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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맡은 보험민원 업무를 보험협회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두고 시민사회가 찬반으로 첨예하게 갈라섰다. 찬성 측은 보험 민원이 전체 금융 민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보다 빠른 소비자 구제를 위해서라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금융감독원의 민원처리 방식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 모두 보다 나은 소비자 보호를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날로 늘어나는 금융 민원에 금감원 헉헉…與, 보험민원 보험협회 직접 처리 추진
현재 금감원은 '금융민원센터‘를 통해 민원을 받는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민원 9만334건 가운데 보험민원은 5만3294건(59.0%)으로 절반을 넘었다(생명보험 23.4%·손해보험 35.6%). 나머지는 비은행 18.9%, 은행 13.5%, 금융투자 8.5% 등이었다.
보험 민원이 주를 이루는 금감원의 민원 처리 시간은 자꾸 길어지고 있다. 금융민원을 처리하는 데 드는 시간은 △2017년 16.5일 △2018년 18.3일 △2019년 24.8일 △2020년 29.0일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모펀드 등 대규모 분쟁 민원이 발생하면서 은행권역 분쟁민원 증가폭과 평균처리기간이 크게 증가했다”며 “환매중단 펀드의 경우 손해가 확정되지 않아 분쟁조정절차 진행의 어려움이 있어 처리기간이 크게 증가한 측면이 있으나 사후정산방식의 분쟁조정을 통해 처리기간을 단축시켜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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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
보험 민원 처리시간이 점차 늦어지자 결국 정치권이 나섰다. 빠른 보험민원 처리를 위해 지난 4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보험협회에서 보험민원 처리 및 보험분쟁의 자율조정 업무와 기타 상담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민원처리·분쟁조정에 대한 규정과 절차를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김한정 의원은 “(법안이 통과·시행되면) 관계당국이 보험협회에서 처리 가능한 민원의 범위와 민원 처리 절차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 금융소비자의 불만과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감원만으론 소비자 민원 처리 한계” vs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
정치권의 보험민원 처리 민간이전 추진에 여론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각기 다른 주장을 앞세워 찬성과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 두 곳이 보험민원 협회 이관에 관해 잇달아 입장을 발표했다. 먼저 입을 연 쪽은 민간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이었다.
지난달 27일 금소원은 “현재 금감원에서 한 해 5만건 이상의 보험민원을 처리하는 방식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금감원은 민원 처리의 고도화·전문화를 위해 단순한 민원을 중심으로 관련 기관에 위임하고 위임 업무 감독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은혜 금소원 총괄지원본부 팀장은 “보험업권보다 훨씬 민원건수가 적은 은행권, 대부금융업권 등은 협회가 일부 단순 민원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과 함께 다른 업권에서 실시하고 있는 방안을 형평성에 입각해 보험업권에서도 개선 및 운영,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 년에 8만여건이 넘는 민원을 200명 정도가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데 적절한 대책 논의보다 금감원의 민원처리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해왔다”는 말로 사실상 에둘러 꼬집었다. 이어 “그럼에도 이에 대한 금감원의 책임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험협회도 일단 반기는 모습이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올해 초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협회의 민원업무 강화 등 민원행정 서비스 효율화를 위해 절차 개선을 건의하겠다”면서 “금감원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민원 업무 분담과 수행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분쟁성 민원은 금감원에서 맡고 (그 밖에) 어떤 성격의 민원을 나눠 맡을지 금융당국과 논의·검토하고 있다”며 “(이관 시) 금융소비자는 더욱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 소비자단체에선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 등을 없애서 보험민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감원이 손을 떼고 이익단체에 민원을 고스란히 넘겨 해결하라는 것은 황당한 해결책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이유는 보험사에 민원을 제기 했으나 들어주지 않고 거부하거나 보험사를 신뢰하지 못해 정부기관인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다”라며 “현재의 금감원 민원처리 절차나 방식, 기간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에서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보험민원 업무를 보험사 이익단체인 보험협회로 넘긴다는 것은 보험소비자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배홍 금소연 보험국장은 “금감원 민원처리 방식도 2~3개월이 걸리는 처리기한을 대폭 단축시키고 중립적, 객관적 입장에서 신속 정확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분쟁을 조정해 민원을 해결하는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금소법 시행에 맞춰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를 근절시켜 민원 발생을 대폭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김학형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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