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 정책인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막을 올린 가운데 수도권 내 값싼 고시원·원룸 등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 당첨 확률을 높기 위해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결국 국가가 주도해 투기를 조장한 셈이라며 정책으로 시장을 잡을 수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놓고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 홍보…위법 피하는 방법 알려주기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곳은 △남양주왕숙1(866만㎡, 5만4000가구) △남양주왕숙2(239만㎡, 1만5000가구) △하남교산(631만㎡, 3만4000가구) △인천 계양(333만㎡, 1만7000가구) △고양 창릉(813만㎡, 3만8000가구) △부천 대장(343만㎡, 2만가구) △광명 시흥(1271만㎡, 7만가구) △과천 과천(155만㎡, 7000가구) △안산 장상(221만㎡, 1만4000가구) 등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일환인 3기 신도시는 수도권 주택시장 및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계획된 공공주택 지구를 뜻한다. 주변 아파트에 비해 공급액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시세차익을 노린 각종 꼼수 등의 부작용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위장전입 급증이다. 상대적으로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은 지역민 물량을 따내기 위해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 고시원이나 원룸 등으로 서류상 거주지를 옮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 기준 3기 신도시 청약추첨 순위에 따르면 1순위는 해당 시·군 1년 이상 거주자에게 30%, 2순위는 6개월 이상 경기도 거주자에게 20%, 3순위는 이외 수도권 거주자 50% 등에 공급이 이뤄진다.
실제로 고시원이나 원룸을 구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입신고가 가능한 수도권 일대 고시원이 있는지를 묻는 게시글이 다소 게재돼 있다.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일정 부분 비용을 지불하고 서류상 주소지만 옮기는 게 가능한 지를 묻는 게시글들도 다수 존재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고시원에다 주소만 옮겨 놓아도 된다”, “말이 많은데 아직 해도 괜찮다” 등의 댓글도 달려 있었다. 스카이데일리는 ‘위장전입 문의’ 게시글을 올린 A씨와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A씨는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6개월 30만원(우편수령 포함), 1년 50만원이다”면서 “입실원서를 써주고 온라인 신청을 해주니 걱정말라”고 말했다.
한 게시글에 ‘전입신고를 도와주겠다’고 댓글을 단 인물과도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남양주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B씨는 “1순위 청약기회를 놓쳤어도 수도권 거주자한테 2·3순위로 배정되기 때문에 일단 옮겨두는 게 확률이 높아진다”며 “위법이다 뭐다 말 많은데 고시원 근처나 동네 어디서 체크나 신용카드를 중간 중간 사용해주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차탑승이라도 노려라”라며 탈법을 피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까지 일렀다.
집값 오른 상황서 값싼 3시 신도시는 피할 수 없는 유혹…“서민 범법자 만든 건 정부”
선순위 청약 대상에서 낙첨되더라도 다음 순위 선정 대상자에 포함되는 3기 신도시 청약의 허점을 노린 위장전입 탓에 해당 지역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10월·12월)는 2018년 6월 총 인구수가 67만6078명이었지만 올해 5월엔 72만3215명으로 약 5만명 증가했다. 하남시(11월)는 같은 기간 24만1680명에서 30만5908명으로 6만여명 증가했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서울 집값 상승으로 인한 거주 이전, 도시개발 등 여러 요인이 있어 모두 위장전입을 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일부는 신도시 청약을 노린 위장전입이란 사실도 간과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위장전입은 적발 시 주택 공급계약이 취소될 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아울러 10년 동안 청약신청 자격도 불가하다.
그럼에도 위장전입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지난해 분양된 단지들을 대상으로 한국부동산원과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부정청약 총 499건을 적발됐다. 이 중 위장전입이 191건으로 적발 건수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올해 상반기 분양단지를 대상으로 부정청약 여부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만연했던 ‘위장전입’ 불씨가 꺼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무주택자들과 전문가들도 오히려 정부가 꺼져가던 불씨를 키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종 정책으로 집값이 크게 올라 평생 전·월세 신세만 전전할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고조된 상황에서 ‘3기 신도시’라는 떡밥을 던져 한 방 심리를 자극시켰다는 지적이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더 큰 화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3기 신도시 예정지로 사전청약을 앞둔 부천 대장동 인근에 4년째 전세로 거주하는 강성환(41·남) 씨는 “집한 채 사는 걸 늘 꿈꾸던 사람들에게 3기 신도시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며 “따지고 보면 무주택자들이 내 집 희망을 잃게 된 것도, 그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3기 신도시를 내놓은 것도 전부 정부가 한 게 아닌가. 서민들이 위장전입을 시도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다 정부가 초래한 일이다”고 꼬집었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배윤지(29·여) 씨는 “부동산에 대해 해박하진 않지만 이전보다 내가 살집 하나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워졌다는 것을 실제로 체감한다”며 “지금 현실은 주식이나 비트코인 안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인데 이런 현상은 2년 전부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시작되고 나서 벌어진 패닉(공황)이다. 한탕주의가 만연한 상황에서 청약당첨을 위한 위장전입 시도가 안 생기는 게 더 이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비거주 전입신고 등의 위장전입 시도가 급증한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정부 주도의 주택공급이 초래한 부작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부 주도의 공급 정책 자체가 로또청약을 노리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일종의 사인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부동산 규제 정책을 유지한 상태에서 낮은 분양가격으로 공급하면 시세차익 기대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애꿎은 국민이 순간의 유혹에 현혹돼 범법자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분양가를 책정함과 동시에 채권입찰제를 통해 시세 차익 일부를 걷어 서민 주거복지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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