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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정책 기조가 전임 행정부의 ‘대중국포위전략’에 비해 약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정책에 있어 트럼프 전 행정부의 강경한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맹의 활용’과 ‘가치 중시’를 강조하며 전 세계적인 반중(反中)정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민주당 및 공화당 모두 중국을 △정치적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전체주의 국가 △경제적으로는 불공정 행위를 일관하며 불법적으로 미국의 기술을 탈취하는 국가 등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으로 반중 정서가 유례없이 고조된 가운데 바이든 정부가 유화적인 대중정책을 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므로 우리나라 역시 이에 발맞춘 외교전략을 수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중국 압박 강화한 美 바이든정부…미국과의 대치 장기전 준비 돌입한 中
세계경제 포커스는 지난 4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전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정부에서도 전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중국은 장기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경제 분야에서의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의 대중국 견제는 미국의 실질적인 경제제재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대중국 제재 수단으로 크게 △수출제재 △수입제재 △투자제재 △금융제재 등을 공식 추진 중이다.
△2월 공급망 조사 행정명령 △3월 미국 내 ICT 공급망 보호조치 △3월 ‘외국기업책임법’ 등을 도입했고 지난달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는 반도체 및 인공지능 등 핵심 산업의 공격적 육성을 위한 대중국 견제법을 통과시켰다. 미 상원은 이날 반도체 등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중점 산업 기술 개발과 생산에 2500억 달러(한화 약 280조원)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중국 견제법’을 통과시켜 향후 5년간 1900억달러(한화 약 210조원)를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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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그 중 540억 달러(한화 약 60조원)는 반도체 개발에 투입할 전망이다. 또 20억 달러(한화 약 2조2000억원)를 자동차 부품용 반도체 개발에 투자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군사·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초당적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조치에 중국도 강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3월 개최된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14차 5개년 계획 △2035 중장기 발전전략 등의 세부 내용을 승인했다. 발전전략에서 중국은 ‘쌍순환(雙循環) 발전전략’과 ‘기술혁신’ 등을 핵심 정책방향으로 내세우며 미국의 대중국포위전략에 맞서는 중장기 대미전략을 구축의지를 밝혔다.
‘쌍순환 전략’의 목적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가치사슬 구축에 있으며 ‘2035 중장기 발전전략’은 기술혁신을 통해 2035년까지 2020년 대비 두 배 수준의 GDP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원호 세계지역연구센터 중국경제실 중국경제통상팀 부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대중제재에 나섰고 그로 인해 중국은 핵심기술 부족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의 기술은 표면에 보여지는 응용기술이지 그 응용기술을 이루는 핵심기술이나 원천기술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대중제재를 막기 위해 핵심기술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5월, 시진핑 주석은 장시성(江西省)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장정 기념탑을 참배하며 “지금은 새로운 대장정이다. 우리는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발언 한 바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중국공산당(중공)은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중국 특색에 맞는 △제도정비 △산업정책 조정 △자체기술개발 강화를 통해 미국에 대응하고 나섰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중 간의 대립은 장기전 양상을 띌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 잠정 지침’에서 ‘자신감과 힘’의 회복에 기반한 대중국 정책을 피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글로벌 리더십 회복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위해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가치문제와 연관해 대중국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공중보건 등의 분야에선 중국과의 협력은 관계의 회복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미국 내 문제 해결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회복의 문제와 직결되며 공급망 재편 및 첨단 기술의 비교우위 유지를 통한 미국 경제의 쇄신 및 국내산업 기반 강화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미·중 간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쟁점에서 두 나라는 일부 핵심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공급망 및 기술 디커플링(Tech Decoupling)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동맹’ 강조하는 미국…“한국, 대중국포위전략 동참 요구 수용으로 신뢰 보여야”
미·중 간 대립의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 한·중 간의 관계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체할 경우 미국의 최대우방국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본은 미·중 간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을 때 그 어떤 국가보다도 빠르게 미국 편에 동참했을 뿐 아니라 홍콩의 ‘일국양제’나 신장위구르의 ‘인권’문제에 있어서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중국은 이러한 일본의 반중국 기조에 지금까지 특별한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산업계는 중·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 제재로 인해 일본 및 독일과 같은 원천기술 보유 국가들의 기술로 대체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대응책은 정치적으로는 확실한 반중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일본과 같은 형태의 친중정책을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친미정책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미래에 주는 국가적 위상과 외교적 입지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이 R&D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국제관계 속에서 한·미 동맹을 확고히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3월 2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시 브뤼셀 연설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이 중국과 복잡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동맹들에 우리 아니면 중국을 선택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가치를 위해 싸우는지 보여줄 때다”며 정치적 선택을 압박했다. 해당 발언은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민주국가들과 함께 분명한 가치를 가지고 첨단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통상규범 마련을 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연 부연구원은 “호주·일본·대만·독일·인도·베트남 등은 중국과의 무역 규모 면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한국과 같이 높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과 연대를 통해 중국이 외교적 보복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공동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 강화보다는 공통의 국제 정치적 이해관계에 초점을 두는 것이 미래 대한민국을 담보할 수 있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대의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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