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거인구가 전체의 약 78%를 차지할 정도로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층간소음은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새 정부가 내놓은 8·16 부동산대책에도 층간소음 저감 계획이 포함됐다. 건설업계에서도 관련 신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 해결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업계가 보유한 기술력은 언제쯤 보편화될 수 있으며 현재 마련된 제도는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는지 살펴본다.
층간소음 민원 폭증… 이웃간 극단적 갈등 해결 나선 정부와 업계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2019년 약 2만6200건에서 2020년 약 4만2200건, 지난해 약 4만650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자택 체류시간이 늘면서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갈등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6월 인천 부평구, 지난해 9월 전남 여수 등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등 층간소음으로 인해 매년 2~3건의 살인 사건이 보도되고 무수히 많은 갈등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8.16 부동산대책과 8.18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을 통해 기존 지어진 주택과 향후 지을 주택에 대한 층간소음 저감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기존에 이미 지어진 주택에선 저소득층(1~3분위)과 유자녀 가구(약 4~7분위)를 대상으로 각각 무이자, 1%대 금리로 소음저감 매트 설치비(최대 300만원)에 대한 이자를 제공한다.
또 500세대 이상 단지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의무 설치하도록 해 입주민, 동대표, 관리사무소장 등이 층간소음에 자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국토교통부(국토부)·환경부 등에 분산된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이웃사이센터,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등 민원창구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신축주택의 경우 앞서 8월4일 시행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와 함께 바닥 소음 기준을 강화했다. 기존 완공 전 바닥 모형으로 측정하는 테스트를 완공 후 무작위 선정 측정으로 변경했으며, 의자 끄는 소리 등의 경량충격음은 58데시벨(dB)에서 49dB로, 아이들이 뛰는 소리 등의 중량충격음은 50dB에서 49dB로 기준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고성능 바닥구조를 시공할 경우 현행 시공 후 1회 제출하게 돼 있는 바닥구조 시공확인서를 타설 후, 완충재 시공 후, 바닥구조 시공 후 등 3회 제출하도록 해 품질점검을 강화했다. 성능 미달 시 검사기관은 사업자에게 보완시공 및 손해배상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사업자는 10일 내 조치계획서를 제출하고 조치 결과를 검사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층간소음 사후확인 결과를 입주민들에게 통지하고 우수시공사를 공개하거나, 주택분양보증 수수료 할인 등 보상을 제공한다. 바닥 슬래브 두께를 현재 기준인 210mm보다 두껍게 할 경우 분양가 가산을 허용하고, 슬래브 두께만큼 층수가 줄어들지 않도록 용적률을 높여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동시에 국토부와 환경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 현행 주간 43dB, 야간 38dB인 직접충격소음 기준(1분 등가소음도)을 39dB, 34dB로 강화하는 개정안을 조속히 행정예고 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층간소음 방지기술 개발 나서… “정책보완·사회적 합의해야”
건설업계에서도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신기술 개발, 대책 마련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3사는 최근 층간소음 저감기술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기존에 개별적으로 축적해온 관련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강점을 모아 내년 말까지 최적의 층간소음 저감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를 모든 건설사들이 활용토록 외부에 공개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국내 최초로 층간소음연구소를 설립한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 국내 최대 규모 층간소음 전용 연구시설 ‘래미안 고요안(安) 랩(LAB)’을 개관하고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층간소음 차단 성능 1등급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철근 배근 구조 및 철근량 배합 관련 특허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스티로폼 차음재 대신 폴리우레탄·폴리에스테르 복합 소재의 차음재를 적용하는 등 슬래브 설계 및 구성 자체를 강화하기도 했다. 최근 LH품질시험인정센터로부터 바닥충격음 성능등급평가 경량·중량 모두 1등급 인정서를 취득했다.
포스코건설은 층간소음 TFT(태스크포스팀)을 조직, 하이브리드 강성보강 바닥 시스템(안울림)을 개발해 210mm 슬래브에서 중량 2등급, 경량 1등급 성능 검증을 마쳤다. 하반기 국토교통부 인정을 통해 실제 설계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신축아파트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2~3년 뒤 준공되는 아파트부터 실제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건설사들의 강화된 바닥구조 시스템 및 신기술 도입 역시 이와 비슷한 시기 또는 이후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각종 대안을 내놓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이것이 실제로 효과로 나타날 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선, 1~3dB(데시벨) 정도의 소음저감 효과를 볼 수 있는 매트를 직접 지원하는 것도 아닌 구입에 대한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냐는 의문과 함께, 의무화되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가 현재 관리소장이 중재에 나서는 것과 사실상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강제이행 사항이 아닌 층간소음 사후확인제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주택분양보증 수수료 할인, 용적률 등 혜택이 실질적으로 미미하다면 건설사가 이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재건축을 준비하는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8·16대책에 층간소음 관련 많은 방안들이 나왔지만 대부분 개별적으로 조치해왔던 부분이고, 뚜렷한 지원책이나 규제가 아니어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바닥두께를 강화해 분양가 가산 혜택을 받아놓고 막상 준공 뒤 부실시공으로 효과가 없다면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입주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이 같은 세부적인 방안이 더 마련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바닥두께 강화 비용을 건축비에 반영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건설사 참여도를 올릴 수는 있지만 분양가도 상승한다는 점에서 입주자에게는 부담일 것”이라며 “추가 유인책을 마련하기에도 업계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층간소음 대책을 마련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수인한도(개인편차)와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이번 대책 하나만으로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보단 이를 토대로 앞으로 정책 보완과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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