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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왜 가냐고 묻는다면 먹으러 간다고 대답한다. 부산만의 담백한 음식 맛이 있다. 부산 사람은 대화할 때 텐션이 높은 편이다. 항구 도시 특성상 말소리가 뱃고동에 쉽게 묻히므로 크게 말하는 버릇이 남아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음식은 정반대다. 부산 로컬음식은 텐션이 낮다. 수수하다 못해 밋밋하다. 그래서 더 많이 당기고 더 자주 생각나는 부산 음식이다.
부산역 차이나타운 중국집
부산 여행의 출발점은 단연 부산역이다. 사람들이 긴 시간 열차에 실려 당도한 곳인 만큼 부산역 일대에는 자연스럽게 식당가가 형성되었다.
부산역 건너편 차이나타운의 역사는 1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4년 초량동에 청나라 영사관이 설치되면서 중국인이 하나둘 모여들어 차이나타운을 이루었다. 부산역에 당도하면 차이나타운의 붉은색과 황금색이 눈을 유혹하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다.
부산 차이나타운에는 공중파 3사가 앞다투어 취재해 간다는 만둣가게 ‘신발원’부터 원향재·평산옥·마가만두·양산국밥과 같은 맛집이 즐비하다.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가 만두와 짜장면을 다 먹어 볼 요량으로 원향재로 향했다.
촉촉한 육즙과 쫄깃한 만두피 ‘고기만두’ 한 접시를 해치우고 나자 그 유명한 간짜장이 나왔다. 간짜장은 마를 건(乾)을 쓴 건짜장에서 출발했다. 간짜장은 일반 짜장과 달리 즉석에서 야채를 볶아 만들기 때문에 재료의 형태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게 특징이다.
듣던 대로 부산 간짜장에는 노란색과 흰색이 조화로운 달걀프라이가 다소곳이 얹혀 있다. 반숙된 달걀노른자 덕에 간짜장의 메마름이 제거되면서 짜장면 맛도 더욱 고소하고 부드러워진다.
초량시장 갈비골목의 유혹
차이나타운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초량시장이다. 이곳 갈비골목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구수한 고기 냄새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사실 갈비골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 많은 식당 중에 대기 줄이 늘어선 집은 밀양갈비 한 집뿐이다.
이 가게는 1997년 오픈한 노포로 부산 현지인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으려면 식사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는 게 좋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주인장이 나타나 달궈진 철판을 기름으로 닦아낸 후 생갈비와 고구마를 척척 얹어놓고 사라진다. 사라졌나 하면 고기가 익을 즈음 다시 와서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 준다. 향기롭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고기가 맛있다.
고기 맛에 푹 빠져 있다가 무심코 반찬을 집어 들면 이것이 또 굉장하다. 당귀 장아찌와 절인 배추도 탁월하지만 미더덕이 들어간 된장찌개는 밀양식당의 고기 맛을 뒤에서 받쳐 주며 이 집에 다시 오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대구탕 맛집
해운대는 해수욕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달맞이길’로 불리는 해안선 일대와 산언덕의 총칭이다. 달맞이길에서 내려다보는 해안이 매우 아름다워 부산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통한다. 차로 달려서 좋은 길은 걸어도 좋다.
동백숲·소나무숲이 어우러진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고갯길에 자리 잡은 ‘해운대 기와집 대구탕’과 만나게 된다. 일반 주택을 가게로 리모델링한 탓에 척 보면 매우 협소해 보이지만 곳곳에 방이 숨어 있어 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국물 맛은 깊고 개운하며 대구살은 풍성하다. 아침 해장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른 아침인 8시에 문을 연다. 대구 맛집이기도 하지만 소위 ‘뷰 맛집’이다. 너른 창으로 내려다보는 부산 앞바다와 바닷가 마을이 그윽하니 정겹다.
태생이 남다른 부전시장 꼼장어
부산에는 많은 시장이 있지만 부전시장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부산 최대의 시장으로 손꼽힌다. 동해선 부전역과 잇닿아 있는 이곳은 꼼장어 골목으로 유명하다.
부전시장 꼼장어는 순수 국내산으로 신선도가 특급이다. 연탄불에 초벌로 한 번 구운 뒤 양념장을 입혀 한 번 더 굽는 방식으로 나온다. 쫄깃한 꼼장어에 얼큰하고 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지니 자꾸만 젓가락질을 부른다.
사람의 수준은 위를 향한다. 여기서 한번 먹어본 사람은 다른 곳의 꼼장어구이를 못 먹을 수 있으므로 섣불리 손댈 일은 아니다.
천막은 두고 이름만 가져온 ‘다리집’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은 전국구 피서지로 여름마다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그런 만큼 맛집도 밀집해 있는데 그중 가장 대중적이고 유서 깊은 식당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단연 ‘다리집’이다.
다리집이라는 이름은 이곳이 원래 천막 떡볶이집이라 사람 지나가는 다리만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천막집 자리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천막이며 의자며 매대까지 다 두고 왔지만 다리집이라는 이름만은 갖고 왔다.
매콤달콤한 떡볶이 국물 맛이 일품으로 수많은 세월 영업을 이어 오면서 많은 단골을 거느리고 있다.
자글자글 소음 가득 자갈치시장
자갈치 시장은 부산의 대명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더욱이 부산 최대 번화가인 남포동과 잇닿아 있어 관광객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자갈치라는 이름은 해안을 덮은 자갈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고 물고기 이름 자갈치에서 비롯됐다고도 하는데 이름에서는 자글자글 생선 구워지는 냄새가 난다.
이곳 생선골목에 들어서면 가게마다 기름 냄새를 풍기며 생선 굽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생선의 신선도는 두말할 것도 없고 내오는 생선의 양도 푸짐하다. 막걸리 한 잔에 생선구이 한 접시면 식사가 따로 필요 없다.
이와 함께 부산은 돼지국밥·밀면·비빔당면·부산어묵·동래파전으로 유명하다. 부산만의 독특함으로 경쟁하는 음식들이다. 부산 로컬음식을 다 맛보려면 2박3일이 너무 짧다. 3박4일 일정으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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