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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게 때리는 것이 악을 없이 하나니 매는 사람 속에 깊이 들어가느니라.”<잠언 20 : 30>
인간이 가진 감정 중에 분노만큼 불편한 것이 또 있을까. 인간관계의 장애물이며 여러 범죄의 원인이 되는 분노, 그래서 많은 종교가 분노를 참거나 없애라고 말한다. 과연 분노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 노력을 해서 그런 분노를 억제하고 없애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답은 ‘아니다’다.
분노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 중 유일한 감정의 표현이다. 없앨 수도, 없어 질 수도 없는 것이 감정이다.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분노 역시 일정량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 마음 안에는 개가 한 마리가 산다고 한다. 일명 ‘barking dog’, 누군가 내 심사를 건드리면 내 안에서 짖어대는 개, 분노다.
그럼에도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짖지 못하는 벙어리 개가 있는 것과 같다. 지나친 분노표출도 문제지만 지나친 조용함도 신경증적 증세이니 가히 부러워 할 일만은 아니다.
분노에 대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말이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다. 맞는 말이다. 흔히 술집에서나 차량 사고가 났을 때, 분노 조절을 못해 싸우다가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는 살생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결국은 분노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런 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에게는 위 경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할 새가슴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 경구가 오히려 화병을 가져오게도 한다. 분노는 너무 많아도 건강에 안 좋지만 너무 참아도 안 되는, 인간에게 유용한 순수한 감정이다.
누구나 음식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배설을 하듯, 심리적 배설인 분노 역시 적당하게 하며 분노 조절을 해야 한다. 물론 아무데서나 버럭버럭 화를 내는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똥을 싸는 똥개와 다름없지만 말이다.
서론이 너무 긴 것 같다. 요즘 정치계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개만도 못한 저것들이 또 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를 통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야당과)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는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三顧草廬)해 일을 맡기겠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등등의 약속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후 정국 운영을 보면 말만 앞세웠지 실천이 전혀 따르지 않아 지금은 취임사가 조롱거리로 전략했다. 그나마 공약을 지킨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든다는 공약이 현실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앞서 2016년 문재인 야당 대표시절, 연일 “박근혜 대통령의 낯 두꺼운 자화자찬, 반성 없이 남 탓만 한다”고 비난했다. 그해 12월 촛불집회에선 “박근혜=연쇄 담화범”이라며 탄핵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발 늦은 대국민 사과로 국민감정만 상했다는 것이다. 그런 문 대통령은 4년 전 자신의 이야기들은 까맣게 잊고 사는 것 같다.
격과 수준을 뜻하는 한자 품(品)은 입 구(口) 세 개가 모여 이뤄졌다. 말이 쌓이면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즉 말을 들으면 인격을 알 수 있다. 공감과 배려의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분열과 증오를 부르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비록 작은 허물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싸잡아 거친 말로 공격하는 건 인격의 천박함을 드러낼 뿐이다.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 중에서 특히 집권당 인사들이 극단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서울을 ‘천박한 도시, 부산을 초라한 도시’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의도가 어디에 있든 서울과 부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아마 야당인사가 광주를 이렇게 비하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 왔을까.
같은 당 소병훈의원의 ‘전세의 월세전환은 정상’이란 발언은 전세 사는 사람의 억장을 무너지게 했다. 전세가 월세보다 주거 안정성이 높고 세입자 부담이 적은 것이 사실인데도 이를 부정했다.
더구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의 한 복판에서도 평화를 외치는 사람만이 더 정의롭고 더 정당할 수 있다’는 발언 역시 한반도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말이다. 통일부 장관이 남북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 말이라고 좋게 생각하고 싶지만 북한의 핵이 한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여당 중진의원은 얼마 전 강원도 산불 화재와 관련해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산에 나무를 많이 심어서 화재가 났다’고 하는 상식 밖의 말을 하기도 했다.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다 품격 있는 말이 되지 않는다. 말에는 진정성이 담겨져야 한다. 작금에 이르러 국민을 분노케 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집권당이 토론도 없이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채택한 5·18 역사왜곡 처벌 특별법, 같은 당 이 대표가 발표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희한한 법을 발표했다. 말로는 ‘가짜 뉴스’를 막겠다는 것이지만 이 또한 국민 다수가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기존 형법에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있기 때문에 명백한 과잉입법이 아닐 수 없다. 일반인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므로 당연히 위헌 소지가 있다.
이론(異論)을 완전 봉쇄하는 것은 신정(神政)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언론이든 정치든 학술적이든 비판의 근거를 아예 없애고 입을 봉(封)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말살하고자 하는 행위다.
몇 백억을 들여 세월호 희생자 기념관 건립, 청와대에 고위공직자 감찰반이 있는데도 집권 3년 반 공석으로 나두면서 굳이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중국식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는 집권여당의 속셈,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임명했던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을 자신들의 뜻을 거역한다고 내치려고 안간힘을 쓴다.
한 때는 말 안 듣는다며 경질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경제부총리가 경제 파탄에 책임을 지고 사퇴서를 제출하자 바로 반려가 됐다.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하는 것 같으니까 사표를 수리 할 수 없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수의 국민이 피해자인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의 본류는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이 사건을 빌미로 삼은 추장관의 총장 공격, 총장 지지층의 성토가 시끄럽다.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조국, 윤미향, 추미애, 손혜원 등 그들이 보수 진영 사람들이었다면 지금이 보수 정권 시절이었다면 어찌 됐을까. 진즉에 사달이 나도 나고 그들은 벌써 감옥에 가 있거나 대통령이 눈물 흘리며 대국민 사과라도 했음직하다. 시민단체와 노조, 전교조가 가만있었겠는가.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그 위력을 사정없이 뿜어내며 백(白)을 흑(黑)으로 만들어서라도 단죄의 칼을 휘둘렀을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도 아랑곳없이 광화문 광장에 몰려나와서 적폐청산 “이게 나라냐, 이 나라가 네 것이냐?”고 외쳤을 것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의 ‘운전병 특혜’를 물고 늘어져 국민적 공분을 불러냈고 결국 우병우를 구속했다. 정유라의 입시 특혜는 또 어땠나. 현직 대통령까지 구속하는 완력을 보여주지 않았나.
또 세월호 7시간은 어땠나. KBS에 협조 요청 전화를 한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죄를 물은 건 어땠나. 이런 환경이라면 저들도 단숨에 손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에겐 뭘 해도 뒷배를 받쳐주는, 이른바 문빠들이 있다. 그러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아무아 세월만 가기를 기다릴 뿐이다.
누군가 “악의 승리에 필요한 것은 선한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임 대통령은 우병우와 최순실(최서원)에게 발목 잡혀 감옥에 갔는데 문 대통령은, 자못 궁금하다. ‘한번 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에선 과연 달라질까?
용수철처럼 터질 국민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제 생각하면 문 대통령이 지적했던 말들이 모두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오고 있다.
공자는 “말이 실천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을 군자라 했다. 국가 지도자가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은 외면하고 나라는 분열될 수밖에 없다. 결론을 내린다면 분노를 모두 없애서 마음의 평안함을 찾아 살아야 한다고 원론적인 말을 하는 종교인들에게 속지 말고, 치솟는 분노를 억제하지 말자는 거다.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누가복음 1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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