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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은 이윤을 남기고, 어떤 기업은 이름을 남기며, 아주 드문 소수의 기업은 ‘정신’을 남긴다.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산증인 유한양행은 그저 약을 만드는 일에만 치중하지 않고, 한국 자본주의 역사에서 가장 깨끗하고 고결한 ‘기업가 정신’의 표상을 만들어냈다. 설립자 고(故) 유일한 박사가 심어놓은 ‘성실한 기업, 정직한 제품, 그리고 사회 환원’이라는 심성(心性)은 100년이라는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흔들림 없이 유한의 뿌리를 지탱해 왔다. 최근 유한양행은 창립 이래 가장 찬란한 ‘혁신의 결실’을 맺고 있다. 국산 항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높은 문턱을 넘으며 글로벌 블록버스터로의 도약을 시작했고, 이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 1000억 원 돌파라는 ‘청신호’가 켜졌다. 이는 설립자의 청렴한 심성이 ‘R&D 혁신’이라는 현대적 가치와 만나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냈음을 보여주는 완벽한 증거다. 이번 <심성> 기획은 유한양행의 핵심 가치를 세 가지 테마인 ‘고결한 궤적’ ‘투명한 공감’ ‘혁신적 진화’를 통해 심층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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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고결함: ‘기업은 사회의 것’ 故 유일한 박사의 무소유 궤적
올해는 유한양행의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 100년의 궤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립자 유일한 박사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했던 분투기였다. 아홉 살 어린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숙련된 기업가로 성장한 유 박사는, 일제강점기 고통받는 고국 동포들을 위해 1926년 유한양행을 설립했다. 당시 그가 내건 슬로건은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궤적은 ‘성공한 사업가’라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다. 유 박사는 독립운동에 직접 참여하며 국가의 명운을 함께 짊어졌다. 기업 경영에서도 그는 철저히 ‘정직’을 생명으로 여겼다. 세무조사조차 그에게는 두려움이 아닌, 자부심의 근거였다. 유일한 박사는 “국가는 법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고, 기업은 그 법에 따라 정직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며 철저한 납세를 실천했다. 당시 탈세가 만연하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유한양행의 ‘모범 납세’는 권력층조차 경외심을 갖게 만든 전설적인 궤적이다.
가장 위대한 궤적은 1971년 그의 서거와 함께 완성되었다. 그는 유언장을 통해 아들과 손녀에게는 대학 졸업 때까지의 학자금 정도만 남기고, 자신의 모든 주식과 재산을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에 기증했다.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 당연시되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는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을 몸소 실천했다.
이러한 ‘무소유의 궤적’은 유한양행 구성원들에게는 자부심을, 국민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심어주었다. 유한의 제품이 수십 년간 ‘가장 믿을 수 있는 약’으로 통하는 이유는, 그 약을 만드는 기업의 뿌리가 이토록 고결한 정신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신뢰의 시스템: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빚어낸 건강한 공감대

유한양행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지점은 설립자 사후에도 그 정신이 ‘시스템’으로 계승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에는 ‘오너 일가’가 없다. 설립자의 직계가족 중 누구도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철저한 전문경영인 체제’는 유한양행만이 가진 독보적인 지배구조다. 주주 구성을 보면 유한재단이 최대주주(약 15~16%대)이며, 이어서 국민연금공단, 유한학원 순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특정 개인 오너 없이 공익재단이 경영권을 이끄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가진다.
이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흔히 겪는 경영권 승계 분쟁이나 총수 리스크로부터 유한양행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의 자리까지 오르는 유한의 전문경영인 시스템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며, 이는 곧 기업의 건강한 공감대로 이어진다. 유한의 임직원들이 스스로를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는 유일한 박사가 생전에 도입한 사원지주제와 인센티브 제도의 정신이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다.
국민과의 공감 역시 견고하다. 유한양행의 지배구조 상위에는 ‘유한재단’이 있다. 기업이 낸 이익의 상당 부분이 배당을 통해 재단으로 가고, 이 자금은 다시 장학 사업과 사회공헌 활동으로 흘러간다. 즉, 국민이 유한양행의 약을 한 통 살 때마다, 그 수익 중 일부가 사회적 가치로 환원되는 구조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소비자들에게 ‘유한양행 제품을 사는 것은 착한 소비’라는 강력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최근 유한양행이 보여주는 사회공헌의 모습도 현대적 감각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기부를 넘어,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집중하며 ‘이웃과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심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는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창립 이념이 시대에 맞게 재해석된 결과다.
혁신의 대도약: ‘렉라자’ 신화로 꽃피운 글로벌 제약 심성의 진화
유한양행의 세 번째 심성 키워드는 ‘진화’다. 청렴한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실력으로 승부하는 ‘R&D 명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유한양행 진화의 정점에 바로 ‘렉라자’가 있다.
렉라자는 국산 31호 신약으로, 비소(非小)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혁신적인 효능을 입증했다. 특히 2024년 8월,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이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것은 한국 제약 역사에 획을 그은 사건이다.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FDA 허가를 받았다. 이는 유한양행이 단순히 약을 파는 기업에서, ‘글로벌 신약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완벽하게 진화했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혁신의 성과는 실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2024년 매출액이 2조 원을 넘겨서 2조67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1조8590억 원)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렉라자의 글로벌 출시와 함께 유입될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판매 로열티는 유한양행의 현금 흐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이를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유한양행의 조욱제 사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창립 100주년인 2026년까지 글로벌 TOP 50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유일한 박사가 가졌던 ‘세계적인 기업’에 대한 꿈이 ‘렉라자’라는 혁신의 도구를 통해 현실화되는 과정일 터이다. 진화된 유한의 심성은 이제 한국을 넘어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글로벌 생명 존중’으로 확장되고 있다.
혁신 신약 개발은 엄청난 자본과 시간, 그리고 불확실성을 견뎌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유한양행이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던 힘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정직한 심성’에서 나왔다. 단기적인 이익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본연의 사명감을 지켰기에 렉라자라는 기적을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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