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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서울시)와 아파트(주민)의 소유가 달라 협상의 난항을 겪고있는 회현 제2시민아파트는 지난 2004년 11월 D등급을 맞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이래 지난 5월 진행된 안전진단에서도 보수보강을 통한 D등급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사진은 회현 제2시민아파트 ⓒ스카이데일리
남산도서관 앞 소월길을 따라가다 소파로로 접어들어 백범광장을 지나면 깎아지른 경사면 옆으로 10층 규모의 아파트가 발 아래로 보인다. 지난 1970년 입주한 ‘회현 제2시민아파트’다. 마치 땅을 밑으로 깊게 파서 아파트를 들여놓은 듯한 형상이다.
이곳 제2시민아파트는 경사면을 다져 세웠기 때문에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좁은 면적에 많은 세대가 거주할 수 있도록 ‘ㄷ’자 모양으로 설계되고, 각각 1층과 6층에 진출입로를 낸 독특한 구조다. 10층 건물이지만 건설 당시 ‘서민 아파트’로 건설한 탓에 엘리베이터와 주차장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지하 같은 저층, 세월의 무게 못 이기고 균열…곰팡이와 냄새까지
전체 352가구는 42.98㎡(약 13평) 면적에 방 2개와 거실, 단독 화장실로 구성돼 있다. 6층에 위치한 입주민의 집을 방문해보니 실내는 생각보다 튼튼해 보였다. 거주민 역시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독특한 구조로 설계된 회현 제2시민아파트는 산과 건물들이 채광을 가려 저층부로 내려갈 수록 눅진 상태로 남아 있어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등 주민들의 불편함이 상당했다. 건축연령이 40년이 넘어 노후화된 상태지만 서울시와의 협상이 장기화되자 현재는 약 80세대 가량만 실제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
이 집의 주인은 “오래됐다는 점 빼고는 사는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층부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달랐다. “거주민 사이에서도 1~3층은 ‘수용소’로 불린다. 햇빛이 들지 않아 지하방 같은 냄새가 나고 음산한 기운이 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 아파트 전체 상태를 살피기 위해 6층부터 10층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발견한 균열 현상은 ‘헤어크랙(Hair Crack)’, 말 그대로 실금 수준의 미세한 균열이었으나 저층부로 내려가자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5층부터 곰팡이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내려갈수록 냄새는 짙어졌다. 또 볕이 들지 않은 탓에 습한 기운이 느껴졌고 건물내벽과 층계를 중심으로 균열이 보였다. 1층에서 아파트 전체를 살펴보면 해가 들지 않는 북향 부분은 건물 틈으로 이끼가 낀 상태였다.
한 입주민은 “언론에는 현재 191세대가 거주한다고 알려졌지만 그것은 서울시와 이주 협상을 마치지 않은 세대수고, 실제 거주는 약 80세대 가량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아있는 80여 세대는 거의 월세로 살고 있으며 대부분 저층보단 고층부에 거주한다”고 말했다.
토지는 서울시, 건물은 입주민 소유…191세대는 아직도 서울시와 협상 중
▲ 아파트 1층의 경우 슬라브 지붕을 얹어 비둘기 등 조류 배설물과 외벽에서 떨어지는 마감재들로부터 보호하고 있었으나 군데군데 구멍이 뚤리는 등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2004년 서울시는 이곳 제2시민아파트 부지를 인근의 남산공원과 연계해 ‘녹지공원’사업을 추진했다. 이어 진행된 아파트 안전진단에서 재난위험시설에 속하는 D등급이 나오자 서울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주와 보상 문제에 대해 협의를 시작했다.
‘회현 제2시민아파트 정리사업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박기철씨는 “이 아파트는 서울시와 주민들이 공유했다고 볼 수 있다”며 “서울시가 토지를, 주민들이 건물을 각각 보유한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 지가는 상승했는데 아파트는 노후화돼 가치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아파트입주권과 건물감정평가를 통한 재산권 보상이다”며 “지가 상승으로 이익을 본 서울시가 공유자인 주민들과 그 이익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사업위원회 측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006년 보상협의 당시 세곡동 SH아파트를 추첨 없이 배정받는 특별분양권 및 우선 배정, 그리고 건물감정평가에 따른 현금보상을 요구한 주민들에게 이를 구두로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이 교체되는 등 여건이 달라지면서 서울시는 보상협의 내용을 ‘추첨을 통해 SH공사가 서울 27개 지역에 건설하는 공공아파트로의 입주 및 이주보상비 지급’으로 변경됐고 협상은 절반의 성과만을 거뒀다고 한다.
이후 제자리걸음을 했던 서울시와의 협상은 지난해 11월부터 급물살을 탔다. 지난 3월에는 박원순 시장이 직접 아파트 시찰에 나서자 주민들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더 이상의 진전 없이 또 다시 협상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 건축연령 45년의 후암 서부제일아파트는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세대주와 구청 등의 무관심 속에 세입자 23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비만 오면 방, 복도 할것 없이 물이 새는 통에 큰 고통을 받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현재 전체 352가구 중 161세대는 서울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협상을 끝낸 상태이지만, 나머지 191세대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남대문시장 등 인근에 직장을 둔 일부 입주민들의 경우 서울 외곽지역으로의 이주를 꺼려해 협상이 길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부제일아파트, 세입자 23가구만 옹기종기…후암동 ‘특별계획구역’ 포함돼
제2시민아파트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서부제일아파트는 다세대 주택과 빌라들의 사이에 끼어있는 모습이었다. 저층의 단독 동 아파트여서 겉으로 봐서는 아파트라기보다는 빌라에 가까웠다. 이 아파트는 지난 1969년 5월 입주를 시작한 건축연령 45년의 구조물로, 노후화된 아파트라는 점에서 제2시민아파트와 사정이 비슷했다.
단독 동·5층 규모의 서부제일아파트는 72.73㎡(약 22평) 29세대로 구성됐다. 지난 2012년 안전진단을 통해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됐다. 현재 6세대가 떠났고, 남아있는 23세대는 전부 월세로 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빗물’이다. 비만 오면 건물에 곳곳에 발생한 균열 틈새로 물이 스며들어온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어려움을 알려주듯이 옥상에는 여러 종류의 방수마감재가 덧칠돼 있었다.
▲ 입주한지 7년됐다는 아파트 1층의 슈퍼 사장은 “관리사무소의 활동을 보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노후화된 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의 활동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슈퍼와 복도를 사이에 두고있는 현판만이 과거 관리사무소로 쓰였음을 짐작하게 할 뿐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스카이데일리
한 입주민은 “장마철엔 많은 비 때문에, 겨울에는 비와 함께 올라오는 한기 때문에 고생이다”고 말했다. 이어 “세입자 신분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구청직원들이 가끔씩 방문해 요식적인 점검 후 관련 서류를 주고 가지만 세입자들은 서류를 집주인에게 전달할 뿐 목소리를 내지 못 한다”고 푸념했다.
서부제일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였다. 관리사무소 옆에서 슈퍼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이곳에서 가게를 한 지 7년째지만 입주할 때부터 관리사무소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자보수 등의 관리를 입주민들이 직접 해야만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서부제일아파트는 용산구 도시계획과가 입안한 ‘특별계획구역’에 포함된 곳이다. 후암로를 중심으로 서쪽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계획구역’은 아직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지지 않은 초기 입안이다. 서부제일아파트만을 위한 서울시의 특별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아파트가 안전진단 D등급의 위태로운 상태로 언제까지 방치될지는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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