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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기를 속히 하는 자는 어리석은 일을 행한다.”<잠언 14 : 17>
모르면 속아 넘어가게 돼 있다. 정치세계가 그렇다. 정치 양아치들이 펼치는 언어에 대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에 빠지면 옳고 그름의 판단력이 흐려진다. 이와 함께 양념으로 등장하는 게 공포를 자양분으로 하는 가짜 뉴스와 괴담의 등장이다. 과거 광우병 파동이 그랬고 사드 미사일 배치를 둘러싼 소동도 그랬다.
최근 월성원전 부지 내 집수정에서 기준치를 넘는 삼중수소가 발견됐다는 한 지역방송의 보도에 집권여당이 신이 나서 법석을 떤다. 멸치 1g 또는 바나나 6개 정도의 배출 기준에 불과한데도 공포를 부추기는 호들갑을 떨었다. 이때도 여당과 탈원전 세력의 공세는 월성원전을 둘러싼 감사와 수사를 공격하기 위한 여론전 성격이 짙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냄새 발언, 주인을 섬기지 않는 의구심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쇠고기 파동 당시에도 이성적인 토론은 ‘뇌 송송 구멍 탁’ 구호 앞에서 무력했다. 사드 때도 전자파로 익은 참외도 마찬가지다. 구멍 뚫린 뇌 이미지는 위험 확률 계산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전자파를 받고 끓어오르는 참외와 인체 해독 등을 믿다보니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술렁이면 민심은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가짜뉴스와 괴담은 국권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그 난리법석을 떨던 세월호 침몰사건도 청와대 개입설과 기무사 사찰에 혐의 없음으로 조사단의 발표가 있었다. 6년 반 만에 규명된 것이다.
여당은 참 정치를 쉽게 하는 것 같다. ‘코에 걸면 코걸이, 목에 걸면 목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 때로는 손이 손바닥으로, 때론 손등으로 분류된다. 편리한대로 해석한다. 또 법이 마음에 안 맞으면 바꾸기도 한다. 말로는 민주주의의 다수의 원칙을 내세운다.
또 국민을 개나 노예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주인을 찾는가? 누가 주인이길래 조금이라도 정권에 반(反)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적폐대상이 된다. 검찰총장이 그랬고 감사원장이 그랬다. 이제는 경제부총리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회를 치려고 으름장을 놓는다. 사표도 내지 못하게 하고 주리를 틀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월성원전 문서폐기와 관련 기소가 돼 있는 산업부 간부가 기소 직후 승진을 했다. 피의자 신분에 있는 자를 법을 다루는 장·차관으로 임명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참 희한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유일하게 문재인 대통령이 지킨 공약,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겪으면서 국민은 나날이 놀란 가슴이 된다.
최근에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려고 하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본인의 안위를 위해 불똥이 나한테 튈 수 있으니 사표를 반려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동료 판사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정치적 상황에 연연하는 대법원장이 어떻게 판사들의 수장으로서 사법 독립을 수호할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수(數)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인사는 정말 잘못한 것 같다. 그 대표적인 게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임명이다. 충견(忠犬) 정도로 알았는데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어렵사리 임명한 공수처장도 애완견이 아니라 자칫 미친개가 돼 주인을 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필요할 때 외에는 침묵을 지키시는 대통령께서 모처럼 소리를 냈다.
청와대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적행위 발언에 대노하며 법적 책임을 운운했다. “구시대의 유물 정치, 마타도어(흑색선전)”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개들의 심리는 한 마리가 짖어대면 다른 개들도 덩달아 짖어댄다. 아니라 다를까 청와대와 집권 여당 안팎으로 “북풍고장” “망국적 색깔론” 이라며 험악하게 떠들어댄다. 혹시나 했는데 검찰, 판사, 야당에 이어 언론까지 적폐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선동을 한다.
검찰개혁, 사법부 개혁에 이어 우려한대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개혁을 꺼내들었다. 그는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는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그럴싸하게 늘어놓는다. 사사건건 의혹을 제기하며 아픈 곳을 찌르는 언론이 못마땅하니 검찰이나 판사에게 겁박한 것처럼, 조심하라는 경고 메시지로 느껴진다. 마치 서부극에 나오는 황야의 무법지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짐이 바로 법이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신문을 꼼꼼하게 읽고, 인터넷 댓글까지도 다 읽는다”고 한다. 방송 매체는 안 보는 것 같다. 암튼 신문을 그렇게 꼼꼼하게 읽었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으리라. 다만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겠지만 아쉬운 생각이 든다.
세상은 진보식 표현으로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로, 북한식 표현으로는 “국민을 특등 머저리로 아는 모양”이라며 비아냥거린다. 대통령이 여기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벌거벗은 임금처럼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대통령이 측은하기도 하다.
왜 산업부 장관이 조폭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너 죽을래” 막말이 튀어나왔을까. 또 감사 직전 공무원이 오밤중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에 있던 원전 파일을 지웠을까? 또 원전 공무원의 구속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그날 하필이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를 했을까? 또한 북원추가 담긴 파일명이 pohjois(뽀요이스)라고 했을까? 어떻게 공무원이 원전 프로그램을 짰을까?
지금도 정부는 음모론이라고 일축한다. 개인 아이디어 일뿐 선거용 색깔론이니 현혹되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내용을 공개하면 되는데 공개하지 않으니 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삭제된 530개 파일의 실체를 밝히는 건 국민의 권리이자 언론의 책무다. 청와대와 정부는 악의적으로 왜곡한 선동과 가짜뉴스가 있다고 진짜 믿는다면 법적 책임을 말만 앞세우기보다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허위사실 유포든, 명예훼손이든, 국가기밀 누설이든, 걸어 법의 심판을 받아보자. 판사를 믿을 수 없고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운 것인가.
누가 뭐라 해도 지금 대한민국은 유권무죄, 무권유죄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정치권 눈치를 보며 금배지를 노리는 충견 같은 판사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특히 살아있는 권력 봐주기가 국민의 눈에도 띈다. 이른바 ‘검언유착’ ‘김학의 불법출금’ ‘최강욱 기소사건’ ‘정경심 사건’ 등의 고비마다 등장해 정의를 지체시키고 있다.
거악 척결 수사를 독려하고 외풍을 막아줘야 할 수장이 관직에 눈 먼 사람처럼 정치권 눈치를 보면 되겠는가. 법무부장관이 바뀌었어도 달라질게 없는 것 같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면서 검찰개혁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검찰 내부 분열의 장본인을 인정하려는 것은 정권 불편한 수사는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비쳐질 수 있다.
여권으로서는 공수처가 가동하기 전까지 윤 총장을 온 몸으로 막을 적임자가 이 지검장 말고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청와대와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내심 이 지검장을 곁에 두고 싶어 할 것이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추미애 사태를 통해 운동권 정권 사람들은 상식을 벗어난 일을 버젓이 저지른다는 학습효과를 국민 뇌리에 주입시켰다.
이언 로버트슨의 <승자의 뇌>에는 ‘행위자를 징벌하기에 앞서 제보자를 색출, 징벌하려고 한다.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시야가 터널처럼 좁아지며 오직 목표 달성이란 열매를 향해서만 돌진하게 된다. 권력은 인간을 오만하게 만든다.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에 빠지게 된다’고 적혀있다.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하는데, 국민도 대통령 때문에 열불 날 날이 많다. 그래서 추운 겨울임에도 덥다. 계속되는 코로나뿐 아니라 나라꼴이 마음에 안 들다보니 우울증으로 고생한다. 경제상황은 한숨을 뛰어넘어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눈뜨면 접하는 정치기사가 속을 뒤집어 놓는다. 살맛이 안 난다고 용암이 분출하듯 분통을 터뜨린다. 마스크로 감춰진 얼굴이지만 금방이라도 누군가의 멱살을 쥐어 잡고 화를 낼 준비가 된 험악한 표정들이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는 분노의 사회가 됐을까.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국민이 선택을 잘못했으니 다시는 이런 어리숙한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어느 정부도 국민을 기만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한 자유로운 언론의 책임이다.’ 언론이 무너지면 끝이다.
“너희는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 그리하면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빌립보서 4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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