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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 부촌·빌딩의 섬 ‘비 새는 아파트’
상전벽해 부촌·빌딩의 섬 ‘비 새는 아파트’
[아찔! 노후아파트<3>]-시범중산아파트…위험시설 20년, 시·구청에 주민불만 폭발
김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4-11-10 00:07:03
지난 2007년 7월 ‘용산국제업무지구통합개발사업(이하 용산개발사업)’이 발표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시장의 요청으로 용산차량사업소 부지(44만2000㎡)만 개발하려던 기존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다 서부이촌동 지역(12만4000㎡)을 포함시켜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용산개발사업은 용산구 한강로 3가 40-1 일대에 상업, 문화, 주거 기능을 포함한 여러 시설을 조성해 이곳을 국제업무 지구로 키우겠다는 계획이었다.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던 용산개발사업은 이내 거센 반발에 부딪히게 됐다. 비교적 근래에 지어진 아파트(대림·성원·동원)를 중심으로 용산개발사업 반대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09년에는 서부이촌동 인근 용산4지구에서 ‘용산참사’가 벌어지면서 기업들이 이 일대 개발에 투자를 꺼리기 시작했다. 각종 반대와 악재 그리고 시행사 드림허브의 부도로 용산개발사업은 2013년 전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용산개발 이전부터 자신의 아파트를 재건축을 하려던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7년이란 기간 동안 용산개발로 인해 독자적으로 재건축을 할 기회를 잃었다. 특히 지난 1996년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이촌 시범 중산아파트’ 주민들의 낙심은 더욱 컸다. 스카이데일리가 용산개발사업으로 재개발의 기회를 놓친 시범 중산아파트를 현장 르포 ‘아찔! 노후 아파트’ 시리즈 세 번째로 소개한다.


 ▲ 지난 1970년 6월 입주를 시작해 건축연령 44년이 넘은 이촌 시범 중산아파트는 한눈에 봐도 낡은 아파트임을 알 수 있었다. 창틀과 출입문 계단의 손잡이까지 나무로 돼 있는 이곳 아파트는 각종 창틀이 뒤틀리고 헤져 창문의 구실을 못하는 가구가 많았다. 거센 바람과 비가 몰아치는 날이면 현관에서도 비를 맞는 실정이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한강대교 북단과 연결되는 한강로는 이촌동을 둘로 나누는 지역이다. 행정구역상 한강로를 기준으로 동쪽은 이촌1동·서쪽은 이촌2동이지만, 사람들은 흔히 ‘동부이촌동’과 ‘서부이촌동’으로 부른다. 부촌으로 인식된 동부이촌동과 달리 서부이촌동은 서민들이 많이 거주한다.
 
이촌로를 따라 서부이촌동 방면으로 가다보면, 그 끝에 위치한 낡은 아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970년 6월 입주를 시작해 건축연령 44년이 넘은 이촌 시범 중산아파트(이하 중산아파트)다. 한눈에 봐도 낡은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39㎡(약 12평)·49㎡(약 15평)·59㎡(약 18평)로 구성됐다. 7층 건물 6개 동에 총 228세대로 이뤄져있다.
  
복도로 들이치는 빗물…깨진 유리창으로 밀려오는 추위
 
아파트 외벽에는 균열을 메운 보수공사 흔적이 가득했다. 그러나 빈 집이 많았던 여타 재난위험아파트와는 달리 중산아파트는 많은 세대가 살고 있었다. 계단식 아파트인 이곳은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아파트를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계단을 따라 옥상 쪽으로 올라갔다.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는 출입문, 가정집으로 들어가는 문 등이 모두 목재로 제작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숱한 갈라짐에 보기에도 흉했던 외벽은 보강공사를 거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넓고 수도 많은 것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보강공사만으로 아파트의 건축연령을 늘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주민들도 알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일부 주민들은 낡은 나무문을 철문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대다수가 목재 현관을 그대로 사용한다”며 “다만 도난방지를 위해 손잡이 부근에만 철판을 댄 집들이 많다”고 말했다.
 
계단 손잡이와 층과 층 사이의 창문 역시 모두 목재로 제작됐다. 고층부로 올라 갈수록 목재 창은 부식이 심해보였다. 벌어진 창틀 위로 아슬아슬 걸려있는 유리창도 있었다. 심지어 창문을 아예 떼어 버린 곳마저 심심치 않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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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아무래도 나무다 보니 내구성이 떨어진다”며 “오랜 세월 동안 빗물이 스며들어와 창과 틀이 썩으면서, 약한 바람에도 창문이 덜그럭 거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태롭게 매달린 창문이 불안해) 아예 떼버린 곳도 많다. 비가 오면 현관 앞까지 비가 들이 닥치기도 하고, 겨울이면 찬바람이 현관 사이로 들어와 반드시 문풍지를 붙여야 한다”며 어려운 생활환경을 고백했다.
 
실제 기자가 세 개 동의 아파트 창을 점검한 결과, 썩거나 갈라진 틈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5동의 경우에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창문을 떼고 그곳에 대형 아크릴판을 덮어놓기도 했다.
 
비만 오면 줄줄 새는 빗물…“거듭된 요청에 구청이 옥상방수 공사 해줘”
 
아파트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낯선 사람의 등장에 일부 주민들은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한 주민은 “취재한다는 사람 숱하게 다녀갔어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왜 자꾸 오는지 모르겠다”며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하지만 그는 “위험시설로 지정된 지 20년이다. 20년 동안 구청이나 시청이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비가 너무 샌다는 민원에 작년 옥상 방수공사와 외벽의 틈을 메워준 것이 전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낡은 목재 손잡이만 보더라도 이곳 아파트의 역사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노후 아파트인 만큼 지상2층에서도 비가 오면 물이 샌다는 이곳은 지난해 구청측이 옥상 방수포 공사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

곁에 있던 한 주부는 “강변북로에서 우리 아파트를 바라보면 보기 안 좋다. 낡은 페인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외벽에 페인트칠을 해줄 것을 구청에 요청했으나 매번 묵살당한 것으로 안다”며 구청의 방관적 태도에 대해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기자가 올라가 본 옥상은 초록색 방수 페인트가 골고루 칠해져 있었다. 과거 곳곳에 균열이 있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옥상에 올라서자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건너편 아파트의 고층 부근의 균열이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방수공사 후에도 비가 새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며 “심지어 나는 2층에 거주하는데도 새는 빗물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40년 넘은 아파트의 시설이 좋을 리 없다”며 “갈라진 틈으로 새어나오는 비를 어떻게 다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시급한 것은 재건축이다. 국제 업무지구 계획으로 무산된 재건축을 최근 다시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은데 공론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특별계획구역’ 지정…첫 걸음 뗀 재건축, 버틸 수 있을까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서부이촌동을 두고 “용산철도창 부지와 아파트를 별도로 두고 각각에 맞는 맞춤형 개발을 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박 후보와 맞선 정몽준 후보는 “용산개발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선거결과 박 후보를 꺾는 데 실패했다. 박 시장이 당선되자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맞춤형 개발’이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각종 갈등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서부이촌동을 남측 단독주택지·중산아파트·미도아파트 등 3개 구역별로 나눠 정비한다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의 입장차로 향후 재건축 계획이 순탄할지 미지수라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재건축 추진마저 불가능하게 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추진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주민들은 새로이 재건축을 추진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이제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강건너 여의도에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이웃하는 마포와 동부이촌동의 고층빌딩이 올라갈 수록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진다고 전해진다. 사진은 아파트 뒤로 보이는 여의도 빌딩들의 모습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예정지였던 서부이촌동 및 용산철도창 부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시가 내년 상반기 안으로 새로운 개발계획을 수립해 발표하는 것으로 안다”며 “인근 주민들도 바쁘게 재건축을 준비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용산개발사업 때부터 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곳이라 향후 개발계획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고 우려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가이드라인 초안에 따르면 중산아파트는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구’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용적률이 최대 400% 이하로 높아진다면 최고 24층 높이의 재건축 아파트가 지어질 수도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 계획이 발표된다는 소식에 모두들 긴장하고 있다”며 “중산아파트 토지가 서울시 소유인만큼 시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주민 간 개발의 뜻을 모을 수 있다면 재건축이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도 지난 7년 동안의 피해 보상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건은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서로 양보해야 지금의 현실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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