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0-04 03:05
뉴스 > 연재기획
[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방송 인허가 심사의 핵심은 투명성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17 10:55:01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TV조선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과장이 구속되었다. 심사 점수를 조작한 혐의다. 2018년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유독 TV조선만 ‘공정성’ 항목이 기준점수에 미달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을 때부터 의혹이 있었다. 더구나 2017년 집권 직후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행정조치의 엄중함을 보여주겠다”고 엄포를 놓을 때부터 보수 신문사들의 종편채널 재승인 심사가 만만치 않을 것이 예견됐다.
 
담당자 한 명이 구속되었다고 재승인 심사가 조작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그토록 증오해왔던 보수신문이 소유하고 있는 종편 채널에 대해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보이지 않게 압박을 가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심사위원들이 정해진 배점표에 따라 정량적으로 판단하는 재승인 심사 점수를 담당자 혼자 조작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최소한 몇 명이 공모했거나 아니면 조직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라는 방송계 거대 권력 조직의 문제다. 여기에 정치적 의도까지 개입되었다면 선거 조작만큼이나 중대한 권력형 비리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 엄밀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 방송사업 인허가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1년 제정된 종합유선방송법이다. 이에 따라 1993년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승인되었다. 하지만 최초의 케이블TV 사업자 선정심사가 완전히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선정 결과를 둘러싸고 수많은 루머가 나돌았다. 그렇지만 정작 방송법에는 인허가 규정 자체조차 없었다. 말 그대로 ‘한 번 방송은 영원한 방송’이었던 시절이었다.
 
1989년 SBS(서울방송)를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허가된 지역 방송들 역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 절차를 거쳤는지는 의문이다.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담당자가 했던 부연 설명들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SBS의 모기업이 건설회사로서 방송사 조기 구축에 유리하고 사옥이 여의도 가까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경합을 벌였던 기업의 오너보다 젊다는 말도 곁들였다.
 
광고
방송사업자 인허가 제도가 법에 규정된 것은 2000년 제정된 통합방송법이다. 방송사업자 허가 기간과 심사기준 등을 법으로 명기한 것이다. 이 법에 근거해 최초로 시행된 인허가 심사는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이었다. 물론 심사 방식과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 착오와 사업자 간 갈등이 없지 않았지만 큰 문제없이 사업자가 선정되었다. 이후 위성DMB·지상파DMB 그리고 IPTV에 이르기까지 많은 신규 매체들이 인허가 심사를 거쳐 방송시장에 진입하였다. 2010년에는 정치적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종편 채널 사업자도 심사를 통해 승인되었다.
 
2004년부터는 재허가 심사도 시행되었다. 케이블TV는 물론이고 KBS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사들 역시 거의 매년 연차적으로 재허가 심사가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2004년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는 제도화된 심사 방식도 자의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1차 심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SBS와 지분구조와 방송 운영에 심각한 결격사유를 지닌 다른 2개 지역 민방이 2차 심사에서 통과된 것이다. 대신 1차 심사에서 별문제가 없었던 경인방송이 최종 허가 취소되었다. 그야말로 유탄을 맞은 셈이다.
 
이는 심사기준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밀실 심사제도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맹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심사위원 구성에서부터 정권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는 현행 심사제도는 정치적으로 충분히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 절차와 기준을 법으로 정하는 이유는 심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투명한 심사 절차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 역시 얼마든지 조작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심사 기준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 인위적으로 배점이나 항목을 바꿔 악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 기술이나 경영 같은 정량적 평가들은 심사위원이 아닌 공개된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와 아울러 방송 사업자에 대한 대면 평가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거나, 1차 평가 결과 등을 바탕으로 공청회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미국의 경우 요식행위 같지만 지역방송 재허가 시 지역주민 공청회는 물론 학부모회 같은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공청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재승인 심사와 관련된 의혹은 밀실 정치와 마찬가지로 밀실 심사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방송 민주화의 토대가 투명한 인·허가제도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6,004 ▶
어제 140,481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