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한전 책임론…고성 산불 원인, 고압전선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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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지난해 설비교체 예산 4000억원 줄어 관리부실 가능성 지적

나광국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4-08 15:00:43

지난 4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해 동해안 일대로 번진 산불은 한국전력공사(이하·한전)의 개폐기에서 발생한 불꽃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개폐기는 전봇대에 달린 일종의 차단기로 한전이 관리하는 시설이다. 불꽃이 일어난 원인이나 관리 부실 여부 등에 따라 ‘한전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 7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변에 있는 개폐기 전선에서 첫 불꽃이 발생했다”며 “이 불꽃이 개폐기 주변에 옮겨 붙으면서 강풍을 타고 인근으로 전이됐다”고 설명했다. 원암리는 이번 산불이 시작된 장소로 추정되는 곳이다.

개폐기는 전봇대에 설치돼 일종의 차단기 역할을 한다.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에 강풍에 나뭇가지 등 이물질이 날아와 부딪히면서 강한 아크(불꽃)가 생겼는데 이 불꽃이 주변으로 떨어져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한전은 불꽃이 발생한 원인을 두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한전 관계자는 “해당 개폐기는 내부에 공기가 없는 ‘진공 절연 개폐기’로, 외부 요인 없이 폭발하거나 불꽃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에 이물질이 들어와 스파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 당국 등이 조사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관리 부실에 무게를 싣는다. 한전은 지난해 실적 악화로 ‘비상경영전략’을 추진하면서 배전 부문 설비교체예산을 전년대비 약 4000억원 줄였다. 최근 3년간 주요 설비교체가 마무리돼 자연스럽게 예산이 줄었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개폐기를 관리했다면 이번처럼 강한 아크가 쉽게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개폐기는 2006년에 제작됐으며 내구연한은 30 년이다. 한전은 지난달 27일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해당 개폐기가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전이 개폐기·전신주 설치·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게 입증되면 형사책임도 물을 수 있다. 한전에는 정전을 제외한 어떠한 사고에 대해서도 피해보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만약 화재 책임이 인정된다면 규정 하나까지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개폐기는 내부에 공기가 없는 진공절연개폐기로 기술적으로 폭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풍 등 자연재해 때문이지 설비 불량이나 관리부실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자유한국당 이양수(강원 속초·고성·양양) 의원은 지난 7일 강원 산불 피해대책과 관련해 정부와 한전에 책임을 물었다. 그는 “산불 원인은 한전의 무리한 개폐기 설치와 관리 부실로 모이고 있다”며 “정부와 한전은 실질적으로 충분한 복구 지원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전은 바람 많이 부는 곳에 개폐기를 세웠고 바람막이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고, 강풍 예고가 있었는데도 점검을 안 했다면 이건 인재로, 한전 책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부 대책 발표 때 정부 책임하에 한전의 보상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어야 옳았다”며 “정부가 한전과 함께 이재민에 대한 보상을 최대한 하겠다는 이야기를 당연히 담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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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기자 kkn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