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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로벌하게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는 화두가 바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이는 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란 의미로 한마디로 미래 유지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이 용어는 로마클럽이 1972년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란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인간 활동, 경제나 경영, 기후와 환경, 국가정책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인간과 자원의 공생, 개발과 보전의 조화, 현 세대와 미래세대 간의 형평 등을 추구한다. 지속 가능성은 기업 경영에도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즉 ‘ESG’가 괄목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가 않다. 이는 국가와 기업에는 물론 개인에게 이르기까지 전혀 간과할 수 없는 대전환의 본질이 되는 셈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큰 진통과 갈등의 근원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 즉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진단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인류가 공통으로 통감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재인식한 것이다. 강력한 처방전이 나오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첫 단추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제로 세계’, 친환경 뉴딜의 실현을 위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2050년(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대외에 천명하고 나섰다.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들은 전략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新)성장전략과 체질을 강화하는 혁신전략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방향을 주도하고, 새롭게 생겨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의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차량 확대 등이 용트림을 한다. 배터리, 수소, 탄소포집 등과 관련한 기술이 조명을 받으면서 국가 혹은 기업 간의 합종연횡이 봇물 터지듯 한다. 글로벌 제조 지형이나 가치사슬이 엄청나게 바뀔 수도 있는 거대한 물꼬가 터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 선구적으로 대응하고 지역은 유렵연합(EU) 국가들이다. 1980년대부터 유럽이 주도해 세계가 공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이 결과로 1992년에 UN 주관의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었고, 실천계획이 담긴 1998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기후협약으로 연결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일시적인 탈퇴를 하였지만 조 바이든 정부가 다시 합류함으로써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리도 이 흐름에 주도적이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경쟁국보다 늦긴 했지만 2050년 무탄소 사회를 목표로 하는 로드맵이 발표돼 시선을 끈다. 탄소제로 30년 글로벌 전쟁 참여를 본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두고 지나치게 고정 관념과 이상에 집착하였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논쟁의 초점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이며, 이는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다. 또 하나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쟁력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음 정권에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시민이 의사결정의 주체, ‘시민 기술’이 국가적 난제 해결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해야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한 큰 틀의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우선 에너지원별 전력 생산 비율을 의미하는 ‘에너지 믹스’에 대한 불합리성이 거론된다. 소수의 인사가 밀실에서 뒤죽박죽으로 급조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태양광·풍력의 비중을 현재의 3% 수준에서 60%로 늘리겠다는 발상이 특히 전문가들을 당황케 한다.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에너지 저장장치에 대한 고려가 턱없이 부족하다.
한편으론 탈원전에 가속도를 붙여 29%(24기)에서 7%(9기)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다수 선진국이나 중국이 원전을 유지·확대하는 추세에 비하면 정확히 역주행이다. 300MW 전후의 소형 모듈 원전 개발을 위해 각국이 피치를 올리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전력이 부족하면 중국이나 러시아 전기를 북한을 거쳐 끌어온다는 발상도 포함돼 있어 아연실색케 한다. 에너지가 안보의 중요한 축으로 대두되고 있는 글로벌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태양광은 중국이, 풍력은 유럽이, 원전은 한국이 경쟁력 우위를 보유하고 있는 시장 상황과도 동떨어져 있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만으로 불가능하다. 상당수의 국가나 도시들이 탄소를 줄이는 친환경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전개해 나온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시티 구축 붐이 한창이다. 이에 더해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고 핵심 기능만을 확대하는 ‘콤팩트 시티(Compact City)’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일로다.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이 개념을 유럽의 도시들이 먼저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웃 일본에서도 2000년대 들어서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고령화와 인구절벽, 지방소멸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토 공간계획을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도시 기능을 고도화함과 동시에 도시 간의 네트워크를 중시하며, 자족도시의 측면에서 지방 분권·균형발전을 자족도시의 시야에 두고 있다. 녹지 보존을 중시하고, 또한 인구밀도와 자동차 의존도를 동시에 참작하고 있기도 하다. 환경 부담이 적은 저밀도 도시 조성이 목표이자 방향이다. 적정 대중교통 수단의 충분한 공급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에게 이런 것에 대한 이해와 안목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기회만 있으면 신도시 개발을 한답시고 국토를 파헤치고 여기에 온갖 투기꾼까지 덤벼들면서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방을 둘러보면 온통 난개발로 전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다. 떡고물이나 챙기고, 남보다 빠른 정보로 한탕을 하려는 자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한 베드타운에서 대도시로 출근하는 차량이 연일 매연을 쉴 새 없이 뿜어댄다.
재개발 혹은 재건축을 통한 도시 기능의 재창조가 가진 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인식돼 오로지 도시를 확장하는 데에 정책의 우선 순위가 부여된다. 현재만 살고 미래는 안중에 없는 실로 무책임하고도 안일한 접근이다. 우리도 이미 일본과 흡사한 국가적 과제들이 코앞에 닥치고 있다. 탄소제로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에너지 전환과 더불어 도시 기능의 재구축은 양 날개와도 같은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일방적 상의하달보다 하의상달의 민의 수렴 방식이 눈에 띈다. 시민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고, ‘시민 기술(Civic Technology)’이 중심이 되면서 이와 관련한 더 많은 기업 혁신과 창업 생태계가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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