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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도시를 담고 세상 마주하며 주변과 중심 통해 형성
/유럽 중세, 교회의 공간으로 시민들 非일상과 축제를 즐겨
/모두가 함께 공감하며 만들어나가는 것이 광장의 존재이유
/시민 중심을 지향하는 '과정'으로 광화문광장을 바라봐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한 서울시의 결정에 찬반 여론이 거세다. 역사성 회복과 보행축 연결 등 다양한 재구조화의 배경 속에 시민을 위한 대표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 또한 담겨 있다. 언론에서는 기존 광화문광장에 대해 공적 공간, 관제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시민의 일상이 없는 비민주적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시민 중심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를 전공한 이로서 광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현상은 매우 반갑다. 그러나 광장에 대한 소유권과 일상, 비일상적 공간에 대한 논쟁 사이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광장은 원래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광장(廣場), 우리 말 그대로의 너른 공간을 의미한다. 영어의 광장을 의미하는 단어 중 하나인 플라자(plaza)의 어원에도 넓은 길이나 공간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광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광장이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자연스레 시민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들에게 질문의 답은 당연히 ‘우리’로 귀결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도시의 주요 공간은 교회의 소유였다. 중요한 공간은 도시마다 위치한 주요 교회 앞마당이었고, 당연히 교회의 소유지였다. 교회의 앞마당인 광장을 쓰기 위해선 그 시간 동안 성직자나 교회 관계자들의 허가가 필요했다. 이렇게 엄격했던 시대에 유일하게 일탈을 용인해 준 시간이 바보제(Feast of fools)였다. 단어 그대로 모든 이에게 바보가 됨을 허용하는 이날, 하루 동안 평민과 상류층의 역할 바꾸기 놀이가 이루어졌다. 바보제 기간이 끝나면 다시 광장은 당대 권력의 중심, 교회에 속했다.
결국 광장은 역사적으로 시민의 일상이 되었으면 하지만, 일상이 될 수 없는 모순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와 광장을 연결하여 모든 시민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민주주의와 시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지금 이 시대이기에 가능하다. 시민의 권리와 일상에 대한 논의가 진해질수록 그를 위한 공간인 광장 또한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장의 모습을 바꿈으로써 시민 중심이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한 논의로 광장의 물리적 형태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넓은 장소를 광장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모든 광장에 주목하지 않는다. 한 국가나 도시의 주요한 광장은 항상 그 주변과 함께한다. 광화문광장은 광화문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와 그 주변의 국가를 상징하는 여러 시설이 놓여있기 때문에 여러 광장 중 논의의 대상이 되는 자격을 얻는다.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은 교황의 창문과 마주하고, 주요 도시의 중요한 광장은 시청이나 중앙역 등 시설과 함께 한다.
또한 광장의 안과 밖은 자연스레 보고 보이는 관계를 안는다. 광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광장과의 물리적인 접점을 통해 나와 다른 삶을, 혹은 시각을 만난다. 보고 보이는 수많은 관계 속의 도시에서 광장은 언제나 무대와 관중을 등장시키는 장소로 작용한다.
이를 활용해 2009년 영국의 예술가 앤서니 곰리(Anthony Gormley)는 런던 트라팔가광장에서 살아있는 조각상(Living Sculpture) 프로젝트 ‘One and Other’를 진행했다. 사전에 신청한 참가 희망자들이 1시간씩 거대한 광장의 좌대에 올라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100일간 2400명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이, 1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이, 춤을 추는 이도 있었다. 좌대 위에서 단 한 시간을 쓰는 평범한 사람들을 모집한 것인데 3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참여만큼이나 관람객 반응 또한 뜨거웠다. 흥미로운 점은 참여자들이 매우 평범한 행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무언가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바라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광장의 좌대 위에 올라선 순간,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들은 대상이나 행동을 좀 더 크고 깊은 범주에서 해석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좌대를 설치함으로써 시선의 각도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좌대는 광장이라는 장소가 갖는 사회적 맥락을 바탕으로 더 중요한 맥락 안에 놓였다. 광장에 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사회로 향하는 메시지로 읽혔다.
곰리가 작품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광화문광장이 역사 안에서 중요한 비(非)일상의 공간으로 등장했던 이유는 광장 본연의 성질과 주변의 맥락에 있다. 단순히 넓은 공터가 아니라 메시지를 확산할 수 있는 장소로서 중요한 광장은 점차 힘을 갖는다. 주변과 연결성을 강화하여 시민들이 걷기 좋은 광장을 만든다고 하더라고 광장이 속한 맥락을 대대적으로 고치지 않는 이상 광화문광장이 갖는 특유의 비일상성은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광장은 도시를 담고 세상을 마주하며 주변과 중심을 통해 존재한다. 결국 광장이 시민중심이 되어야 함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공감하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과정의 하나로, 도시공간의 맥락 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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