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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민주화 프레임 뛰어넘는 가치 필요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려도 대한민국의 정치 시계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구촌 국가 중에 우리만큼 정치에 민감한 국민도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정치가 우리 일상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뒤끝은 좀 꺼림직하다.
정권 혹은 정치 세력의 교체를 기치로 내걸면서 출사표를 던지는 인사들의 수가 역대 최대다. 그만큼 새로운 물꼬를 트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주자가 나라를 바꾸겠다고 나름대로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손에 잡히는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또 다른 역주행을 부추기나 하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현상을 정확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명쾌한 해법이나 대안(代案)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은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기존 프레임을 뛰어넘는 가치를 선택하기 위한 후보자가 아닌 국민 의식 수준에 대한 평가의 장(場)이 될 것이다.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경제의 활력을 복원시키는 일이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떨어진 국민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다. 절망보다는 희망이 살아날 수 있는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만들어내야 한다.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떠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공감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특히 경제적 약자로 사각지대에 몰린 2030세대를 비롯해 60대 이상의 고령층을 경제 활동의 주력부대로 편입시켜야 한다. 추가적인 성장의 동력이 생겨나야 하고, 공급 측의 획기적인 변화가 선행되는 것이 절실하다.
일자리 창출이 최대 복지 깨달아야
일자리 창출이 최대 복지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일자리의 원천인 대부분 기업이 안(국내)을 포기하고 밖(국외)으로 나가지 못해서 안달이다. 기업에 더해 사람·자금·기술까지 나간다. 대차대조표를 보면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내 기업 환경이 그만큼 좋지 못하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결과다. 기존 제조업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자리 창출의 보고인 신생 혁신 스타트업까지 한 배를 타고 있다. 산업의 공동화에 더해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줄어드는 것이 필연적이다.
집토끼도 나가는 판에 산토끼가 안으로 들어올 리가 없다. 개도국만이 아니라 선진국까지 집토끼와 산토끼를 구분하지 않고 모셔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남보다 나은 시장 친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개혁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우리 내부엔 기업을 하거나 키우려는 기업가정신은 실종되고, 파이를 만드는 기회를 지레 포기한다.
이익이 나도 고용이 늘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일자리가 없다 보니 청년은 좌절하고, 취업 빙하기에 그나마 틈이 있는 공직 시험에 올인하는 숫자만 늘어난다. 이런 나라가 순항할 수가 없고 미래가 암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소득주도성장은 기업을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파괴하며 소득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정반대의 해법으로 가야 모두가 살 수 있다. 일자리의 95%를 감당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견고한 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 고용 유지·확대와 경제 활동 활성화 차원에서 현행 기업승계 제도도 유연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
멀리 내다보는 혜안 가진 지도자 필요
국가 조직의 대대적 손질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무거운 과제다. 큰 정부 혹은 작은 정부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고 현재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 산업화라는 고도경제성장 시절에 만들어진 정부 조직 구조는 수명을 다해 전혀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대 상황에 걸맞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 완전 백지상태에서 다시 짜야 한다. 부처별로 중첩된 기능이 첨예하게 얽혀 서로 떠넘기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도한 국가 권력을 축소하고 민간에게 넘길 것은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 한편 정치와 관료의 야합으로 만들어진 정부 기관 혹은 관변단체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형적이면서 철밥통이 돼 국민의 혈세를 갉아먹는다. 심지어 기업에까지 침투해 거대한 이권 카르텔을 형성해 그들만의 리그로 시장을 왜곡시키고, 민간의 창의력과 생산성을 저해한다. 해외에 오래 주재하였거나, 한국에 주재한 외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우리만 모르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국가 모습이다. 구태에서 벗어나려면 뼈를 깎는 조치가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에 대비해 상식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식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신도시 개발을 고집하는 것이 타당한 방식인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그린벨트 파괴, 투기와 같은 부작용으로 후유증이 심각하다.
기후 대응의 방편으로 탄소제로 실현이 글로벌 이슈다. 가까운 장래에 일부 신도시가 유령도시로 변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베드타운이 늘면 도심으로 이동하는 교통 체증과 이에 따른 매연 증가는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공급을 늘리려면 환경 파괴는 최소화하면서 도심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지방도 광역권으로 재편해 자족·자립 기능을 확충하면서 권역별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국가균형발전의 지혜를 짜야 한다. 시장의 순기능은 인정하면서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정부 역할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주택 소유 욕구를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하면서 환경 친화적인 스마트도시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국민이 엄중한 잣대 치켜 들어야
이 밖에도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대안은 너무 많다. 헝클어진 국제 문제도 재정리해야 한다.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미국으로부터는 동맹에 대해 의심을 받는다. 중국에는 할 말을 못 하고 눈치만 보다가 호구가 돼 버렸다. 일본과는 실리를 외면하고 명분 싸움만 계속하다가 서로 헐뜯는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북한에 대해서는 대의와 원칙을 무시하고 끌려 다니다가 관계가 더 악화됐다.
국방을 지키는 군대에선 연일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높아진 장병들의 의식 수준이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구시대적 시스템으로 일관하다 보니 마침내 곪아 터지고 있다. 늦었지만 이스라엘 군대와 같이 혁신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국방 의무에 더해 현대전에 걸맞게 군대가 과학기술의 첨단 인큐베이터가 돼야 한다. 과학부대로 재탄생하면 시간을 허비하는 곳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생산적인 곳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무수한 난제들을 풀 수 있는 용기 있고 해안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가까이는 물론이고 멀리도 내다볼 수 있는 체계적 대안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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