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된 철길이 시민들을 위한 숲길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옛 경춘선 철로에 조성된 ‘경춘선 숲길’ 주변으로 저마다 특색을 갖춘 점포들이 하나 둘 씩 생겨나고 있다. 이곳 상권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도심공원 ‘센트럴파크’와 동네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공트럴파크’로 불리고 있다.
공릉동을 지나던 경춘선은 일제강점기인 1939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다. 철길은 지난 2010년 폐선 됐으나 철거 예산 문제로 방치되면서 지역개발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우범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경춘선 폐선용지 공원화 사업’을 발표하면서 이곳 경춘선 철길은 가족 단위, 친구, 연인 등 시민들이 찾아오는 숲길 공원으로 탈바꿈 하게 됐다.
3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공원화 사업은 현재 2단계 구간공사를 마쳤고 나머지 3단계 구간은 올해 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춘선 숲길 양옆으로 난 건물 1층에는 이미 주점, 카페, 음식점, 옷가게 등이 들어서고 있다.
노후화된 우범지역에서 시민공원 탈바꿈…옷 갈아입는 철길마을
경춘선 숲길 인근에 위치한 한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경춘선 숲길 일대에는 원래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곳이다. 그러나 공원화 사업이 본격화 되고 일대 지역에 중층 규모의 건물을 올려도 다른 건물 일조권을 방해하지 않는 지역으로 알려지면서 원룸 건물을 지으려는 업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후 허름한 건물들이 철거되고 인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학생들, 젊은 직장인들을 위한 원룸 건물이 지어졌다.
원룸 건물에 거주하는 이들은 이곳 상권의 주 수요층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춘선 숲길이 속한 공릉2동은 상업, 업무시설 밀도가 매우 낮고 빌라, 저층 아파트가 밀집된 중밀주거지역이다. 가구수는 7010개, 주거인구는 1만7710명 등이다. 연령대별 인구 비중은 20대가 18.35%로 가장 많고 이어 60대 이상 18.1%, 50대 16.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춘선 숲길에서 옷 장사를 하는 전은소(여·가명) 사장은 “창업 전 상권분석을 할 때 숲길에 유동인구가 많은 것을 보고 최종 결정을 하게 됐다”며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젊은 층과 노인이 특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타 지역에서도 이곳까지 놀러 오는 경우도 늘어난 것 같다”며 “다만 이 곳 주민들은 소비심리가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판매업 보다는 음료나 음식 등 외식업종이 더 유망할 것이라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경춘선숲길 인근에는 카페와 술집, 젊은 입맛을 겨냥한 식당 등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5개월전 문을 연 돈카츠방에서 조리일을 하는 직원 김해성 씨는 “인근의 대학생들을 주 타겟으로 설정해 오픈하게 됐다”며 “젊은층과 어르신들이 주로 찾고 성별로는 여성분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점점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느껴진다”며 “하지만 아직까진 주거인구가 더 많기 때문에 평일보다 주말의 매출이 2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별도의 마케팅은 실시하지 않지만 블로그나 SNS를 통해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월 4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6개월째 네일샵을 운영하고 있는 손지혜 사장은 숲길인 주변 환경과 건물 리모델링으로 인해 좋아진 지역 이미지를 보고 샵을 열게 됐다. 손 사장은 “인근 대학교 학생 손님이 가장 많은 편이고 그 다음으로는 50~60대 여성 손님들이 많다”며 “노출이 많은 여름은 성수기로 그 때가 평소보다 매출 상황이 더 낫다”고 말했다.
이어 손 사장은 “창업 전 상권을 분석하면서 네일샵이 없어 이쪽으로 오게 됐다”며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 더 생기고 카페는 지금도 많지만 예쁜 소품 등으로 장식된 개인 카페들이 더 들어선다면 공릉 최초의 카페거리로서 명성을 굳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발 호재 풍부해 수요증가 예상 기대감…점포 간 양극화·청결 문제 우려도
경춘선 숲길인 공트럴파크를 자주 찾는 인근 주민들은 상권이 활성화 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앞으로 개발 수요가 풍부해 상권이 더욱 활발해 질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는 반면 공원의 청결 문제, 점포 간에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공릉동에 위치한 초이스 부동산 김강화 대표는 “경춘선숲길은 공릉지역 최초의 근린생활 상권으로 앞으로 행복주택 100가구 투입이 예정돼 있고, 3구역 공사 완료 예정 등 갖가지 호재들을 앞두고 있다”며 “경춘선숲길 인근에는 아파트들과 빌라, 단독주택들까지 포함하면 주거인구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경춘선 숲길 인근에 자리한 아파트 단지(세대수)로는 동신아파트(864세대), 건영장미아파트(215세대), 임성아파트(68세대), 신원아파트(153세대), 광덕파크빌아파트(73세대), 현대성우아파트(181세대) 등이 있다.
김 대표는 “1층 상가 10평 기준으로 임대료 80~90만원, 보증금은 1000만원대다”며 “상가 권리금이 저가에 형성돼 있거나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본다면 지금이 창업을 하기엔 가장 좋은 때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일부 상인과 주민들은 약간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런시불닭발’을 6개월째 운영하고 있는 차영아 사장은 “위치가 좋지 않아도 맛에 자신이 있어 이곳에 들어오게 됐다”며 “하지만 숲길에서 고작 10m 안쪽으로 들어온 것뿐인데도 대로변 중심 상가들과 (매출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경춘선 숲길 상권과 관련해 차 사장은 “요즘 상인들의 표정이 어두워 걱정이 된다”며 “타 지역의 상권처럼 뜻이 맞는 상인들끼리라도 연합회를 조성해서 이곳 상권 발전방향에 대해 함께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결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공릉동에 거주하는 이화정(28·여)씨는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게 공원의 청결 문제다”며 “산책하다 보면 공원에 쓰레기를 쌓여있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되는데 우리가 쓰레기를 치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곳 주민들 말고도 멀리서도 많이 찾아오는 만큼 공원 청결에 더 신경을 쓴다면 멋진 공트럴파크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구청에서 공중 화장실 설치 등 주변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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