실한 안전관리로 인해 주민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한화건설은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결국 주민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지자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장안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올 들어 많이 들어왔다”며 “공무원들이 수시로 현장에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은 주민들의 안전사고 우려에도 줄곧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소음의 경우 주간과 야간, 법이 정해놓은 기준치 이하를 준수하고 있다”면서 “먼지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살수차를 운영하고 6m 높이 펜스도 사용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필요할 경우 현장 바로 앞이 아닌 진입로 앞까지 신호수를 배치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법적 기준치 외의 피해에 대해 우려하며 건설 현장 밖 논쟁거리에 대한 논의도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보상할 근거가 없더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건설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현장 밖에서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도 현재 소음·진동 관리법이 일시 소음 강도만 반영하는 것이 아닌 조용한 시간까지 포함돼 평균을 내 소음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선 억울할 것이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건설사들 중 상당수가 현장 외부의 안전은 외면한 채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음·분진은 그저 물 뿌리면 그만이고 그마저도 안되면 돈 몇 푼 주면 해결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모습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을 앞두고 건설 현장 내 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지금 건설현장 밖 주민들의 고충해결, 안전보장에 대한 국회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처벌 수위가 낮으니 이런 상황이 다수 발생한다고 본다”면서 “과태료가 아닌 벌금을 부과하고 사업주가 스스로 책임지고 나설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압박이 필요하다”며 “이런 사례는 근로자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안전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올해 국감에서 다뤄지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수원시 파장동 등을 지역구로 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해당 포레나 관련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레나 측과 비대위가 소음, 안전문제와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실, 경찰, 관공서에서 현장을 자주 방문해 점검·감시하고 있다. 지역의원들도 자주 방문하고 있다”면서 “지역 사무실과 연계해 다시 현장을 점검하고 민원을 청취하겠다. 국정감사때 다뤄져야할 문제라고 판단되면 더욱 신경써서 들여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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