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 왜왕 응신은 비류백제 출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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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계 출신으로 분석되는 응신, 왜왕 최초로 백제조복 입어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2-02 18:20:47

재야사학자 김성호 선생은 1982년 출간된 저서 ‘비류백제와 일본의 국가기원’에서 호태왕비문의 “以六年丙申王躬率水軍討□殘國 (6년 병신년에 왕이 몸소 수군을 거느리고 □잔국을 토벌했다)”는 문구의 □를 利로 보아 리잔국(利殘國)이 바로 비류백제로 온조백제인 백잔국(百殘國)과는 형제국이라 나라이름에 돌림자 殘를 썼다고 주장했다.

물론 호태왕비문을 연구한 학자들 중에 학술적으로 □를 利로 본 학자들도 여럿 있었지만 伐자로 본 학자들도 그에 못지않게 많았다. 필자의 견해로는 討利殘國이 아니라 討伐殘國으로 ‘(백)잔국을 토벌했다’라고 해석돼야 뒤에 연결되는 문구내용과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백제 건국의 통설은 다음과 같다. 아버지 주몽 곁을 떠난 비류와 온조 형제는 남쪽으로 내려와 비류는 미추홀에서 온조는 위례성에서 각자 나라를 세웠는데 얼마 후 비류가 습기 많고 물이 짜서 살기 어려운 미추홀에 자리 잡음을 후회하다가 죽자 백성들이 위례성으로 가서 합쳐졌다고 한다.

그러나 김성호 선생은 비류백제가 이 때 없어진 것이 아니라 웅진으로 옮겨가 리잔국(利殘國)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존재하다가 396년 호태왕의 백잔 정벌 때 멸망당해 비류백제에서 진정(眞淨)이 일본열도로 들어가 야마토왜를 세워 응신왕이 됐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홍원탁 박사는 비류백제가 따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백제 내부에서 온조계와 비류계로 나뉘어 왕위 쟁탈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온조계 근초고왕이 비류계 계왕을 죽이고 왕이 되자, 계왕의 후손들이 열도로 진출해 야마도(大和) 왜를 세웠다는 논지였다. 참고로 그는 8대 고이왕, 9대 책계왕, 10대 분서왕, 12대 계왕을 비류계로 분류했다.

또한 모 재야사학자는 405년 2월에 천자문을 왜국에 전해준 왕인(王仁) 박사의 발음이 오오진(おうじん)으로 응신(應神)과 같다는 이유로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면서 왕인은 학문을 전하러간 학자가 아니라 왕과 같이 지체 높으신 분이란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왕인 박사의 일본행은 404년 8월에 공양마 2필을 가지고 먼저 왜로 건너갔다가 태자의 스승이 된 아직기(阿直伎)에게 왜왕이 “그대보다 나은 박사가 또 있는가”라고 물으니 “왕인이라는 분이 계십니다”고 천거했기 때문이다. 왕인과 아직기 관련 기록은 우리 사서에는 없고 <일본서기>에 있다.

그동안 이들 가설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사서기록과 자료들이 많지 않았기에 되찾아야할 잃어버린 역사로 평가됐고 ‘비류백제와 일본의 국가기원’이란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켜 비류백제라는 단어가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만약 김성호 선생 말대로 비류백제가 400년 넘게 존재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뭔가 흔적을 남겼을 텐데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호태왕에게 정벌당한 리잔성을 백잔국과 같은 돌림자를 쓰는 비류백제로 본 것은 그야말로 소설 같은 발상이었다.

또한 응신왕이 되었다는 진정(眞淨)은 사서기록상 근초고왕의 외척이라 굳이 홍원탁 박사처럼 분류하자면 온조계며 347년에 근초고왕 때 조정좌평(朝廷佐平)에 제수된 후 50년이 지나 왜에 들어가 응신왕이 되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으므로 최소 아들이나 손자뻘이어야 한다.

게다가 리잔성이었던 공주에 있는 송산리고분군이 비류백제 왕릉군이라고 주장했는데 과연 그럴까. 또 북쪽에서 내려온 호태왕이 한강변에 있는 한성을 공격하면서 굳이 훨씬 남쪽 충남 공주에 있는 비류백제를 먼저 공격했을 이유가 있었을까. 그리고 왜 호태왕은 백잔왕에게는 항복을 받았으면서 리잔국은 그런 것 없이 그냥 멸망시켜버렸을까.

여하튼 가설이었지만 우리를 식민지배했던 일제의 뿌리인 야마토 왜를 백제인이 세웠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당시 사회분위기가 극일 그 자체였으므로 진위 여부를 떠나 대중들은 사실이길 간절히 바랐고 그렇게 믿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홍원탁 박사의 비류계 백제왕 주장은 <삼국사기>의 기록오류에서 나온 추론이었는데 <고구리사초략>이 출간되고 그 오류가 밝혀지면서 그의 가설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다만 컴퓨터와 인터넷도 없던 암흑시절에 그런 추론들을 유추해낸 것만 해도 대단히 높이 평가돼야 할 측면이 있다.

비록 두 분이 언급한 비류백제는 아니더라도 현재 일본의 기원이 되는 야마토왜를 세운 응신왕은 진인(眞人)으로 백제계인 것은 분명하다. <부상략기>에 응신은 왜왕 최초로 백제조복을 입었으며 그 후 대대로 왜왕들이 입었고 33대 스이코여왕 등극 때 참여한 만조백관 모두가 백제 옷을 입었다고 기록된 이유는 그들이 백제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사연이 있는 응신왕이 전격 바뀌게 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다음 연재에서 그 내막을 파헤쳐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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