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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인 아버지가 골프와 가정교육
/미국인이 가장 사랑·존경하는 골퍼
/가족 우선·화목한 가정으로 유명
/자선재단 설립…7000만달러 기부
/최고령 메이저 우승 ‘노익장’ 과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필 미켈슨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골퍼 중 한 명이다. 미켈슨은 교통사고로 현재 투어를 뛰지 못하고 있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늘 비교되곤 한다. 우즈는 PGA 통산 최다승과 동률인 82승을 기록했고, 5살 많은 미켈슨은 우즈에 못지 않은 통산 45승을 쌓았다. 둘은 PGA 투어의 쌍벽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 경기력 면에서는 우즈가 다소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켈슨 또한 프로 생활 30년 동안 대단한 업적을 남긴 골퍼임에는 틀림없다. 그동안 상금으로만 역대 2위에 해당하는 954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2012년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최정상급 골퍼이다.
일상의 모든 건 오른손으로
‘왼손잡이’로 알려진 미켈슨은 실제로는 오른손잡이다. 밥먹기·글쓰기 등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오른손으로 하며, 골프를 할 때에만 왼손을 쓸 뿐이다. 오른손잡이인 아버지가 스윙하는 모습을 두 살 때 마주 서서 보고 배웠기 때문에 왼손잡이로 골프를 치게 됐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일종의 거울효과라고 할 수 있다. 해군 조종사 출신인 아버지 필립은 싱글 핸디캡으로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골프를 본격적으로 가르쳤다. 할아버지 산토스 또한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골프 링크스의 캐디였기에 미켈슨은 어려서부터 골프 집안에서 성장한 셈이다. 어린 미켈슨로 하여금 샌디에이고의 집 뒷마당에 있는 넓은 연습장에서 마음대로 골프를 치도록 한 것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훗날 미켈슨의 창의적인 쇼트 게임 기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켈슨이 ‘쇼트 게임의 달인’이라고 불리게 된 원동력이었다.
기업 후원이 끊이질 않는 이유
미켈슨은 역대 상금 랭킹 2위에 올라있지만 투어에서 벌어들인 상금보다는 후원 및 홍보로 벌어들인 돈이 훨씬 많다. 현재 미켈슨을 후원하고 있는 주요 기업은 세계적인 종합 회계·재무·자문 그룹인 KPMG, 정유사인 엑손모빌과 롤렉스시계, 글로벌인사솔루션 업체인 워크데이, 캘러웨이 골프 등이다. 이전에는 타이틀리스트,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어링 포인트, 금융기업인 바클레이스 등의 후원을 받았다. 미켈슨에게 굴지의 기업으로부터 후원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모범적인 생활로 유명하기 때문일 게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미켈슨은 아마추어 골프의 최강자였다. 전미대학스포츠협의회(NCAA) 개인전에서 3차례나 우승하며 전미대학 최우수 골퍼상을 수상했고, 대학생활 동안 무려 16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1991년 1월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열린 자신의 첫 PGA 투어 대회인 노던 텔레콤 오픈에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우승해, 아마추어로서 PGA 투어에서 우승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될 성 부른 떡잎이었던 미켈슨이 프로로 전향을 한 것은 1992년이었다. 데뷔 초반 돌풍을 일으킨 미켈슨은 1996년 바이런 넬슨 클래식, 1998년 AT&T 페블 비치 내셔널 프로암, 2000년 콜로니얼 내셔널 인비테이션 등 PGA 투어 대회에서 숱하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미켈슨은 우즈보다는 카리스마가 떨어지지만 늘 자상하고 인정 많은 골퍼로 유명하다. 세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도 우즈와 달리 아주 가정적인 가장이다. 화목한 가정의 표상으로 꼽힌다. 이 또한 늘 자식과 함께 놀아주며 자상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장녀 아만다의 고교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2017년 US오픈에 기권한 일은 유명하다. 1994년부터 23년간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던 미켈슨은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위업) 도전을 포기하고 딸 졸업식에 참석했다. 2013년 US오픈 하루 전날에는 큰 딸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는 바람에 잠도 못자고 3800km를 날아와 대회 개막 3시간 전 경기장에 간신히 도착해 화제가 됐었다. 그만큼 미켈슨은 딸 바보로 유명하다. 또 2009년에는 아내 에이미의 유방암 치료와 간호를 위해 투어를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미켈슨의 최우선은 골프가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이기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
PGA 자선 활동의 중심
미켈슨은 남다른 가족애뿐 아니라 선행의 천사로도 불린다. 만약 ‘선행 명예의전당’이 있다면 아마도 그가 1호로 입회했을 것이다. PGA 투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활동이 다양한 자선 활동인데, 그 중심에 미켈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켈슨은 자신은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한 가정과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 ‘필·에이미재단’을 2004년에 만들었다. 선행을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였다. 이전까지는 유방암 환자들을 돕는 게 전부였지만 재단이 만들어진 뒤에는 선행사업이 다양해졌다.
필·에이미재단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등 사회 저명인사 30여명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재원은 주로 미켈슨이 골프로 벌어들인 상금으로 충당되며, ‘아름다운 일’에 쓰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 재단에서 기획·실행한 사업은 수도 없이 많다. ‘교사 아카데미’와 ‘스타트 스마트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미국의 어린이 미래 교육을 위해 매년 여름 미국 전역의 수학·과학 교사 600명을 모아 1주일간 합숙으로 공부시키는 ‘교사 아카데미’를 개최해 오고 있다. 물론 비행기 표와 호텔 숙박까지 모든 비용을 책임진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본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이와 함께 매년 8월에는 자신의 고향인 샌디에이고 지역의 저소득층 아동 2000명을 대형 마트로 데려간다. 9월의 새 학년을 앞두고 필요한 학용품과 옷·신발 등을 마음껏 고르게 하는 ‘스타트 스마트’ 프로그램이다.
상금은 아름다운 일에 쓰여
아버지가 군인 출신이기 때문에 미켈슨은 군인들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상이군인들에게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맞춤형 주택’을 지어주는 비영리단체의 대변인 겸 재정 지원을 2004년부터 맡아오고 있다. 전사한 군인의 자녀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재단도 후원하고 있다. 자선행사가 참으로 다양하다.
필·에이미재단은 미켈슨이 주관한 2020년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개최 수익금 100만달러를 샌디에이고 지역 14개의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등 지금까지 내놓은 자선 기금만도 천문학적인 7000만달러에 이른다.
필드 밖에서 각종 선행을 펼치고 있는 미켈슨은 골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5월 말 51세의 나이로 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최고령 우승 기록을 깨뜨렸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감동의 쾌거였다. 그가 이날 받은 우승상금은 216만달러다. 아마도 이 상금은 또다시 아름답고 좋은 일에 쓰여질 것이 분명하다.
왼손잡이 골퍼 미켈슨이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많은 상금을 받을수록 각종 자선행위 또한 더욱 빛을 발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가 미켈슨을 열렬히 응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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