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잔치에 벌어지는 빈부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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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잔치에 벌어지는 빈부격차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4-13 00:02:30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를 집어 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있다. 가진 자에겐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반면 없는 자에겐 생활고라는 절망을 안겼다. 넘치는 유동성에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거둔 이들과 그러지 못한 이들의 삶은 극명하게 달랐다.

한국은행(한은)에 따르면 올해 1월 광의통화(M2)는 3233조4000억원으로 전년동월(2927조5000억원) 대비 305조9000억원(10.4%) 늘어났다. 2019년 1월에서 지난해 1월 사이 202조원(7.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예년보다 100조원 이상이 시중에 추가로 풀린 셈이다. 통화량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늘어나니 화폐가치는 하락하고 실물자산의 가치는 급등했다.

일례로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3월 19일부터 이달 9일까지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114.8% 올랐다. 많은 국민들이 구입한 삼성전자 주가도 같은 기간 4만2950원에서 8만3600원으로 거의 두 배 상승했다. 삼성전자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1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시중에 통화량이 늘었지만 돈은 투자로 흘러갈 뿐 실물경제로 스며들지 못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425만7000원으로 전년(408만2000원) 대비 증가한 반면 민간최종소비지출은 931조 7000억원에서 894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돈들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바로 주식이다. 지난해 가계는 투자펀드를 제외하고 국내외 주식에만 83조3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다만 국민들 전부 이러한 모습을 보인 것을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빚투’ 열기에도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투자하긴 보단 먹고 살기 위해 지갑을 열어야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4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3% 감소한 반면 소득하위 20%의 월평균 소비 지출은 105만8000원으로 같은 기간 3.3% 늘었다. 식료품 가격이 4.4%로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지출 가운데 식료품 비중은 전체 평균 15.9%보다 높은 22.3%다. 이들은 필수생계비를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았다.

빈부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순자산 지니계수는 전년(0.597)대비 0.005p 오른 0.602이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빈부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자산 5분위 배율(상위 20% 가구의 평균 순자산을 하위 20%의 평균 순자산으로 나눈 값)도 2019년 125.60배에서 지난해 166.64배로 크게 증가했다.

문재인정부는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세우면서 집권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이뤄내지 못한 채 소득불평등만 커졌다. 오히려 자산시장 거품으로 쌓아올린 ‘코스피 3000’을 경제성과로 인식하는 수준이다.

양극화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절망감과 박탈감을 넘어 사회 전체적인 분노를 몰고 올 수 있다. 이러한 혼란은 포퓰리즘을 낳아 자유민주주의 체제마저 흔들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시장이 아닌 실물시장에서 돈이 돌 수 있는 실질적인 경제회복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산·소득격차가 벌어져 양극화를 초래했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

[윤승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