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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측근인 티무르 민디치와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된 부패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쇄신을 약속했지만 국내외적으로 압박에 직면해 있다.
젤렌스키는 15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서 “에너지 부문 주요 국영기업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주일 내로 설립될 예정인 새로운 감독위원회는 부패 스캔들 중심에 선 국영 원자력 기업 에네르고아톰 경영을 전면적으로 점검한다. 그는 “재무 활동을 전면적으로 감사하고 기업 지도부를 교체하겠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은 에네르고아톰을 둘러싼 1억달러(약 1460억원) 규모의 비리 사건을 수사했고 에너지부 장관과 법무장관(직전 에너지장관) 등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또한 젤렌스키의 코미디언 시절 오랜 동업자였던 티무르 민디치를 사건 주모자로 지목했다.
수사당국은 민디치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에너지 부문에서 불법 조성된 자금의 축적·분배·세탁 전반을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1000시간에 달하는 도청 기록을 통해 민디치가 헤르만 할루셴코(직전 에너지장관) 등 충성 인사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만들어 에네르고아톰의 계약업자들에게 최대 15%의 리베이트를 조직적·상시적으로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민디치는 국가반부패국이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하기 직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해외로 도주했다. 민디치에 대한 형사 절차는 궐석 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 활동가들은 민디치가 부패를 일삼을 수 있었던 배경을 젤렌스키 및 측근들과의 긴밀한 관계라고 지적했다. 반부패 행동센터의 활동가 테티아나 셰브추크는 “민디치는 젤렌스키와의 관계가 없었다면 정치에 발을 들이거나 권력이나 사업의 위치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민심은 에너지 기업 비리에 들끓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수시로 정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셰브추크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집에서 전기도 없이 지내는 전시 상황에 에너지 인프라와 관련된 사건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며 “대통령이 알았든 몰랐든 상관없이 심각한 문제다. 국민은 분노하며 책임을 묻고 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정전으로 불이 꺼진 방을 손전등으로 비추는 모습과 함께 ‘민디치와 젤렌스키에게 감사하다!’라는 글이 적힌 조롱하는 밈도 등장했다.
젤렌스키는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수사 대상에 올라간 두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며 민디치에 대해 3년간 자산 동결 등 경제 제재도 부과했다. 그는 “에너지 부문의 완전한 투명성과 진실성은 절대적인 최우선 과제다”고 강조하며 “정부 관계자들에게 법집행 기관, 반부패 기관과 지속적이고 의미있는 소통을 유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의 요구에 할루셴코 법무장관과 스비틀리나 흐린추크 에너지장관은 사임했고 젤렌스키는 향후 계속될 비리 사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몸을 낮췄다.
부패 사건은 국제적으로도 우크라이나에게 중요한 시점에 터졌다. 우크라이나는 연말까지 국제통화기금(IMF)과 4년 만기의 신규 차관을 협상 중이었기 때문이다. 줄리 코잭 IMF대변인은 “최근 에너지 분야에서 드러난 부패 증거는 우크라이나가 척결을 가속하고 부패 방지 기관이 업무를 수행할 역량·신뢰도·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안을 논의했던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가 부패 척결을 지속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EU 관계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키이우의 에너지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자금 지출 방식에 더 많은 주의와 투명성을 보여야한다”고 당부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부패 척결과 추가 개혁 특히 법치주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를 강력 지원해 온 폴란드 정부도 부패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전쟁 지원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비리 스캔들이 드러나면 우크라이나에 연대해달라고 파트너들을 설득하는 게 점점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대통령이 책임자를 처벌하는데 진심인 것으로 보이지만 대가는 몹시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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