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멸망은 스스로 선택한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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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멸망은 스스로 선택한 자살

어처구니없는 사비도성의 항복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3-25 09:35:57

나당연합군이 본격적으로 백제 영토를 공격할 때 의자왕은 두 가지 치명적인 실기(失機·기회를 잃거나 놓침)를 한다.

의자왕의 치명적인 실기

하나는 흥수(興首)가 방책으로 제시한 기벌포(충남 장항)와 탄현(충남 금산)을 틀어막고 적극적인 방어전을 펼치라는 주장을 무시한 점이다. 이로 인해 소정방의 당군은 기벌포를 장악하고 금강을 거슬러 사비도성으로 진격하며, 김유신의 신라군은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쉽게 탄현을 통과한다. 뒤늦게 의자왕은 계백에게 결사대 5천을 주어 황산벌(충남 논산)로 보내 신라군을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다.

또 하나는 사비도성 방어과정에서 당군을 먼저 공격했다가 1만이 전사하는 병력손실을 입자 돌연 왕실가족과 측근 일부를 데리고 사비도성을 탈출한 점이다. 패배의 아픔을 추스르고 전열을 가다듬어 적극적인 방어전을 펼쳐야 할 지도자가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친다. 이는 망국군주 의자왕의 최대 약점이다.

사비성 함락은 백제의 자살

그런데 의자왕이 빠져나간 사비도성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의자왕을 대신한 부여태(泰·의자왕 아들)가 왕을 자칭하며 쿠데타 아닌 쿠데타를 일으킨다. 더욱 이상한 점은 태자 부여효(孝)의 아들 부여문사(文思·의자왕 손자)가 ‘숙부가 왕이 되었으니 당군이 포위를 풀고 물러가면 우리의 목숨을 어찌 보전할 수 있겠냐[而叔擅爲王若唐兵解去我等安得全]’고 하소연하며 밧줄을 타고 성을 내려와 투항하자 왕족과 귀족 그리고 백성이 모두 뒤따른다.

결국 어줍지 않은 쿠데타를 일으킨 부여태도 성문을 열고 항복한다. 나당연합군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비도성을 접수한다. 사비도성의 백제는 나당연합군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의자왕의 보복이 두려워 모두 항복한다. 이 날은 서기 660년 7월 13일로 실질적인 백제 멸망의 날이다.

사비도성을 탈출하여 웅진성으로 피신한 의자왕도 사비도성 함락 3일 후인 같은해 7월 16일 성주 예식진(禰寔進)의 매국행위로 항복한다. 예식진은 그 대가로 당의 ‘대당좌위위대장군’에 오르며 승승장구한다.

백제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의자왕을 비롯한 지도층의 그릇된 판단과 행동으로 멸망을 좌초한다. 그래서 백제멸망은 타살이 아니라 자살로 규정할 수 있다. 이후 의자왕을 비롯해 태자 부여효(孝), 왕자 부여융(隆), 부여태(泰), 부여연(演), 대신과 장군 88명 그리고 백성 1만2807명이 당의 수도 장안으로 끌려간다.

도대체 백성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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