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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위험 곳곳 징후 하루하루 공포로 살죠”
“붕괴위험 곳곳 징후 하루하루 공포로 살죠”
[아찔! 노후아파트<1>]-신림 강남아파트…재건축도 지지부진 주민 2/3 떠나 ‘폐허화’
김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4-10-31 00:23:04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안전진단 D·E등급의 공동주택 2500여 가구가 별다른 대책이 없어 주민들이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재난위험시설물 226개동 중 공동주택은 아파트 55개동, 연립 44개동 등 총 99개동 2557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 거주하는 수천 명의 주민들은 하루하루 조마조마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74년 입주를 시작한 서울시 관악구 조원동(구·신림8동) ‘신림 강남아파트’도 재난위험시설물로 분류되는 아파트다. 서민층의 주거공급을 위해 급하게 지어진 이 아파트는 수요자들의 대다수가 구로공단 공장주들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아파트 십 수 채를 사 놓고 직원들의 숙소용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이 아파트는 본래의 수명을 다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아파트 내외부에 쩍쩍 갈라지고 뻥 뚫린 곳이 적지 않아 “사람 사는 곳 맞나” 할 정도의 생각까지 들게 한다. 주민들도 “붕괴 위험이 곳곳에서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하루하루 공포로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미 전체 세대수의 2/3 가량이 이곳을 홀연히 떠나 아파트 곳곳은 폐허로 변하는 상황이었다. 재건축 추진마저 제자리걸음을 걷던 이곳은 최근 조합장 해임으로 재건축이 ‘스톱’ 된 상태이기까지 하다. 이에 중앙정부가 나서든 해당 지자체가 돕든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자칫 대형사고가 나면 주민들 생명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새 현장르포 시리즈 ‘아찔! 노후아파트’ 첫 번째로 위태롭기 그지없는 재난위험시설 D등급의 신림 강남아파트를 현장 취재했다.

 
 
 ▲ 재난위험시설 D등급의 신림 강남아파트는 전체 876세대 중 270세대만이 남아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재건축이 이뤄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조합 측의 방만한 운영을 문제삼은 주민들에 의해 조합 집행부가 전원 퇴진한 가운데 현재는 법정대리인이 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오전 시간에 찾은 신림 강남아파트는 17개동 단지의 아파트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용했다. 전체 876세대 중 270세대만이 남아있는 이곳은 주차된 차들을 보고나서야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할 정도로 침묵이 흘렀다. 
 
아파트단지 배후의 인도에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낙석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긴 철제 슬레이트 터널이 만들어져 있었다. 인도방향으로 나있는 동 출입구는 군데군데 폐쇄된 상태였고, 반 지하층은 먼지 낀 유리창 너머로 실내가 들여다보였으나 세간이 있는 곳은 몇 집 되지 않았다.
 
빈 집들을 둘러보기 위해 아파트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불안감은 가중됐다. 계단과 계단사이의 틈새로 떨어져나간 시멘트가루가 입구에 한 가득이었다. 심지어 계단과 계단사이를 이어주는 공간도 균열이 벌어져 있었다.
 
빈 곳으로 확인된 집들은 모두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인근의 한 주민은 “과거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하면서 집집마다 고물장수들이 무단 침입해 보일러 부품과 싱크대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떼 가기도 했다”며 “청소년들의 탈선 현장으로 이용되기도 해서 굳게 걸어 잠그고 경찰도 순찰을 자주 돈다”고 말했다.
 
 
 ▲ 단지내부에는 곳곳에 접근을 차단하는 바리케이트가 설치돼 있었다. 설치된 마리케이트 뒤로는 ‘외벽탈락’의 우려가 있는 낙석위험장소로 보행과 주차를 지양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이 주민의 말처럼 아파트 현관문 곳곳에 경찰의 순찰구역 표시와 함께 사유재산 침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이곳 단지의 아파트를 소유했지만 거주하고 있지는 않는 한 주민은 “사람들은 못 드나들어도 동물들은 드나든다”며 “몇 년 만에 한번 가보니 절단된 보일러 배기통을 통해 비둘기가 드나들어 배설물이 겹겹이 쌓여있었다”고 전했다.
 
단지 내부 곳곳에는 접근을 차단하는 바리케이트가 설치돼 있었다. 설치된 마리케이트 뒤로는 ‘외벽탈락의 우려가 있는 낙석위험장소이니 보행과 주차를 지양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껏 벌어진 틈새로 이름 모를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자랄 만큼 현관과 외벽 할 것 없이 균열이 심화된 이곳 강남아파트는 현재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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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공공시설 및 민간시설에 대해 안전점검·안전진단 등을 실시해 재난 우려가 있는 시설 등을 ‘재난 위험시설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 A부터 E등급까지 5단계로 구분해 평가하는데 D·E 등급은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돼 집중 관리된다.
 
 ▲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낙석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긴 철제 슬레이트로 인도의 터널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스카이데일리
 
같은 재난위험시설이라도 D등급과 E등급의 차이는 크다. D등급의 경우 주요부재에 진전된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상태로써 긴급한 보수 및 보강이 필요해 사용제한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단계이며, E등급은 심각한 노후화 또는 단면손실이 발생한 경우로써 안전성에 위험이 있어 시설물 사용이 금지되고 개축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구로공단 공장직원들의 숙소로 사용된 ‘날림 아파트’
 
국도1호가 통과하는 시흥대로를 곁에 두고 지하철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과 인접한 이곳 강남아파트는 지난 1974년 5월 입주를 시작했다.
 
인근에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은 “아파트 공사할 때만 해도 남분순환로와 지하철이 생기기 전이어서 이 근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고급 주택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서민형 아파트로 지어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분양이 시작되자 구로공단 공장주들이 십 수채씩 사서 직원들의 숙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근 주민들은 모두 강남아파트에 대해 ‘날림 공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당시 아파트 공사에 참여했다는 한 주민은 “처음부터 완공에만 급급했던 아파트여서 제대로 지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사람이 살지 않기 시작한 아파트들의 문은 고물상의 무단 수집을 막기 위해 그리고 청소년들의 일탈 우려 때문에 굳게 잠겨져 있다. 점차 주민들이 떠난 자리에 아파트는 폐허 같이 변하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아파트 타일공사를 했다는 또 다른 주민은 “직원들을 데리고 갔더니 현장이 너무 열악해서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당시 시공업체 측에서 ‘돈을 조금 더 올려 줄 테니 빨리 끝내주기만 해달라’고 사정했다”고 전했다.
 
재건축이 19년간 난항을 겪자 주민들은 하나 둘 떠나
 
현재 신림 강남아파트의 조합은 지난 7월 1일 총회에서 상정된 ‘집행부 해임’ 안건이 통과해 재건축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 아파트는 지난 1995년 재건축을 위한 조합이 발족했었다. 하지만 관계법령 등이 주민동의를 얻어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조합인가를 받은 것은 지난 2006년이다.
 
19년간 진행돼 온 강남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은 ‘무능한 조합’과 ‘사업성 결여’로 답보와 난항의 연속이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거주민들은 재건축의 필요성은 피부로 느꼈지만 어느 선에서 책정될지 모르는 분담금 탓에 선뜻 나서지도 못했다.
 
지난 1996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이후 지난 2008년 관리처분인가까지 내려졌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난관에 부딪혀 번번이 재건축이 중단된 이곳은 지난 5년간 선정한 시공사만 네 곳이다.
 ▲ 조합 운영이 전면 중단되며 재건축이 난항에 빠진 강남아파트는 입주자 협회를 중심으로 사업에 나서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

2007년 선정됐던 금호건설과의 재건축 추진이 불발된 이래로 2009년 남광토건, 2011년 SK건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한양건설이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한양건설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대형 시공사인 SK건설을 마다하고 왜 중견업체인 한양건설로 바꿨느냐”며 들고 일어선 것이다. 법정분쟁으로 치달을 뻔 했던 이 사안은 4월 총회 당시 참석한 조합원 정족수가 부족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무효화 된 바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추진 의지가 없어 보이는 집행부가 비리에 연루된 듯한 행태까지 보이자 주민들이 폭발한 것이다”며 “지난 7월의 집행부 퇴진도 주민 사이에 ‘입주자 모임’이 결성되며 총회에서 힘을 발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퇴진한 집행부가 일할 당시 아파트의 노후로 불안에 떠는 주민들이 많아지자 향후 시공사와 계약이 체결되면 돌려줄 것을 약속하고 개인대출을 통한 선 이주를 종용하기도 했다”면서 “처음엔 대출이자를 조합 측에서 부담했으나 시공사 선정을 비롯해 각종 난관에 부딪히자 이자 지원도 끊긴지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한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이곳 조합은 법정대리인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나 업무가 전면 중단된 상태나 다름없다”면서 “입주자 모임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새 집행부를 연내 선출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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