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동양의 법가들은 “항상 강한 나라도 없고 항상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잘 받들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무시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고 경책했다. 국가 발전에 법질서가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 이러한 법 정신은 우리의 헌법 정신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48년 7월17일에 공포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주권재민 정신이다. 준법정신과 민주시민 정신을 실천해야 함을 뜻한다.
헌정 78주년.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가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벗어난 이후에 크게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36년이 지났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들을 꼽을 수 있다. 민주화 이후의 긍정적 변화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성공하면서 국민의 자긍심이 높아졌다. 이제 세계인들에 의해 선진국으로 인정되면서 이러한 자긍심은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둘째, 군사문화의 잔재가 청산되고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국민 인권이 신장됐다. 무엇보다 언론 자유가 강화됐고 국민 각자 자신의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가능성이 확대됐다. 셋째,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정치의 정상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동물국회와 식물국회’가 반복되는 등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반면에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다. 과거 유신 시절이나 제5공화국 당시에 비하면 대통령의 권한이 크게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삼권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공천 개입 등을 통해 국회에 대한 영향력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사법부 수장 임명권을 갖고 있어 사법부에 대한 우위를 보이는 등 대통령은 여전히 제왕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는 문제도 있다. 개발독재의 성공이 남긴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대통령실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려는 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치 형태가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이와 맞물려 있는 것이 늘 말만 앞서도 실행은 없는 분권과 협치라고 할 수 있다. 진영논리와 여야의 극단적 대립 속에서 분권과 협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 영역 못지않게 누구보다 판사·검사·변호사로 통칭되는 법조삼륜(法曹三輪)의 준법이 요청되는 현실이다. 일부 전관 변호사들은 ‘형사 소송 1건당 50억’ 등에서 보듯 현직 때 맺은 인맥을 활용해 터무니없이 많은 ‘수임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정의의 화신인 양 사정(司正)의 칼을 맘껏 휘두르던 판·검사가 전관이 되어선 ‘법조비리의 대명사’ 같은 존재로 전락하곤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일을 예견한 듯 “사사로운 의리를 행하면 나라는 어지럽게 되지만, 공적인 의리를 행하면 잘 다스려진다. 그러므로 공과 사는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법언이 가슴을 울린다.
이는 ‘오직 공평하면 지혜가 생기고, 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는 서구 법철학과도 궤를 같이한다. 법은 공동체 질서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담보 장치다. 법은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패가 된다. 하지만 모든 일을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인간의 자유와 창의를 방해하는 역효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법은 생명체다. 국민은 투자 부진·일자리 부족·과중한 세금·금융 불안·구매력 저하·물가 앙등·소비 위축·자영업 줄도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므로 국리민복을 위해 법과 제도는 제때 제정되고 개폐돼야 한다.
대표적 법가 한비자는 “시대 사정에 따라 알맞게 법을 고치고, 공공의 이익을 좇아 법을 받들면 골고루 이익을 나눌 수 있다(系事通時依變法 從公奉法得平均)”고 환기시켰다. 백성의 삶을 옥죄는 과도한 법과 제도는 문제지만, 민초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시의적절한 법과 제도·조례의 뒷받침은 긴요하다.
대한민국은 광복 이후 70여 년 동안 압축성장을 해 왔다. 서구의 선진국에서 200년 이상의 세월에 이룩한 것을 몇 배 빠르게 성취했기 때문이다. 압축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빈부격차를 비롯한 사회적 갈등이 그렇다. 이제는 부작용들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고, 제3세계 국가들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롤 모델로서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 출발은 준법정신이다. 오늘은 제헌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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