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통령의 자화자찬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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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대통령의 자화자찬 민망하다

조성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7-28 00:02:48

자신감이 무기가 되는 시대다. 과거에는 겸손·양보 등이 미덕이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장점, 잘한 점 등을 자신 있게 피력하는 것이 ‘멋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유 있는’ 자화자찬이 인정받는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한 일을 과도하게 포장해 자화자찬(自畵自讚)을 하는 것은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남의 공을 가로채거나 자신이 저지른 잘못·실수 등에 대한 합리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과도한 자화자찬의 부작용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청해부대 코로나 집단 감염이다. 아프리카에 파병됐던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현재 부대원 301명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는 90%인 272명이나 된다. 국방부는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2대를 급파해 조기 복귀 작전을 시행했다.

정치권에서는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백신 미공급, 늦장 대처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 와중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중급유수송기를 이용한 복귀 작전은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며 자화자찬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자마자 참모 회의에서 바로, 정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비행기 2대를 보내서 다 후송하지 않았느냐”며 “공중급유수송기를 보내라고 지시했고 상황에 따라서 전원 안전하게 후송할 수 있는 대책을 빨리 시행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도 문 대통령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은 아마 마음이 타고 간절했기 때문에 그런 신속한 조치를 명령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수석의 말과는 다르게 공중급유수송기 파견은 이미 계획돼 있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합참이 보고한 ‘코로나 관련 대비지침 및 우발 계획’에 해외 파병부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할 경우 공중급유기를 통해 복귀하는 방안이 담겨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유례가 없는 승조원 전원 퇴함이라는 불명예 속에서도 문 대통령 칭송 열중, 문비어천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신들의 잘못과 실수를 합리화하고 포장하기 위한 자화자찬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과도한 자화자찬도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올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방역과 관련한 질문이 없자 “방역을 너무 잘해서 질문이 없나요?”라고 발언했다. 당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에서 500명대로 줄어들었던 시기이긴 하지만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 코로나19 방역의 주인공은 문 대통령이 아닌 방역 일선의 의료진과 국민이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K방역’의 자부심은 국민과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으로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공은 그들에게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와 관련된 자화자찬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문 대통령은 2일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산업 성과 간담회’에서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자립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년 우리는 상생과 협력으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향해 전진했다”며 “그 성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 1~4월에 소재·부품 대일 교역은 59억96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억900만달러 적자가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올 1분기 반도체 장비 수입액도 48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신이 한 일을 스스로 칭찬하고 그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문 정부의 자화자찬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한 사안에 대한 다른 평가가 결국 권력과 민심의 괴리를 불러온 것이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잘못된 자화자찬에 빠지면 국가 전체가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과연 자화자찬 할 사안이 무엇인지 잘 판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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