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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황금알 낳던 재건축 신화?
이상준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5 00:02:40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동요의 노랫말은 재개발사업의 구조를 잘 보여 준다. 헌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돌려받는 재개발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우리는 헌 집을 주면 왜 새집이 생기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서울시 강남구와 서초구 등에서 황금알을 낳는 재개발 투자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아내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 서울에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는 말이 생겼을까.
 
서울에서 살고픈 사람은 많다. 하지만 서울에 집을 지을 땅은 적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개발사업마다 용적률을 높였다. 높은 용적률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비결이었다. 예를 들어 용적률이 두 배로 늘면 5층짜리 아파트를 10층짜리 아파트로 재개발할 수 있다. 헌 집을 내놓는 조합원은 공사비 등을 분담해야 한다. 그러나 늘어난 아파트를 팔아서 생긴 환급금이 분담금보다 많으면 헌 아파트를 주고 새 아파트를 돌려받으면서 돈까지 챙길 수 있다.
 
특히 한강변 재개발은 욕망을 부른다. 광진구 자양동 일대는 최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대상지로 선정되자 땅값이 들썩거린다. 대지 지분이 16.5㎡인 빌라가 9억 원에 거래됐다. 3.3㎡당 가격은 1억6000만원대로 지난해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민속 신앙에서 집을 지키고 복을 준다고 알려진 두꺼비에 대한 환상을 가질 만하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부동산과 관련된 욕망을 모았다. 조합원은 새집을 얻기 위해 헌 집을 사고 건설사는 대규모 공사로 돈을 벌었다. 필요한 재원을 조달한 금융사도 주머니를 불렸다. 각종 이권이 쏟아지는 재개발 사업은 땅을 통해서 돈이 돈을 버는 환상을 낳았다. 송파구 모 재건축 조합원들도 환상에 빠졌다. 서울시가 2017년 재건축사업 건축심의를 통과시킬 때만 해도 부자가 되는 꿈에 부풀었다. 공사가 시작된 2018년 사업비를 추산하면 조합원마다 7000만 원 이상의 환급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환상은 깨졌다. 집값은 떨어지고 공사비도 올랐기 때문이다. 일반 분양으로 얻을 환급금이 줄고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은 늘었다. 조합원은 환급금을 받기는커녕 분담금을 약 5억 원이나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의 노른자로 불리는 강남구 압구정 3구역 재건축사업도 마찬가지다. 헌 집을 주고 현금까지 7억6000만 원을 내야 새집을 받을 수 있다. 용적률이 높아져도 집값과 공사비 변수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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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금에 익숙한 조합원은 분담금에 울상이다. 재건축을 상징하는 강남구 대치은마아파트(분담금 7.7억 원)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6억 원) 조합원도 분담금 규모에 놀랐다. 고금리와 고물가를 고려하면 금융비와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돈을 버는 시대가 끝났다는 자조 섞인 탄식의 소리도 들린다. 금천구 남서울럭키아파트(8.8억 원)와 노원구 상계주공1단지(5억 원)는 분담금 때문에 사업이 무산될 지경이다.
 
분담금 사태는 블랙스완 현상이다. 재개발로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은 흰 백조 사이에서 검은 백조가 나타나듯 관찰과 경험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현상이다. 주가 폭락과 금리 폭등처럼 재개발 분담금 사태도 예측하기 어렵다. 헌 집을 주고 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빚에 허덕이는 조합원은 재개발에 투자한 것을 후회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뉴스는 그에게 희망 고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검은 백조는 통계 뒤에 숨어 있다. 분담금 6억 원을 내면서까지 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400만 가구 가운데 순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가구는 10%이다. 순자산 가운데 80%는 부동산이라서 현금성 자산은 2억 원 정도다. 따라서 분담금 6억 원을 내려면 순자산이 30억 원 이상 돼야 한다. 순자산 30억 원 이상을 가진 가구는 상위 1%에 불과하다. 재개발 유효 수요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유효수요가 부족하면 수요 감소로 이어져 불황을 부른다고 설명했다. 집값 하락과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이 늘수록 유효수요는 줄어들기 마련이고 거래 감소와 집값 하락은 부동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개발과 재건축 속도를 확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공급이 줄어든 탓에 몇 년 뒤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 그러나 검은 백조가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헌 집을 새집으로 바꿔 주는 두꺼비는 사라졌고 공짜 재건축으로 돈을 버는 시대도 끝나 간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아닌 거주와 투자의 관점으로 부동산을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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