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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과천 재건축 아파트 일조권 침해 논란
노후apt 코앞 36층 병풍apt…“대우건설 일류맞나”
과천주공 7-1구역 일조권 분쟁 가열…조합·대우건설 vs 인근 주민
길해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26 16:30:06
최근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일조권(햇빛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이 집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건설사들이 신축 아파트를 지을 때 방의 방향을 햇빛이 잘 들어오는 남향으로 배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풍토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는 ‘일조권’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생겨나고 있다.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는 지역은 물론,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인근에 유독 빈번하게 발생한다.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센터 건립이 잠시 더디게 진행됐던 것도 바로 일조권 분쟁 때문이었다. 주목되는 사실은 일조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일조권을 침해 받는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계획된 층수보다 아파트를 낮게 짓거나 조합·건설사가 피해 주민들에게 수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무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기도 과천의 한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시공사와 기존 주민들 간에 분쟁이 발생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존 주민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상황에서 향후 재판의 향방에 조합원은 물론, 부동산업계 전체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일조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경기 과천시 범양동 소재 재건축 아파트 공사현장을 찾아 갈등 주체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 과천주공7-1구역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일조권 분쟁이 일고 있다. 공사현장 인근 과천주공8단지 801·802동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조합에 설계변경과 관련한 소송을 건 상태다. 사진은 과천주공8단지 802동과 공사현장 ⓒ스카이데일리
  
최근 과천의 한 재건축 사업장에서 일조권 침해 시공사와 사업장 인근 주민들의 일조권 분쟁이 발생해 부동산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업장 인근 주민들은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세대도 있다며 조합과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 추이는 상당한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14층 아파트 10m 앞에 35층 아파트 우뚝…“햇빛 없는 집에서 어떻게 사나”
 
일조권 분쟁의 중심에 선 단지는 경기도 과천시 범양동에 위치한 과천주공 7-1구역이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단지에는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는 철거작업이 완료된 상태로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 단지는 공사 완공 시 최대 35층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이곳은 착공 위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7일 과천주공8단지 801동·802동 주민들이 재건축 조합과 대우건설을 상대로 일조권 침해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건 주민들은 일조권 보장을 위한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과천주공8단지는 과천주공 7-1구역 북쪽에 붙어있는 단지다. 8단지 중 13층 높이인 801동·802동은 7-1구역과 가장 가깝다. 801동의 경우 공사 현장과의 거리가 10m에 불과하다. 이곳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와 관련한 비상대책위원회 열고 결국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소송에는 801동 80세대, 802동 5세대 등 총 85세대가 참여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소송을 제기한 비대위측 관계자는 “건축 배치가 두 동과 붙어서 너무 높게 병풍처럼 배치가 돼 있다”며 “이웃이라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시뮬레이션 결과 너무 과하다는 판단이 들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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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일조권 확보를 위해 공동주택의 경우 높이 9m(3층 이상) 초과 건축물을 신축 시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을 띄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한 층의 높이가 3m인 20층짜리 아파트의 경우 인근 건물 대지 경계선에서 30m 이상만 이격하면 된다. 해당규정만 갖추면 건축 허가에 문제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 일조권 침해 분쟁은 민사소송으로 진행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조권 침해기준은 일조시간을 근거로 한다. 수도권 지역의 공동주택의 경우 1년 중 일조시간이 가장 짧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속 2시간 이상의 일조시간이 확보되거나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4시간 이상의 일조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은 거주하는 단지의 경우 기본 일조시간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측은 “앞에 보이던 산은 고사하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다니까 난리가 난 것이다”며 “조합과 건설사 측에 대책을 요구를 해봤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조권 침해 심각한 수준…베테랑 건설사 대우건설 문제 예측 못했나”
 
8단지 주민들이 낸 본안소송은 내달 7일 첫 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이날 주민들이 주장한 일조권 침해 관련 내용에 대해 재판을 진행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사안이 미미하면 각하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천주공8단지 측 변호인을 맡은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은 여느 때보다 사안이 심각해 각하될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 일조권 침해 소송의 법률대리인인 도시와 사람 측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801동(사진) 앞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면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세대도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스카이데일리
  
이승태 도시와 사람 대표 변호사는 “시뮬레이션 결과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세대가 너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태까지 일조권 침해 세대 중에 이렇게 많은 규모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합은 다른 건물에 일조 침해를 주게 되면 그러면 피해 구제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건설전문가이기 때문에 조합에 적절한 조언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재판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행정기관의 인·허가 과정과 조합·건설사 모두가 신중했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 시대에서는 삶의 질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하는 추세로 이런 갈등은 계속 일어날 수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게 맞고 법에서도 명확하게 이 부분을 수정하는 게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조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 조합과 시공사들에게 공동책임을 물고 있는 판례가 적지 않다는 점은 이번 일조권 피해 관련 소송의 재판 결과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일례로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개나리6차아파트’의 재건축사업장에서 제기된 일조권 침해 관련한 재판에서 재판부는 조합과 GS건설에게 6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부동산업계에서도 이번 일조권 침해 관련 재판 결과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사업비가 늘어 투자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천주공7-1구역 조합 관계자는 “현재 소송을 대리할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변호사 선임한 비용뿐만 아니라 문제가 된 동 주빈들에게 손해배상까지 해주게 되면 당연히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많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아직 소송 초기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소송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첫 기일인 7일 이후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진행할 것이지만 현재 문제가 된 주민들과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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