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식·신혼여행을 간소화하는 대신 ‘프리미엄’ 혼수를 구매하는 MZ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이들은 변화에 유연하고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쓰는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은 단순 머무는 공간이 아닌 일터, 수면 공간, 힐링 공간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MZ세대의 혼수 트렌드는 플렉스(flex: 과시소비)와 ‘맞춤형’이다. 이들의 취향이 반영된 고가의 혼수, 맞춤형 가전제품과 명품 예물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호텔 침대 ‘시몬스’·맞춤형 프리미엄 가전인 삼성전자 ‘비스포크’·LG전자 ‘오브제’ 인기
혼수에서 빠질 수 없는 침대는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시몬스 침대는 프리미엄 혼수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의 침대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시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난 2715억 원, 영업이익은 39% 증가한 14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1~4월 침대 매트리스와 프레임, 베딩 등을 포함해 객단가 1000만원 이상의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2000만원을 호가하는 시몬스 침대 최상위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성장했다. 고가 침대를 선택하는 고객들은 여유로운 대형 사이즈 매트리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시몬스는 가로폭 170~190cm인 킹사이즈 매트리스의 지난해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시몬스 매장에서 만난 한혜진 씨(여·35)는 “시몬스는 호텔 침대라는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덕분에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집이라는 공간이 중요해진 만큼 호텔에서 느끼는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을 집에서도 느끼기 위해 비싸지만 구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몬스 침대는 호텔 침대로 불린다. 지난해 리뉴얼 혹은 신규 오픈한 전국 5성급 이상 특급호텔에 3000개가 넘는 제품을 납품했다. 올해도 ‘그랜드조선 제주’을 비롯해 ‘대구 메리어트 호텔&리조트’,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조선 팰리스’ 등에 모두 시몬스 침대가 비치됐다. 현재 서울신라호텔, 안다즈 서울 강남,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 등 국내 유명 특급호텔 90%가 시몬스를 선택했다.
가전은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대세인 가전 보다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맞춤형 프리미엄 가전’이 인기를 끌었다. MZ세대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프리미엄 가전인 삼성전자의 ‘비스포크’와 LG전자의 ‘오브제’를 혼수로 택했다.
이는 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소비자 가전 부문의 매출은 12조9900억원, 영업이익 1조1200억원, LG전자의 H&A사업본부의 매출은 6조7081억원, 영업이익 9199억원으로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6월 가전 사업의 새로운 비전인 ‘프로젝트 프리즘’을 내걸면서 첫 번째 제품으로 신제품인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였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단조로운 백색 광선을 갖가지 색상으로 투영해 내는 프리즘처럼 삼성전자가 MZ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을 담았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건조기 일부에 적용한 비스포크를 에어드레서, 슈드레서, 인덕션,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등으로 확대했다.
LG전자는 2018년 11월 선보인 주문제작 방식 ‘오브제’ 제품군을 지난해 10월 ‘오브제컬렉션’으로 확장했다. 기존 LG 오브제가 협탁식 냉장고와 같이 가전과 가구를 융합한 프리미엄 수요에 집중했다면 LG 오브제 컬렉션은 다양한 재질과 13가지 색상 선택을 제공하고 제품군을 11종으로 늘렸다. LG전자는 올해 에어컨과 청소기를 추가해 오브제컬렉션을 총 13개 제품군으로 확대한 데 이어 추후 제품군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맞춤형 프리미엄 가전 매장에서 만난 하정수 씨(여·30)는 “맞춤형 가전은 재질과 색상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 신혼부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비스포크와 오브제 중 꼼꼼히 따져본 후 구매할 생각이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신혼여행 대신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Z세대의 명품 사랑…예물은 명품이 최고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명품 매출은 2869억 달러로 약 19% 줄었지만 국내 명품 매출은 2019년 매출 15조120억원과 비슷한 14조9960억원을 기록했다. 샤넬을 비롯해 루이비통, 구찌,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 프라다, 페라가모 등 10대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4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에루샤’, ‘샤테크’ 등 모두 MZ세대가 명품 소비에 나서며 등장한 용어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백화점 3사의 합산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5.1% 증가했다. 매출 증가의 주요 요인은 MZ세대라는 분석이다. 이들의 구매 비중은 해마다 상승해 지난해 기준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의 50.7%, 롯데백화점의 46%, 현대백화점의 29.2%를 차지했다.
백화점 명품관에서 만난 예비 신부 김소라 씨(여·27)는 “예물로 샤넬백을 보러 나왔다”며 “‘샤테크’란 말이 있듯 샤넬백은 사면 무조건 이득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샤넬백을 사고 싶었다. 이 기회에 하나 마련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혼여행 대신 프리미엄 가전, 가구, 명품 예물 등을 선호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타일러, 건조기, 음식물 처리기, 맞춤형 냉장고, 명품백 등이 대표적이다”며 “코로나19로 주거공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요즘 MZ세대는 주거공간을 호텔처럼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꾸미는 걸 선호해 비싼 혼수가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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