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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총 9개 획득
/엄격한 가정교육과 혹독한 훈련 덕분
/사회봉사와 모교 육상코치로 인생 2막
/“경기 외 인생도 가르쳐야 좋은 코치다”
지구촌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의 계절이 눈앞에 다가왔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을 연기해야 했던 제32회 도쿄여름올림픽 개막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196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탓에 취소할 것이냐, 강행할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로나19 ‘긴급사태’ 발효로 인해 도쿄도에서 열리는 올림픽 경기는 모두 무관중으로 결정됐다.
대한민국 금메달 7개 이상 목표
25개 종목, 92개 세부 경기에서 199명의 선수를 파견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7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해 톱10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수들은 금메달 하나를 따기 위해 지난 5년간 먹고 싶은 것을 참고, 잠도 참아가며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올림픽 하면 곧 메달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올림픽에서 무려 혼자서 9개의 금메달을 따낸 선수가 있었다. ‘갈색 탄환’, ‘총알 탄 사나이’라고 불리며 한 세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칼 루이스다. 루이스의 집은 스포츠 가족으로 유명하다. 부모가 육상선수 출신이고, 큰형은 루이스처럼 육상 단거리, 둘째 형은 미식축구, 여동생은 멀리뛰기 선수였다. 하지만 루이스처럼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루이스는 어려서부터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흑인 인권 운동가였던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자랐다. 부모는 루이스의 페어플레이 정신과 깨끗한 매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금지 약물의 부작용에 대해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인 것도 루이스였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요구하는 부모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엄격했던 가정 분위기 때문인지 루이스는 은퇴할 때까지 선수생활 26년 동안 단 한 번도 추문을 낳지 않았다. 성실 그 자체였다.
부모의 가르침 잘 따랐던 소년
루이스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교훈을 훈련 프로그램에도 충실하게 적용했다. ‘뭔가 가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대상에 힘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라’는 가르침을 그대로 따랐다. 어릴 때부터 단거리와 멀리뛰기에 뛰어난 자질을 보인 그는 고교 시절 멀리뛰기를 할 때 등번호 25번을 달았다. 당시 25피트(약 7.6m)를 뛰는 게 목표라는 뜻에서였다. 루이스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불가능하다는 비아냥을 받았지만 고등학교 졸업 전에 결국 25피트 기록을 여러 번 깨뜨렸다. 집념과 오기의 결과였다. 루이스에게는 늘 자신만의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가 무엇이든 반드시 쟁취하고 마는 성격이었다.
1979년 육상 명문인 휴스턴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1980년 미국 대학선수권 멀리뛰기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981년에도 미국 육상선수권 100m와 멀리뛰기에서 우승했다. 또 1983년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100m와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다음 올림픽의 선전을 예고한 셈이다.
루이스는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일과 목표는 반드시 이루고 마는 집념의 선수였다. 그렇기에 무려 4차례의 올림픽에 걸쳐 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루이스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서 남자 100m와 200m, 멀리뛰기, 400m 계주까지 4개의 금메달을 땄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제지 오웬스 이후 48년 만에 탄생한 육상 남자 단거리 4관왕이었다. 루이스가 무려 4개의 금메달을 건져내자 미국 땅은 환호와 감동의 물결로 넘쳐났다. 100m와 200m에서의 2관왕은 충분히 가능해도 멀리뛰기 동시 제패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육상계의 의견이었다. 따라서 오웬스의 뒤를 이은 루이스의 존재는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었다. 루이스 이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100m와 멀리뛰기를 모두 제패한 남자 선수는 아직까지 없다.
루이스는 LA올림픽 다음해인 1985년에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1987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 200m, 멀리뛰기 우승을 차지하며 1988년 서울올림픽을 향한 도움닫기를 마쳤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1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은 캐나다의 벤 존슨이었다. 9초79의 세계신기록이라고 했다. 9초92를 기록한 루이스는 2위였다. 그런데 루이스에게는 천운이 따랐다. 경기 후 실시된 도핑 테스트에서 존슨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계통의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이틀 만에 금메달을 박탈당했고, 100m 금메달은 루이스의 목에 걸렸다. 루이스는 서울올림픽 멀리뛰기에서도 8m72cm를 기록해 2관왕을 안았다. 200m에서는 0.04초 차로 뒤져 금메달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 서울올림픽에서도 ‘갈색탄환’의 이름값을 해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출발이 불안했다.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 100m와 200m에서 탈락했고, 다른 선수의 부상을 틈 타 400m 계주팀에 이름을 간신히 올렸다. 그래도 그는 멀리뛰기와 400m 계주 2관왕에 오르면서 저력을 입증했다. 단거리 선수로는 환갑에 가까운 그의 나이 35세에 출전한 애틀랜다올림픽 멀리뛰기에서도 우승해 통산 9번째 금메달을 안았지만 ‘올림픽 금메달 10개’를 채우지는 못했다. 루이스가 가장 아쉬워했던 대목이다. 15년간 세계 단거리 육상계를 주름잡았던 근대 올림픽 최고의 육상 영웅 루이스는 1998년 9월 마침내 구슬땀이 밴 트랙을 떠났다.
흔히들 단거리 선수는 순발력과 유연성을 타고 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루이스는 천부적인 재능보다는 훈련에 의해 만들어진 선수다. 대학 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함께 한 코치 텔레즈의 혹독한 훈련에 전적으로 따랐고, 군말이 일체 없었다.
은퇴 후 왕성한 사회봉사 활동
은퇴를 한 뒤 루이스는 ‘칼루이스재단’을 만들어 육상 꿈나무를 후원해왔으며, 선천성 질병을 앓는 어린이들 치료를 돕는 맥도날드어린이기금의 공식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2010년 지진을 겪었던 아이티의 숲을 재건하는 데 힘을 보탰고, 2012년 장애우를 위한 자선 달리기 대회인 ‘베스트 버디스’ 에 참가하는 등 사회 활동에 적극 나섰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모교인 휴스턴대학 육상코치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제2의 칼 루이스’를 키워내기 위해 트랙에 돌아온 것이다. 좋은 코치는 선수들의 경기뿐 아니라 인생까지도 코치할 수 있어야 한다 게 루이스의 지론이다. 선수들의 ‘인생 코치’까지 겸하겠다는 그의 야망이 어떻게 현실로 드러날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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