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자가주사제는 원외처방이 원칙이다. 환자는 자가주사형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직접 투여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직접 조제·투여하며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하는 행태가 빈번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과반수가 병원에서 공급되는 이유는 뭘까.
의약품 업계 관계자는 11일 일부 병원이 진료와 비만주사제 투약, 체성분 관리 서비스 등을 하나로 묶어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의료진이 미리 준비해둔 비만치료제를 투여한다. 병원이 자가투여용으로 허가된 의약품을 환자에게 투약하면서 정기적으로 내원시키는 상술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 약사법상 자가주사제는 약국에서 판매된다. 약사법 제23조 제1항에 따르면 의사는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 의사가 주사제를 직접 주사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원내 조제가 가능하지만 자가주사제는 원내 조제나 직접 판매 대상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역시 최초 투여 시 환자 교육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원내 주사행위가 가능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비만치료 61%가 병의원에서 공급되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정감사에서 원칙적으로 원내처방이 안 되는 의약품인데도 비만약 61%가 병의원에서 공급되고 있다면서 보건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만치료제 유통의 비정상적 구조를 인정했다. 대책 마련을 약속한 정 장관은 “전체 물량 중 병의원이 61%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대부분 약국에서 조제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는 처방량이 많은 의료기관 대상으로 실태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의료 현장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반의 비대면 진료 시장에서도 오남용 우려가 존재한다.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비대면 진료 중개 앱 닥터나우에서 각각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와 4위를 차지했다. 앱 내 수령 방식 선택 창에서 병원과 약국 수령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환자가 원내 처방과 대리 조제를 당연한 절차로 오인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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